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를 위하여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30
이상권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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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는 빨간 꽃들이 몇 송이 피어있고 연초록으로 색 입혀진 몇 그루의 나무와  조금 더 짙은 초록색의 단풍잎 그리고 그 사이를 날고 있는 빨간 파란 반점이 있는 나비 한 마리!




이 책의 표지이다. 책의 표지를 살피고 책을 두르르 넘겨보았다. 때때로 페이지의 말미에 작은 공간을 할애하여 동물이나 식물의 세밀화와 그에 대한 설명이 주석처럼 나와 있다. 나비나 나방에 대한 생태동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그 속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 있었고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있었다.




이야기는 억센 장맛비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고치 안에서 수컷나방 한 마리가 우화하여 암컷의 페로몬을 좆아 짝짓기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알 낳을 장소를 찾아나선다. 그리고는 태어날 애벌레들이 안전하고 충분히 먹을 것이 있는 장소에 열세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열세마리의 애벌레들의 삶이 시작된다. 그와 더불어 숲은 그들과 관계맺기를 시작한다. 동고비, 곤줄박이, 박새, 청설모, 박쥐, 고양이, 사마귀, 베짱이, 톱사슴벌레, 게거미, 뱀허물쌍살벌, 자벌레, 고치벌, 오리나무, 밭배나무, 진달래나무, 산초나무, 신갈나무. 이들은 개별적으로 각각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숲의 거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들 누구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계맺기를 시도한다. 이 또한 작가의 저력이리라.




숲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들이 꾸려나가는 또 다른 세계! 그 세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 내 잎을 갉아 먹는다고 구박하지도 않는다. 돌멩이에 얻어맞은 듯한 후두득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몸이 날아갈 버릴 정도의 성난 바람에도 저항하지 않는다. 나뭇가지로 짓궂게 장난을 치는 사람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다. 살아남았으므로 다시 삶을 이어간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잉태한다.




시간은 흘러 생명의 주기가 다하는 늦가을이다. 사마귀와 실베짱이가 우연히 같은 잎사귀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시기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하나는 그의 포식자요, 하나는 그의 먹잇감이다. 그러나 그 둘은 누구도 잡아먹으려 들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그들은 초연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와있음을...




이 책은 생태소설이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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