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야기했다.

"눕지 못하면 실외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0

무언가를 규정지을 때 쓰이는 경계선.

어린 나는 이런저런 나라들의 국경에서 끊임없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6

그때 내가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내가 남자가 되고 싶어 하나?’였다. 내 눈에 멋져 보이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닮고 싶은 것은 죄다 남자들이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특이한 여자애’라는 것은 ‘여자애답지 않은 여자애’라는 말과도 같았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8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특이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특이하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던, ‘특이하다’는 것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던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가 아닐까.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8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다 다르다. 지구에 사는 인구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특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모두가 특별하다. 우월감이야 뭐, 어떤 분야에서건 피해야 하는 위험한 감정이고.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9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에게는 특이한 사람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특이하다’, ‘평범하다’라고 굳이 나누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사는 거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나는 액자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도, 바깥에 나와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그림 같은 거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49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그렇게 수많은 상자가 필요할까?

나는 국경에 살고 싶다.

밤하늘이 천장이요, 잔디밭이 장판이라 여기며.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50

아무튼 인생이란… 그 뭐냐, 그거다. 청소가 되지 않은 너저분한 길을 운동화 달랑 하나로 밑창이 다 뜯어질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 같다. 껌을 밟을 때도, 은행을 밟을 때도, 압정을 밟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걸을 수는 있지만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날 때쯤 발을 내려다보면, 신발은 진작 사라져 있고, 신발 밑창이라고 믿고 있던 것은 발바닥의 굳은살인 것이다. (나, 지금 엄청나게 멋진 비유를 해낸 것 같아.)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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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산책하고 밥 먹고 커피 내려 마시면서 책도 읽고, 간식 먹으면서 만화며 드라마를 보고, 때에 따라 낮잠도 자고,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목욕재계한 후 공부도 하고. 하루가 모자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런 조바심 없이 그런 매일 매일을 보내는 것이 나의 꿈이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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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나는 "야, 프리랜서들이 괜히 작업실을 잡는 게 아니야"라고 대답해줬다. 누울 자리가 있고, 먹을 것이 있는데 어떻게 집중이 될 수가 있겠는가. 집중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분이야말로 왕이 되실 인물이시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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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갈 때마다 출근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한다. ‘지금 일을 하러 가는 거야’라고 생각을 해야 집에 너무나도 가고 싶은 마음에서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집에 갈 때는 퇴근이라는 단어도 꼭 사용한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9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내 삶의 신조가 되었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10

제발 생각을 멈추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12

목표가 오직 하나만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목표를 바꾸기도 할 것이고, 정해놓은 목표 이후의 목표가 생기기도 할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목표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13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그냥 사는 거지."
그래서 오늘도 작업실로 출근을 하고, 작업실에서 퇴근을 한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14

제일 사소한 주제로 쓴 곡은 〈팥〉이라는 곡이었는데…. 청소년기의 안예은은 통팥을 먹지 않았다. 팥빙수도, 붕어빵도, 팥이 들어 있어서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 콩류의 모든 식물과 콩류로 만든 모든 음식을 줄기차게 먹어댈 것을 모른 채 써낸, 팥에 대한 증오를 담은 곡이다. 그렇다고 지금 쓰는 곡들처럼 팥의 씨를 말려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곡은 아니었다. 어쩌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우울하면서도 깜찍한 감성의 곡이었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25

사랑 이외의 내 이야기를 처음으로 했던 것은 〈신데렐라 로망스〉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다. 수시를 봤던 모든 학교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한방에 인생역전을 한 신데렐라가 진심으로 부러워서 쓴 노래였다. 그러나 강산이 변하고도 2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러 이제 와 가사를 들여다보니 부끄럽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다. 인생역전을 한 방식이 부러웠다기보다는 ‘인생역전’ 그 자체가 부러웠다. 그래도 그 곡으로 대학교를 합격하게 되었으니, 고마운 곡이기도 하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27

아무튼, 나는 창조적 모방도 하지 못하고, 자기의 것도 없는, 그저 ‘카리스마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아류’로 나 자신을 정체화한 채 쭉 살았다. 단 한 번도 내 곡에 대해 ‘좋다’는커녕 ‘들을 만한 것 같은데…?’ 정도의 불확실한 긍정도 느낀 적 없었지만 그래도 곡은 계속 썼다. 진로라는 것은 보통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비록 모방은 잘 못했어도 따라 하고 싶은 멋진 음악가들이 참 많았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29

‘이유가… 없는데요…’라고 할 수는 없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냥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소재로 곡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즉, 내 이야기는 내가 음악으로 만들 때 재미가 없다는 거다. - <안 일한 하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4361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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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원인을 머리에 떠올려 보았다. 만약 최초의 폭탄들이 터졌을 때 폭탄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틈새〉가 내가 존재하지 않는 〈간극〉을 아직 완전히 통과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단절되지 않은 〈흐름〉의 일부에는 여전히 내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두 번째로 폭탄을 설치했더라도 똑같은 일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2

522호실 안쪽에 놓인 침대 위에 젊은 여자가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은 무수하게 많은 가능성들이 중첩한 투명한 후광 같았고, 옷은 반투명한 실안개처럼 흐르고 있었지만, 여자의 몸은 항구적이고 확고한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밤에 발생한 모든 혼돈을 자아낸, 거의 고정된 하나의 점.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4

칸토어 먼지. 셀 수 없는 무한 집합이지만 측도가 0인 프랙털 집합. 나라는 존재에는 단 하나의 〈틈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대신 무한한 수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한층 더 작은 공백들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5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세계들을 만들어 내는 게 도대체 뭐라고 생각해? 통상적인 물리적 과정을 대체하는 가능성들이잖아. 하지만 얘긴 거기서 끝나지 않아. 세계들 사이를이동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기제가 작용하니까 말이야. 초우주 역시 각기 다른 버전들로 분기하고, 각 버전은 존재 가능한 모든 세계 간 〈흐름〉을 내포하고 있어. 게다가 초우주의 그런 버전들 사이를 통과하는 더 높은 준위의 〈흐름〉들도 존재하니까, 그 구조 전체가 또 분기하는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거지."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7

나는 누구일까? 나는 임무에 성공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나는 누구란 말인가? 무. 측도가 0인 집합.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7

나는 생각한다. 무한한 세계 집합들 중 얼마나 많은 곳에서 나는 한 걸음을 더 디디게 될까? 그리고 얼마나 무수히 많은 버전의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뒤로 돌아 이 방에서 나갈까?어차피 내가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살고,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치욕에서 구해내려고 하려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일까?
나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188

나는 그녀의 자유분방한 태도가 곤혹스러웠다.사소한 일 따위에는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 나는 할 말을 찾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이 대화 전체가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었고, 나는 잡담 정도라면 모를까 임기응변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50

반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천부적 권리로서 하루에 128바이트의 사용권을 부여받는다. 이것은 가장 효율이 좋은 데이터 압축 기술을 쓸 경우 약 100단어 분량의 텍스트를 부호화할 수 있는 양이다. 그것 가지고서 미래의 모든 현상을 현미경으로 보듯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하루의 중요 사건들을 요약하는 데는 충분한 용량이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58

우리라는 존재는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61

일기장의 공백을 채우는 작업은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의식으로 변했고, 나는 더 이상 내가 쓴 문장을 일일이 훑어보지 않았다. 어쩌다가 정독하는 경우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느라고 고생했다. 단순한 게으름이나 자기 기만에서 비롯된 생략과 완곡 표현 사이에 의도적으로 아이러니하게 적힌 대목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몇십 년 동안이나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수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찬양하는 나의 글 중에서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어색한 것들이 있었다. 이런 언외의 고백을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한단 말인가. 그러나 과거의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따라서 과거의 나에게 비밀이 들통날 ‘위험’은 없었다. 그리고 내게는 내가 ‘원하는’ 만큼 비아냥거릴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70

아니다. 과거든 미래든 간에 역사는 이미 결정되어 있고, 나는 그것을 형성하는 방정식의 일부로 남아 있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짓말의 일부가 될 필요는 없었다.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77

역사의 작가들이 간섭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무의미하다.지금과 다른 인생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종당하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역 또한 사실이다.
불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일이 있다. 여전히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줄곧 미래를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줄곧 결정할 과정의 일부라는 점이다.
내게 그보다 큰 자유는 없다.
그보다 큰 책임도.

-알라딘 eBook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중에서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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