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홀로서기 - 나는 정말 한국 사람일까?
조월호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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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홀로 서기>는 사람의 향기가 나는 책이다. 

저자 조월호는 나이 육십이 되고 세상을 떠나야 할 때 흔적을 남기고 싶어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도 퍽이나 다양하다.

그녀는 넉넉하지 못함에도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방식으로 시간과 정성, 노력과 마음을 아낌없이 베푼다.

바르지 못한 일에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이 사람이 사는 법이 어떠한가...

낯선 미국 땅에서 이혼한 여자 혼자의 몸으로 입양아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 양딸 진주는 조월호의 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하며

그 이름에 걸맞게 살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다른 무엇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폐결핵을 고치기 위해 미국에 가야 했고 미군과 결혼했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그녀는 조산아여서 2kg도 채 되지 않은, 인큐베이터에 있던

아이를 운명이라 여기고 입양한다.

"하얀 눈송이처럼 사뿐히 내 인생에 내려앉아 내 기쁨이 되고 내 목숨이 되었다"

진주 엄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가슴으로 낳은 딸 진주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뭉클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다가 이혼을 결심한다.

딸 진주, 엄마와 함께 멤피스에 작은 바느질 가게를 열어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미국인들에게 다가서고,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터로 나가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해결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때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면서 여전히 토요일마다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김치를 나누어 준다.

미국 생활에 익숙해졌고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지만...

그녀는 지난 날 서럽고 가난했던 해남의 월세방 시절, 굶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고 꽁보리밥으로 끼니를 이어가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가끔 자신이 전생에 보잘것 없이 작고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힘든 일이 닥쳐도 그냥 굴러 넘어가자는 식으로 '내가' 하면 된다고 우기는 그녀.

그녀는 홀로 서기를 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하고 다시는 같은 문제로 고민하거나 그 위치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멤피스 교민들 사이에서 '만물박사'이고 이민국 사람들에게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는 그녀는 그녀 자신도 현재진행형인 자신의 홀로서기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녀가 맛깔스럽게 풀어놓는 에피소드들은 흥겹다.

결혼 50주년 이후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혹시 찾을까봐 길거리에서

지나는 차들을 보며 손을 흔든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녀가 만든 김치 맛에

반해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매운 김치를 먹는 미국인들,

가슴으로 낳은 딸 진주에 대한 사랑과 늙은 엄마에 대한 효심, 오랜 시절 이어온

해남 친구들과의 우정, 생일이 같다는 이유로 친해진 미국 친구 등등

사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차고 넘쳐 흐른다.

그녀는 둘러 보면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 사는 동안 내내 감사만 하면서 살아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한다.

참 좋다. 그녀의 긍정 바이러스가 내게도 옮겨진다.

 

그녀는 오십 번째 생일에 런던 여행에서 생선을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파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93세로 아내가 세상을 뜬지 20년이 지났어도 다른 여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할아버지. 그는 유난히 뚱뚱해서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다시

만날 저 세상을 그리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아가씨!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오십 세의 아가씨이군요.

내 말을 믿으면 되요. 날 따라해 봐요.

'나는 안팎이 모두 아름다운 오십의 아가씨다."

 

나도 가만 뇌어본다.

"나는 안팎이 모두 아름다운 오십의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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