고독사하는 데도 돈이 든다. 당연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돈이다. 그놈의 돈. 일단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이다. 최소한 3일, 길게는 2주 정도 고독하게 죽어 갈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펜션 같은 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 그건 고독사가 아니다. 남의 영업장소에서 죽다니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 일이다. 죽으면서까지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다. 홀가분하고 가뿐하게. 그러자면 월세방이라도 최소한 보증금 300만 원 남짓은 남기고 죽어야 한다. 그것이 대규가 생각하는 고독사의 윤리였다. 그러니 지금처럼 조카 녀석들 셋이 뛰어다니는 여동생의 집이라면 고독사는 요원한 꿈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지음) 중에서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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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부고 작성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란 다음과 같다고 썼다.

고인의 삶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알리는 것, 그리고 그가 누리던 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리는 것이다. 부고 작성자의 역할은 (특히 작성자의 이름조차 기재되지 않을 경우) 즉결심판을 내리는 것이 아니지만, 부고의 주인공이 작가일 때는 당대 가장 우수한 평론가들이 그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려주는 것이 적절하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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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라는 책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아일랜드인" 조이스가 사망하자 엘리엇은 《타임스》에 편지를 보내, 적당치 않은 이가 그의 부고를 담당했다며 항의했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몰라도 부고 작성자가 공정을 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 개인으로서 조이스는 온화하고 친절했으며, 헌신적이고도 유머러스한 아내의 보살핌을 받아 파리의 아파트에서 고된 삶을 살아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이스에게는 자연이 가진 영원하고 평온한 아름다움과 인간 본성이 가진 고매한 특성의 진가를 알아보는 눈이 없었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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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D.H. 로런스는 그럴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그의 지성에는 영문학 최고의 작품을 쓸 만한 무언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 그는 체면과 위선을, 또 솔직하게 구는 것과 막말하는 것을 혼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로런스는 "그의 천재성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다가가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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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부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엘리엇을 대놓고 공격한다는 점이다. 파운드는 『황무지』 초고가 출판되고 오래지 않아 사망했는데, 누군가는 이때다 싶어 부고를 통해 묵은 앙갚음을 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황무지』 초고는,

세련되고 과묵한 엘리엇에 비해 거칠고 부산하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파운드가, 친구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근본적 순수성과 결벽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루이스 주코프스키에서부터 앨프리드 앨버레즈에 이르기까지 파운드의 절친한 친구들 중 다수는 (오래된 끔찍한 농담의 클리셰를 빌리자면) 유대인이었다. 『황무지』를 쓸 당시의 젊은 엘리엇은 유대인에 대해 비상식적일 정도로 신체적 메스꺼움을 느꼈던 듯하다. 만약 『황무지』가 초고 그대로 출판되었더라면, 이는 딱 꼬집어 광기라 부를 수는 없더라도 고통을 유발하는 정신적 불안을 담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이를 신비로운 대작에 가깝게 만들어준 주역이 파운드였다. 파운드가 품었던 반유대주의 정서는 고리대금업이라는 개념에 토대를 둔 극도로 단순하고 이념적인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개방적이면서도 지적인 경향이 있고, 파운드 역시 유대인 개인에 대해서는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었다. 엘리엇이 그에게 "더 나은 장인"ilmigliorfabbro이라고 경의를 표할 만도 했으며, 아마 망상과 고통에 덜 사로잡힌 영혼이라고 경의를 표했더라도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부고를 쓴 사람이 유대인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준 건 잘된 일이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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