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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미 동화로 출간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가 하늘색 양장본으로 새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따스한 감성을 글속에 담아내는 동화작가 김려령의 작품이다.
이 동화는 상처를 가진 건널목 아저씨가 고통에 지쳐 쓰러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삶의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원작동화에 들어간 멋진 그림들이 빠져서 서운하기는 하지만 그 감동의 깊이는
줄지 않는다. 마치 실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글이 살아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건널목 아저씨를 만나고 싶다.
아저씨의 불행한 운명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위로의 눈길을 보내고 싶어진다.
칠 년 전 동화작가로 등단한 오명랑은 이후 이렇다 할 작품 없이 빈둥대다가
식구들의 눈총을 받고 아이들을 모아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연다.
이야기 교실의 첫 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어야 하는데...
동화부터 자기계발서, 고전, 소설, 심지어 국어사전 까지 어디에도 적당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문득 자신의 가슴에 꽁꽁 박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떠올랐고 자신과 가족의 아픈 이야기로 진심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명랑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숨겨놓은 이야기를 가슴속에서 꺼내 들려줌으로써
부끄럽고 누추해서 숨기고 싶은 가족사와 여전히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건널목 아저씨'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의 응어리들을 풀어 나간다.
'"안돼, 안돼!"
건널목 씨가 도로를 막 건너려는 쌍둥이 형제의 팔을 꽉 잡았어.'로 시작되는
동화는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여러 상상을 하게 한다.
공사장에서 쓰는 노란색 안전모에 빨강, 초록으로 신호등을 표시하고 돌돌 만
카펫을 도로 위에 깔고 달리는 차들을 향해 호르라기를 부는 아저씨 때문에
아이들은 아리랑 아파트 후문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쌍둥이를 잃었던 아저씨는 무단횡단으로 인한 희생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전국을 떠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심한 부부싸움을 하는 집의 딸 도희와 지하방에 살던 태희와 태숙을
돌보는데... 가출한 태희의 엄마가 돌아오고 건널목 아저씨는 자취를 감춘다.
아이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건널목 아저씨를 만날 수 없었지만 언젠가 반드시
만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짧지 않은 나의 생에서 건널목이 되어준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다...
부모님을 비롯 시부모님, 남편과 아이들, 형제들, 벗들과 이웃,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
내가 받은 그 많은 사랑을 세상에 조금이라도 갚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건널목이 된 적이 있는가......
건널목 아저씨는 세상에 덩그라니 놓인 태석이와 태희한테 건널목 같은 어른이었다.
살기 힘든 세상을 조심해서 건너면 된다고 다독여 주는 건널목 같은 어른...
아이들은 힘들게 자랐지만 사랑과 배려, 그리고 보살핌을 받았다는 따뜻한 기억으로
세상이 따스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고인 사랑을
남에게 베풀 것이다.
고통에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을 살게 하는 것으로 살아갈 이유를 얻는
건널목 아저씨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숨은 건널목 아저씨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래본다.
또한 상처입은 모든 이의 마음이 데워지고... 살아갈 용기를 얻고 우뚝 서게 되기를...
"어쨌든, 너희 혹시 검은색 카펫에 흰색 페인트로 건널목을 그려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니는
아저씨 본 적 없니? 비슷한 사람이라도 보면 꼭 알려 주면 좋겠어. 부탁해. 꼭." ~ 1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