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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블로그를 찾아와 뒤적거리고 읽고 가던 아이 하나가 책을 가져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추리작가로 유명한 저자의 작품이고, 편지..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향수를 느끼며
읽어 내려갔다.
아이의 말대로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라기보다는 주인공 나오키의 고통에 통증을 느끼며
과연 내가 나오키의 주변인이라면 책속에 등장하는 나오키의 주변 인물들보다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자기반성을 하며 읽어갔다.
마치 도스도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서두를 연상시키는 듯한 노파와 형의 등장,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돈을 훔치려다가 노파를 죽이게 되는 형,
동생에게 텐진군밤을 주기 위해 다시 들어간 일이 노파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게 되는데..
예측불허의 일들, 한치 앞도 모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한 인간의 의도와 계획안에
전혀 들어있지 않았지만 일어난 살인, 그로 인한 피해자와 가족,
평생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 가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자기에게 쏟아지는 사회에서의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결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오키는 결국 형에게 절연을 선언하는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삶은... 우리에게 찾아드는 일련의 일들과 마주한 모든 사건들은...
돌이켜보면 저자의 말처럼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는,
이걸 얻으려면 저걸 얻을 수 없는 게임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저자는 나오키가 감옥 공연에서 '존 레논'의 imagine 을 부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나오키의 목소리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지만...
형, 우리는 왜 태어난걸까
형,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리가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둘이서 어머니께 밤을 까드리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