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만.」 뜻밖에도 드미뜨리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소리쳤다. 「혹시 잘못 듣지 않았다면, 〈모든 무신론자들의 입장에서 악행은 허용되지 않을 수 없으며 가장 필연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출구로 인정된다〉는 내용입니까? 맞습니까, 틀립니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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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조그만 소견 정도지요.」 이반 표도로비치가 즉각 대답했다. 「대체로 유럽 식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자유주의적 딜레탕티슴조차도 이미 오래 전부터 흔히 사회주의의 최종적 결과와 기독교도들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투박한 결론이 그 본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게다가 사회주의와 기독교를 혼동하는 것은 자유주의자들과 그 애호가들뿐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심지어 헌병들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것은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당신의 파리 이야기는 정말 특색이 있군요,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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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반 표도로비치는 모든 자연의 법칙이 그 안에 있으므로 영생에 대한 믿음을 인간으로부터 박탈해 버리면 당장 사랑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력이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을, 내친김에 덧붙였지요. 게다가 그때는 비도덕적인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서 모든 것이, 심지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일까지도 허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리들처럼 신도, 자신의 영생도 믿지 않는 모든 개인에게서 자연의 도덕률은 과거의 종교적인 것과는 완전히 상충되도록 급격히 바뀌게 되고, 극악한 이기주의조차도 인간에게 인정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필연적이고 가장 합리적이며 가장 고상한 결론으로 인정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말을 끝맺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역설로 미루어, 여러분, 우리들의 사랑스런 기인이자 역설가인 이반 표도로비치가 지금 선언하고 있고 또 어쩌면 앞으로 선언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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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람들에게 영혼 불멸에 대한 믿음이 고갈되면 그런 결과가 생길 거라고 정말로 확신하십니까?」 갑자기 장로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만일 영생이 없다면 선행도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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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하고 거룩하신 장로님!」 그는 이반 표도로비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바로 제 자식입니다, 제 육신에서 떨어져 나온 친자식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저의 육신이지요! 제가 존경하는 카를 모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방금 들어온 자식, 장로님께 처분을 부탁드린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더 이상 존경받을 가치가 없는 프란츠 모어인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실러의 『군도』에 나오는 주인공들이지요. 그렇다면 저는, 그런 경우에 영주인 폰 모어 백작Regierender Graf von Moor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잘 판단하셔서 구원해 주십시오! 장로님의 기도뿐만 아니라 예언까지도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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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를 재판에 넘기려는 까닭이야 고작 그녀의 일로 나를 질투하기 때문이며, 당신 자신이 그 여자에게 흑심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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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행실 고약한 계집 때문에 아들을 질투하고 또 아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음모를 그 잡년과 꾸미다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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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무섭게 인상을 찌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경멸에 찬 시선으로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나는…… 나는.」 그는 나직하고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자의 여생을 위로하기 위해서 천사같이 고운 마음씨를 가진 내 약혼녀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추악한 색마에다가 비열한 희극 배우의 모습만을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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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끄럽습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심장을 갖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피델코의 개의 심장을 갖기도 하지요. 나는 피델코의 심장을 갖고 있지요. 나도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런 난동을 부린 후에 다시 오찬 초대에 나가 수도원 소스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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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소프는 증오에 가득 찬 눈초리로 이반 표도로비치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찬에 참석하러 가다니!〉 그는 이런 생각에 잠겼다. 〈정말 철면피에, 까라마조프적 양심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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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선술집을 향해 성호를 긋고, 성당을 향해 돌을 던지게 마련이니까. 네 신부도 마찬가지야. 정직한 사람에게는 몽둥이를 휘두르고 살인자에게는 발에 대고 절을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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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쩬까는 정직한 사람이긴 해도(어리석긴 하지만 정직한 사람이야) 색마야. 이것이 그에 대한 정의이고 내적 본질의 전부라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자신의 비열한 색욕을 물려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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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늙은이는 미쩬까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그 늙은이는 갑자기 그루셴까에게 미쳐서 그녀를 보기만 해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잖아. 바로 오직 그녀 때문에 조금 전 암자에서 그런 스캔들을 일으켰던 거야. 단지 미우소프가 그녀를 행실 고약한 잡년이라고 함부로 말했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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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쩬까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거야. 가진 돈은 없지만 대신에 결혼을 할 수는 있으니까. 그럼, 결혼할 수 있고말고! 돈 많은 귀족 출신에다가 대령의 딸인 약혼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인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버리고 도회지 물을 먹은 농부 출신의 방탕한 장사꾼 영감 삼소노프의 첩 노릇을 하던 그루셴까와 결혼을 하겠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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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 이반은 바로 그걸 기다리고 있어. 그건 횡재나 다름없거든. 자신의 애를 태우고 있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소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약 6만 루블에 달하는 유산도 움켜쥐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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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소프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장황한 인사말을 마치면서 그는 너무나 흡족해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의 분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진정으로 그에게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다시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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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는 어릿광대의 파렴치한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사실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그에게 양심에 꺼리는 짓을 했지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하고 나자 곧바로 그가 증오스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그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음미하며 말없이 그리고 심술궂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은 번쩍거렸고 입술까지 경련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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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친척이신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 씨께서는 말 속에 진실보다는 고상함이 더 많기를plus de noblesse que de sincerite 바라시지만, 저는 그와는 반대로 제 말이 고상함보다는 진실이 더 많기를plus de sincerite que de noblesse 바랍니다. 고상함에는 침이나 뱉으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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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의 집은 읍내 중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변두리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꽤 낡긴 했지만, 외관은 여전히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고미다락방이 딸린 단층 건물은 회색 문양으로 장식되고, 붉은 양철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게다가 한동안은 버텨 낼 것 같아 보였으며, 널찍하고 아늑했다. 그 집에는 크고 작은 헛간들과 밀실들이 많았고, 작은 계단들이 예기치 못한 곳에 산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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