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토요일은 모처럼 찾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양천도서관에서 800으로 시작되는 문학코너의 책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고 읽고 싶었던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양천구민임이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물론, 출판사에서 받은 신간서적이 아니니 리뷰 쓰기에 대한 부담이 없어 더욱 좋다. 순전히 내가 받은 느낌만을 가감없이 기록한다면 책을 읽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당분간 영혼의 양식이 되어줄 책읽기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벅차다. 도서관에서 만난 두번째 책 파울로 코엘료의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는 카톨릭의 영성과 신성을 심도깊게 다루면서도 그 본원적인 주제는 남녀간의 사랑인 것 같다.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결론과 달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끝내 신이 내린 소명을 위해 사제의 길을 걸어 나가는 젊은 신학생.. 평생을 맞바꿔도 좋을만한 일주일간의 찬란한 사랑을 경험했던 필라르의 애절한 사랑.. 그 사랑을 반추하기 위한 피에트라 강가의 절규를 연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행복한 결말이라.. 싱겁기 짝이 없다. 불가능한 사랑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불가능한 사랑을 두려워하는... 조심해.. 저수지의 틈을 조심해.. 틈이 생기면 이 세상 어느 것도 막지 못해.. 사랑은 저수지와 똑같아. 한 방울 물이 스며들 틈만 주어도 조금씩 둑을 뚫고 들어와, 순식간에 급류를 이루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사랑한다는 것은 통제력을 잃는거야. 신은 천 개의 이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야. 그 분을 부르기 위해 그중 한 이름을 선택하는 것뿐이지. 삼 층에서 떨어져도 백층에서 떨어지는 것만큼 상처를 입어. 만약 떨어져야 한다면 아주 높은데서 떨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