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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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악몽
 
                                                                                                                - 박성우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켓처럼 끓여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난 시절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시험날 코앞에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학교에 안갔으며...
저 대기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내 뇌를 조작하여
시험 볼 범위의 내용들을 집어 넣어줬으면....
우연히 불의의 사고를 당해 지금 병원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기억들이 허공에 떠돌아 다닌다

이렇게 첫 시를 시작으로 시인은 아이들의 생활 속으로 슬며시 다가간다.

                                                                             꼭 그런다

                                                                                             - 박성우
                                                                     두 시간 공부하고 
                                                           잠깐 허리 펴려고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자냐?

                                                                       영어단어 외우고
                                                                 수학문제 낑낑 풀고나서
                                                            잠깐 머리 식히려고 컴퓨터 켜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게임하냐?

                                                                일요일에 도서관 갔다와서는
                                                                  씻고 밥 챙겨 먹고 나서
                                                               잠깐 쉬려고 텔레비젼을 켜면
                                                               밖에 나갔던 엄마가 들어온다
                                                                       - 또 티브이 보냐?

정말 꼭 그런다.

이렇듯 시인은 아이들의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들여다보고 있다.
지친 일상에 한마리의 곰이 되어 겨우내내 잠만 자고 싶은 아이 - <한 마리 곰이 되어>
신나게 가출을 계획하지만 책상앞에 앉아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아이 - <신나는 가출>
서울대에 들어간 옆집 오빠때문에 괴로운 아이 - <서울대>
친구에게 매번 돈을 빼앗기다 큰맘먹고 반항했다가 얻어터졌지만 기분만은 좋아진 아이 - <뭘 빌려줘>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집이 경매에 넘어가 이사가야만 하는 아이 - <가벼운 이사>
학교를 때려치고 나왔지만 돈벌기도 힘들고 친구들도 만나주기는 커녕 전화도 받지않아 하루하루가 끔찍한 아이 - <그깟 학교>
남자애들 거시기가 커지면 몸무게가 늘어날까 안들어날까 궁금한 아이 - <정말 궁금해>
이 년 사귄 오빠에게 차이고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는 아이 - <두고 보자>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내 청소년 시절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내게로 나가왔다.

이 시집은 요즘 아이들은 이해 못하겠다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려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학교등수나 대입의 경쟁에 매몰되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내 옆에 앉아 문제집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친구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고등학생인 조카에게 이 책을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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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를 위하여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30
이상권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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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빨간 꽃들이 몇 송이 피어있고 연초록으로 색 입혀진 몇 그루의 나무와  조금 더 짙은 초록색의 단풍잎 그리고 그 사이를 날고 있는 빨간 파란 반점이 있는 나비 한 마리!




이 책의 표지이다. 책의 표지를 살피고 책을 두르르 넘겨보았다. 때때로 페이지의 말미에 작은 공간을 할애하여 동물이나 식물의 세밀화와 그에 대한 설명이 주석처럼 나와 있다. 나비나 나방에 대한 생태동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그 속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 있었고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있었다.




이야기는 억센 장맛비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고치 안에서 수컷나방 한 마리가 우화하여 암컷의 페로몬을 좆아 짝짓기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알 낳을 장소를 찾아나선다. 그리고는 태어날 애벌레들이 안전하고 충분히 먹을 것이 있는 장소에 열세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열세마리의 애벌레들의 삶이 시작된다. 그와 더불어 숲은 그들과 관계맺기를 시작한다. 동고비, 곤줄박이, 박새, 청설모, 박쥐, 고양이, 사마귀, 베짱이, 톱사슴벌레, 게거미, 뱀허물쌍살벌, 자벌레, 고치벌, 오리나무, 밭배나무, 진달래나무, 산초나무, 신갈나무. 이들은 개별적으로 각각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숲의 거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들 누구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계맺기를 시도한다. 이 또한 작가의 저력이리라.




숲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들이 꾸려나가는 또 다른 세계! 그 세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 내 잎을 갉아 먹는다고 구박하지도 않는다. 돌멩이에 얻어맞은 듯한 후두득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몸이 날아갈 버릴 정도의 성난 바람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나뭇가지로 짓궂게 장난을 치는 사람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다. 살아남았으므로 다시 삶을 이어간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잉태한다.




시간은 흘러 생명의 주기가 다하는 늦가을이다. 사마귀와 실베짱이가 우연히 같은 잎사귀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시기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하나는 그의 포식자요, 하나는 그의 먹잇감이다. 그러나 그 둘은 누구도 잡아먹으려 들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그들은 초연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와있음을...




이 책은 생태소설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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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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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좋은 책은 그 안에 여러가지의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이리라.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낸다.

 

조선 후기의 문인 김려는 자신의 옛벗 이옥의 아들 우태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돌아보게 된다.

그와중에 김려 자신이 지난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주위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삶이 아닌 본래 생각했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런 의미에서 나이든 김려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성장은 그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듯하다.

 

'탄재의 칼'이라는 일화를 을 통해서는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우리에게 남긴다.

 

전반에 흐르는 배경은 그 당시의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오만한 공무원들의 탐욕과 부패, 정치현상을 묘사하고있다.

그당시나 지금이나 200여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이옥과 김려의 글을 짧게나마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옥의 글에서는 삶의 향기와 체취가... 글읽기와 글쓰기의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김려의 성장을 통해 한 인간의 성장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므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며.

 

'탄재의 칼'을 통해서 친구간의 우정을 되돌아보고,

 

조선후기의 시대상을 바라보면서 왜 민중들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 당시 연암 박지원의 글은 되고 이옥의 글을 안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비교해 본다면...

 

그들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자못 기대된다.

 

왕가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이야기가 드문 시절 이 팩션의 등장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먹은 누룩으로 빚은 술이 결코 아니고, 서책은 술통과 단지가 결코 아니거늘,

                       이 책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랴!

                       그 종이로 장독이나 덮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기를 사흘,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다.

                       위장 안의 비린 피를 깨끗이 쓸어 버리고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 주어,

                       나도 모르는 사이 별천지로 빠져들었다. 아아! 이것이 술지게미 언덕 위에

                       노니는 즐거움이니, 절묘한 시어에 깃들여 살아감이 마땅하도다.

                                                                                          <p.115  이옥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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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도깨비죽 신나는 책읽기 24
신주선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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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요즘 아이들은 그리스-로마신들의 계보를 잘 알고 있다.
조왕신, 터줏대감...
우리의 신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남의 나라 신들의 계보 뿐아니라 각 신들의 에피소드까지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신들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어 어디 조그만 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의 작가 신주선은 우리의 옛신화이야기을 통하여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요즘 내편 아니면 적이라고 말하며 흑백논리로 점철되어 있는 아이들의 일상에 나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이 세가지의 주제를 홍주라는 아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솜씨에 감탄이 젖어든다.

요즘 같은 반 같은 조에 어른들이 쉽게 ADHD 라고 말해서 아이들이 그렇게 따라 부르지만 행동을 조금 크게 하는 아이가 있어 투덜대는 큰 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늦었지만 우리의 신들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신화와 관련된 더 많은 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제우스, 포세이돈보다 조왕신, 터줏대감, 마고할미가 먼저 터져나올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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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생쥐 신나는 책읽기 25
권영품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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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멋진 녀석이 나타났다.



그 이름 하여

“빠른발”




이 녀석은 고양이에게 잡혀 죽을 뻔했다가 가까스로 도망쳤지만 꼬리가 잘렸다. 그런대도 기가 꺾이기는커녕 잘린 꼬리를 위험을 극복한 영광의 상처쯤으로 생각하고 짧아진 꼬리 대신 멋진 빨간 리본을 달고 다닌다.




녀석은 이 세상에 유일하게 고양이가 없는 세상이 학교라는 사실을 알고 학교로 간다. 그런데 학교 내에는 이상한 질서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잘난 쥐와 못난 쥐의 두 집단으로 나누어지고 잘난 쥐는 먹을 것과 놀 거리가 많은 교실 바닥에서, 못난 쥐는 더러운 화장실에서 살아야 하고 잘난 쥐가 사는 교실에는 올 수도 없다. 이곳에 살고 있는 못난 쥐들은 자괴감에 사로잡혀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었다.




이곳에 고양이와의 싸움에서 고양이가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다쳤다고 허풍치고 뭐든 잘 먹고 노래 잘 부르고 발 빠르다고 자랑하는 빠른발이 나타났다. 빠른발은 도무지 잘난 쥐와 못난 쥐로 칼 자르듯 나누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들 같은 무리의 친구일 뿐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빠른발은 못난 쥐 무리의 회색눈을 만나 친구가 되고 회색눈은 빠른발을 만나 그의 생각에 혼란스러워하나 점점 용기를 얻어 빠른발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새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다. 회색눈 또한 눈여겨볼 만한 캐릭터이다. 빠른발의 생각에 고무되어 가장 많은 갈등과 혼란을 극복해내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냈으니 말이다.




잘난 쥐와 못난 쥐의 양분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우등생과 열등생,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잘생긴 자와 못생긴 자, 정상인 자와 아닌 자.... 이 세상의 수없이 많은 잣대들이 모든 생각과 사물을 양분하고 있다. 이같이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이 만연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빠른발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바라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관대로 살아가는 빠른발은 수많은  규칙과 체계 속에 매몰되어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종의 탈출구와 해방감을 만끽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몇 개의 단조로운 색깔의 판화를 이용하여 회색빛의 암울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다만 빠른발의 꼬리에 묶인 빨간 리본만 빼고는 말이다. 애드 영의 일곱 마리의 눈먼 생쥐의 일러스트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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