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개정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마음을 두드리는 말이다.

행복이 옆에 있다면 그와 함께, 내 안에 있다면 그를 안고 가겠다.

혹여 없다면... 저자의 말대로 만나러 가겠다. 그곳이 어디건.

사진작가들이나 여행작가, 혹은 여행자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테마기행을

볼 때마다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사람들이 참 좋아 보인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지 모르지만 떠나고 싶을 때 툭툭 털고

떠날 수 없는 나로서는 엄청 부러운 직업으로 여겨진다.  

프리랜서 여행작가인 최갑수의 포토에세이집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를

읽으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흐르는 시간속에 머무르며 자신이 만났던 위로의 순간들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홀로 마주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전한다.

수려한 필력은 미세한 흥분과 들뜸 그런가 하면 어느새 놀랍도록 가라앉은 마음까지

세세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이 내내 설레인다.

이사람의 사는 방식을 알 것도 같다.

주머니에 당장 돈이 없어도, 은행 잔고가 곧 바닥이 나더라도 그는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오늘 거듭 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가 세 번이나 루앙프라방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모든 시간들이 느리고, 느리게 흘러간다.

오늘은 현실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이모작을 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물음에 필요하지 않은데 왜 하느냐는 그들의 답은

남은 것을 불리우고 살찌우려는 현대 산업사회의 정서와 다른 삶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현재의 시간마저 담보잡힌 사람들의 편에서

볼 때 그 곳 루앙프라방은 세상과 동떨어진 천국인 셈이다.

이십 분이면 도시의 끝에서 끄트머리에 이를 수 있는 곳, 지도를 펼쳐들고

골목 곳곳을 누비며 창문들의 모양을 살피고 이름을 지어 붙이고 싶다.

도시 밖으로 나가는 커다란 모험도 하고 싶고 여행자들처럼 언제고 떠날 것처럼

도시의 곳곳을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들과 만나고 싶다.

밤이면 열리는 마켓에서 수줍은 부름을 듣고 뒤돌아보면 어색한 웃음과 더불어

슬며시 손을 거두는 그들의 순박함과 만나고 싶다.

게스트하우스의 지붕을 두드리는 낯설은 빗소리와 함께 잠들고 순간 순간에 따라

달리 흐르는 메콩강의 모습도 보고 싶다.

 



 

소제목에 오래 머무른다.

저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참의미는 시를, 사유를 길어내는 시간들이 아닐까.

 

마음을 움직이는 소제목들

 

가령, 이런 아침

그들은 조용히 미소짓고 있지

외로운 당신

바람도 쉴 곳이 필요해 그래서 미루나무 숲으로 흘러들지

오래전부터 간절하게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건 약간의 용기

오늘은 누군가 기분좋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우리는 모두 고독하지

꽃 한 송이의 영혼으로

내가 아팠다. 세상이 아팠다

당신과의 인연도 다음으로 미뤄버린건 아닐까

우리는 내내 이별하고 있었구나

그냥 우세요

한 번쯤 길을 잃어볼 만하지 않아?

우린 모두 다른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지

행운은 누구에게나 필요한거죠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순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편안함과 여유가 묻어나온다.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순수가 아름답다.

빠른 문명의 땅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곳, 루앙프라방...

여행자의 사색을 만나는 즐거움이 참으로 컸다.

그곳에 가고 싶다.

우리 생은 때로 물음표보다 느낌표를 원한다.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시간의 실체를 느끼고 생의 한때를 보내는 것을

기꺼워하자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여행지에서 골목의 창문들을 보며 자신이 집을 지으면 가장 아름다운 창문을

만들고 창문 너머에서 천천히 늙어가며 창문에 스며드는 꿈결같은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며 자신의 일생은 창문을 두드리며 불러줄 한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고,

살아가는 것이 자신을 닮은 창문 하나를 갖기 위해 시간을 고스란히 바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길, 반딧불, 풀벌레 소리, 모래 위의 발자국, 맨발의 감촉, 새벽의 순수,

사원의 종소리, 그 위에 머물럿던 슬픔, 계단 위에 내려앉는 햇빛,

우리 이마를 덮었던 구름의 그림자,

그 순간 잠시 흔들렸던 생의 어느 한 순간...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당신이 생을 꼭 껴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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