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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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좋은 책은 그 안에 여러가지의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이리라.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낸다.

 

조선 후기의 문인 김려는 자신의 옛벗 이옥의 아들 우태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돌아보게 된다.

그와중에 김려 자신이 지난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주위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삶이 아닌 본래 생각했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런 의미에서 나이든 김려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성장은 그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듯하다.

 

'탄재의 칼'이라는 일화를 을 통해서는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우리에게 남긴다.

 

전반에 흐르는 배경은 그 당시의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오만한 공무원들의 탐욕과 부패, 정치현상을 묘사하고있다.

그당시나 지금이나 200여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이옥과 김려의 글을 짧게나마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옥의 글에서는 삶의 향기와 체취가... 글읽기와 글쓰기의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김려의 성장을 통해 한 인간의 성장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므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며.

 

'탄재의 칼'을 통해서 친구간의 우정을 되돌아보고,

 

조선후기의 시대상을 바라보면서 왜 민중들은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 당시 연암 박지원의 글은 되고 이옥의 글을 안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비교해 본다면...

 

그들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자못 기대된다.

 

왕가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이야기가 드문 시절 이 팩션의 등장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먹은 누룩으로 빚은 술이 결코 아니고, 서책은 술통과 단지가 결코 아니거늘,

                       이 책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랴!

                       그 종이로 장독이나 덮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기를 사흘,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다.

                       위장 안의 비린 피를 깨끗이 쓸어 버리고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 주어,

                       나도 모르는 사이 별천지로 빠져들었다. 아아! 이것이 술지게미 언덕 위에

                       노니는 즐거움이니, 절묘한 시어에 깃들여 살아감이 마땅하도다.

                                                                                          <p.115  이옥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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