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만.」 뜻밖에도 드미뜨리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소리쳤다. 「혹시 잘못 듣지 않았다면, 〈모든 무신론자들의 입장에서 악행은 허용되지 않을 수 없으며 가장 필연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출구로 인정된다〉는 내용입니까? 맞습니까, 틀립니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91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조그만 소견 정도지요.」 이반 표도로비치가 즉각 대답했다. 「대체로 유럽 식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자유주의적 딜레탕티슴조차도 이미 오래 전부터 흔히 사회주의의 최종적 결과와 기독교도들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투박한 결론이 그 본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게다가 사회주의와 기독교를 혼동하는 것은 자유주의자들과 그 애호가들뿐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심지어 헌병들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것은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당신의 파리 이야기는 정말 특색이 있군요,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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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89

그때 이반 표도로비치는 모든 자연의 법칙이 그 안에 있으므로 영생에 대한 믿음을 인간으로부터 박탈해 버리면 당장 사랑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력이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을, 내친김에 덧붙였지요. 게다가 그때는 비도덕적인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서 모든 것이, 심지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일까지도 허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들처럼 신도, 자신의 영생도 믿지 않는 모든 개인에게서 자연의 도덕률은 과거의 종교적인 것과는 완전히 상충되도록 급격히 바뀌게 되고, 극악한 이기주의조차도 인간에게 인정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필연적이고 가장 합리적이며 가장 고상한 결론으로 인정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말을 끝맺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역설로 미루어, 여러분, 우리들의 사랑스런 기인이자 역설가인 이반 표도로비치가 지금 선언하고 있고 또 어쩌면 앞으로 선언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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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91

「당신은 사람들에게 영혼 불멸에 대한 믿음이 고갈되면 그런 결과가 생길 거라고 정말로 확신하십니까?」 갑자기 장로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만일 영생이 없다면 선행도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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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91

「신성하고 거룩하신 장로님!」 그는 이반 표도로비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바로 제 자식입니다, 제 육신에서 떨어져 나온 친자식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저의 육신이지요! 제가 존경하는 카를 모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방금 들어온 자식, 장로님께 처분을 부탁드린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더 이상 존경받을 가치가 없는 프란츠 모어인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실러의 『군도』에 나오는 주인공들이지요. 그렇다면 저는, 그런 경우에 영주인 폰 모어 백작Regierender Graf von Moor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잘 판단하셔서 구원해 주십시오! 장로님의 기도뿐만 아니라 예언까지도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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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94

아버지가 나를 재판에 넘기려는 까닭이야 고작 그녀의 일로 나를 질투하기 때문이며, 당신 자신이 그 여자에게 흑심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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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00

아버지가 행실 고약한 계집 때문에 아들을 질투하고 또 아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음모를 그 잡년과 꾸미다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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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02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무섭게 인상을 찌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경멸에 찬 시선으로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나는…… 나는.」 그는 나직하고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자의 여생을 위로하기 위해서 천사같이 고운 마음씨를 가진 내 약혼녀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추악한 색마에다가 비열한 희극 배우의 모습만을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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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03

사실 부끄럽습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심장을 갖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피델코의 개의 심장을 갖기도 하지요. 나는 피델코의 심장을 갖고 있지요. 나도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런 난동을 부린 후에 다시 오찬 초대에 나가 수도원 소스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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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09

미우소프는 증오에 가득 찬 눈초리로 이반 표도로비치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찬에 참석하러 가다니!〉 그는 이런 생각에 잠겼다. 〈정말 철면피에, 까라마조프적 양심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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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11

바보들은 선술집을 향해 성호를 긋고, 성당을 향해 돌을 던지게 마련이니까. 네 신부도 마찬가지야. 정직한 사람에게는 몽둥이를 휘두르고 살인자에게는 발에 대고 절을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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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17

미쩬까는 정직한 사람이긴 해도(어리석긴 하지만 정직한 사람이야) 색마야. 이것이 그에 대한 정의이고 내적 본질의 전부라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자신의 비열한 색욕을 물려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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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19

아버지라는 늙은이는 미쩬까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그 늙은이는 갑자기 그루셴까에게 미쳐서 그녀를 보기만 해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잖아. 바로 오직 그녀 때문에 조금 전 암자에서 그런 스캔들을 일으켰던 거야. 단지 미우소프가 그녀를 행실 고약한 잡년이라고 함부로 말했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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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23

그렇다면 미쩬까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거야. 가진 돈은 없지만 대신에 결혼을 할 수는 있으니까. 그럼, 결혼할 수 있고말고! 돈 많은 귀족 출신에다가 대령의 딸인 약혼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인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버리고 도회지 물을 먹은 농부 출신의 방탕한 장사꾼 영감 삼소노프의 첩 노릇을 하던 그루셴까와 결혼을 하겠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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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24

네 형 이반은 바로 그걸 기다리고 있어. 그건 횡재나 다름없거든. 자신의 애를 태우고 있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소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약 6만 루블에 달하는 유산도 움켜쥐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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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25

미우소프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장황한 인사말을 마치면서 그는 너무나 흡족해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의 분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진정으로 그에게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다시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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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39

그때 그는 어릿광대의 파렴치한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사실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그에게 양심에 꺼리는 짓을 했지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하고 나자 곧바로 그가 증오스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그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음미하며 말없이 그리고 심술궂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은 번쩍거렸고 입술까지 경련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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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41

저의 친척이신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 씨께서는 말 속에 진실보다는 고상함이 더 많기를plus de noblesse que de sincerite 바라시지만, 저는 그와는 반대로 제 말이 고상함보다는 진실이 더 많기를plus de sincerite que de noblesse 바랍니다. 고상함에는 침이나 뱉으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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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45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집은 읍내 중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변두리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꽤 낡긴 했지만, 외관은 여전히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고미다락방이 딸린 단층 건물은 회색 문양으로 장식되고, 붉은 양철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게다가 한동안은 버텨 낼 것 같아 보였으며, 널찍하고 아늑했다. 그 집에는 크고 작은 헛간들과 밀실들이 많았고, 작은 계단들이 예기치 못한 곳에 산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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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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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28세의 젊은 사내이며, 보통 키에 수려한 용모를 갖추고 있었으나 나이에 비해 상당히 늙어 보였다. 근육질의 사내로서 비록 그의 얼굴에는 뭔가 병적인 것이 엿보였지만 뛰어난 체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위었고 두 뺨은 움푹 꺼졌으며 안색에는 환자의 황달기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상당히 크고 검은 두 눈은 퉁방울처럼 튀어나와 있었고 대단한 고집을 가진 듯하지만 어딘지 초점이 흐려 있었다. 흥분하여 씩씩거리면서 말할 때조차 그의 시선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거역하고 있는 듯 무언가 당시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란 무척 어렵습니다〉라고, 그와 이야기를 해본 사람들은 그를 평하곤 했다. 어딘가 모르게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듯한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다가도, 재미있고 장난기 어린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갑자기 호탕하게 터뜨리는 그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 서려 있는 약간의 병적인 기운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우리 고장에서는 그가 몰입해 있던 너무나 불안정하고 〈방탕한〉 생활에 대해 모두가 잘 알고 있었고 소문이 자자했으며, 또한 골치 아픈 돈 문제 때문에 그가 아버지와 반목하는 매우 흥분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었다. 읍내에는 이 일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들이 나돌았다. 우리 고장의 뛰어난 재판관인 세묜 이바노비치 까찰니꼬프가 어느 모임에서 〈즉흥적이며 비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주도면밀하게 평했듯이,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쉽게 발끈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프록코트 차림에 검은 장갑을 끼고 실크 모자를 손에 든 나무랄 데 없는 멋쟁이 복장을 하고서 들어왔다. 갓 퇴역한 군인들이 그렇듯 그는 콧수염만 남겨 둔 채 턱수염은 깎고 있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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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덩컨은 킬러를 마주 보고 앉았다.
창문 없는 먹구름색 방은 어색할 만큼 조용했다. 두 사람은 마치 음악은 시작되었는데 어떻게 춤을 시작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댄서 같았다. 스콧은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도소에서 지급되는 오렌지색 죄수복 차림의 킬러는 그냥 스콧을 말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스콧이 두 손을 모아 금속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수갑만 아니었으면 킬러 역시 그와 같은 포즈를 취했을 것이다. 파일에 의하면, 그의 이름은 몬티 스캔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본명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알라딘 eBook <단 한 번의 시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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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once was lost, but now am found.’ Amazing Grace - P1

Billy Summers sits in the hotel lobby, waiting for his ride. It’s Friday noon. Although he’s reading a digest-sized comic book called Archie’s Pals ’n’ Gals, he’s thinking about Émile Zola, and Zola’s third novel, his breakthrough, Thérèse Raquin. He’s thinking it’s very much a young man’s book. He’s thinking that Zola was just beginning to mine what would turn out to be a deep and fabulous vein of ore. He’s thinking that Zola was – is – the nightmare version of Charles Dickens. He’s thinking that would make a good thesis for an essay. Not that he’s ever written one.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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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허나 꿈을 꿀 때면, 땀에 흠뻑 젖고는 놀라서 깬다. 이럴 때는 곧장 다시금 잠을 청하지 않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의 무방비한 마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길몽도 흉몽도 꾸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지난 퇴적층으로부터 굳게 다져진 공포가 계속해서 나를 휘감았다. 그 꿈은 내가 겪어봤을 법한 것보다 훨씬 비극적인, 더 잘 짜여진 구성을 하고 있기에 더욱 공포스럽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그 꿈속의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중에서 - P6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여기서는 그 사실 관계를 바꿀 수 없다.

-알라딘 eBook <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중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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