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악몽 - 박성우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켓처럼 끓여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난 시절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시험날 코앞에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학교에 안갔으며... 저 대기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내 뇌를 조작하여 시험 볼 범위의 내용들을 집어 넣어줬으면.... 우연히 불의의 사고를 당해 지금 병원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기억들이 허공에 떠돌아 다닌다 이렇게 첫 시를 시작으로 시인은 아이들의 생활 속으로 슬며시 다가간다. 꼭 그런다 - 박성우 두 시간 공부하고 잠깐 허리 펴려고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자냐? 영어단어 외우고 수학문제 낑낑 풀고나서 잠깐 머리 식히려고 컴퓨터 켜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게임하냐? 일요일에 도서관 갔다와서는 씻고 밥 챙겨 먹고 나서 잠깐 쉬려고 텔레비젼을 켜면 밖에 나갔던 엄마가 들어온다 - 또 티브이 보냐? 정말 꼭 그런다. 이렇듯 시인은 아이들의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들여다보고 있다. 지친 일상에 한마리의 곰이 되어 겨우내내 잠만 자고 싶은 아이 - <한 마리 곰이 되어> 신나게 가출을 계획하지만 책상앞에 앉아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아이 - <신나는 가출> 서울대에 들어간 옆집 오빠때문에 괴로운 아이 - <서울대> 친구에게 매번 돈을 빼앗기다 큰맘먹고 반항했다가 얻어터졌지만 기분만은 좋아진 아이 - <뭘 빌려줘>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집이 경매에 넘어가 이사가야만 하는 아이 - <가벼운 이사> 학교를 때려치고 나왔지만 돈벌기도 힘들고 친구들도 만나주기는 커녕 전화도 받지않아 하루하루가 끔찍한 아이 - <그깟 학교> 남자애들 거시기가 커지면 몸무게가 늘어날까 안들어날까 궁금한 아이 - <정말 궁금해> 이 년 사귄 오빠에게 차이고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는 아이 - <두고 보자>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내 청소년 시절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내게로 나가왔다. 이 시집은 요즘 아이들은 이해 못하겠다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려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학교등수나 대입의 경쟁에 매몰되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내 옆에 앉아 문제집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친구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고등학생인 조카에게 이 책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