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창조성의 바탕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문학 번역은 흔히 ‘있는 대로’ 번역할 것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즉 ‘복제’를 이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비창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비문학 번역은 그런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극단적인 경우에는 다시쓰기를 허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실제로 원문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든가 하는 의미에서는 비문학 번역이 훨씬 창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비문학 번역은 현재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여 transcreation이라는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문학 번역은 번역이란 게 원래 transcreation이라고 주장하든가, 아니면 문학 번역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하기 마련이다.
-알라딘 eBook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중에서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