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예수
칼릴 지브란 지음 / 프리윌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 <예언자>의 저자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레바논 북부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지 베챠리는 산세가 험하고 예수의 탄생지와 인접한 지역이다.

가난과 터키의 폭정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그는 로댕과 블레이크가

인정하는 재능 넘치는 화가였지만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그림이 아니라

1923년 세상에 나온 잠언 시집 <예언자>였다.

20세를 전후하여 영어로 쓰기 시작해 20년 만에 완성한 <예언자>는 타고르의

<기탄잘리> 이래 동양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작품인 <사람의 아들 예수>, <눈물과 미소>, <예언자의 동산>, <이 땅의 신들>,

<방랑자> 등은 사람들에게 시공을 초월하는 진실을 제시하고 글이 가지는 힘과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철학자이자 시인이면서 소설가, 화가이기도 한 그의 글은 <사람의 아들 예수>에서

그가 피력하고자 하는 예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넘친다.

그러기에 <사람의 아들 예수>는 '지브란에 의한 복음서'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지브란은 책의 곳곳에서 고향인 레바논의 땅과 흙, 꽃과 나무들, 바람과 지는 해,

고향의 흙바람 속에 선 예수를 묘사한다.

그는 삶의 매 순간 예수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요한, 마태, 나다니엘, 막달라 마리아, 라헬, 아리마테아의 요셉, 야고보, 니고데모,

도마, 철학자, 시인, 빌라도, 안나스, 바라바, 유다와 유다의 어머니 등등

그들은 자신들의 생의 한 순간에 빛으로, 사랑으로 존재했던 예수와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말하며 햇살같은 온화함을 지닌 예수, 영혼의 힘과

놀라운 권위를 가진 예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물론, 이 모두는 성경을 토대로 하고 있으면서 상당 부분 지브란의 작가적인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독백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살과 뼈가 있는 사람의 아들 예수, 

고통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 예수의 면면에 대해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수와 만났던 모든 이들에 대한 이해 즉,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짐을 느낀다.

지브란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 엄마 마리아, 바라바 등 모두에게 숨과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있는 현재의 인물로 소생시킨다.

역사 너머 2000년 전에 존재했던 옛 사람들이 바로 오늘에 살아 숨쉬는 것이다.

 

지브란은 책의 초입에 여성 제자였던 라헬의 입을 빌어

예수가 육신을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우리 마음 속의 정신인지,

혹은 인간의 신념 속에 들어온 어떤 이상인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환상에 살을

붙이고 목소리를 담아 우리 자신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실체를 만든 것이 아닌지 회의한다.

그러나 다시 그녀의 입을 빌어 세월의 강물이 아무리 흘러도 사랑이고 진리이신 그분

자체에 대한 기억은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유다의 어머니 시보레아는 아들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후 양심의 가책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지만 그는 단지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으려 했다고 말한다.

"저는 그 애를 사랑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무척 아픈 것이군요. 만약 사랑이 육체 속에 있다면 저는 뜨거운 인두로

제 몸을 태워 그 무감각 속에 살고 싶지만 사랑은 영혼 속에 있고 제 손이 닿질 않습니다."

 

"오 하느님, 어찌하여 당신은 저를 빛 하나 없는 불길 속에 던져 태우십니까?

당신은 왜 갈릴리 사람에게는 미지의 땅에 대한 열망을 주시고 제게는 동족이나 가족을

버리지 못하는 욕망의 짐을 지우셨나이까? 저는 날개 없는 이 인생에 곤고합니다.

저의 눈물로 강을 이루어 저를 고통의 바다로 흘러가게 하옵소서." ~ 유다

유다의 고백을 보면 지브란의 유다에 대한 연민이 얼마나 지극한가를 보여준다.

예수를 배반했던 자신의 치욕스러운 행위에 영혼이 아팠을 그의 처지가 한없이

불쌍하게 여겨진다.

 

예수는 제자들과의 이별을 예고한다.

"사냥 당할 수사슴은 사냥꾼의 화살이 자신의 가슴에 박히기 전에 이미 그것을 알고

강물은 바닷가에 이르기 전에 이미 바다를 알아차리느니라.

사람의 아들은 인간의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노라."

 

"저는 올리브나무 숲 사이를 뚫고 혼자 달아났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두려움 외에는 그 어떤 내면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어떤 용기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숨을 곳을 찾아 두 세 시간을

도망치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저는 제가 여리고 마을 근처에 와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제가 왜 그분을 두고 도망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저는 그분을 배신하고 만 것입니다.

결국 그분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고 그분의 피는 이 땅을 적셔 대지를 새롭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살아서 그분이 이 땅에 실현시킨 자비로운 삶의

은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 야고보

 

"나는 이제 압니다. 그를 죽이라고 아우성 친 사람들이 나에게 영원히 계속될

고통의 짐을 지웠다는 것을. 그분의 십자가에서의 고난은 수 시간 만에 끝났지만

나는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십자가에 못 박혀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바라바

 

"저는 가끔 그분이 풀잎을 만지려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 마음의 귀로 그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작고 푸른 생명아, 내 나라로 함께 가자. 너는 내 나라에서 베산의 떡갈나무처럼,

그리고 레바논의 삼나무처럼 자랄 것이다.'" ~ 시인 루마노

 

'그로부터 1900년 후 레바논에서 온 사람'으로 시작되는 지브란의 기도는  

하느님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무한한 사랑의 표현으로 참으로 아름답다.

"그들은 당신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닮아 가려고 합니다.

당신의 눈물은 5월의 소나기와 같고 당신의 웃음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같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씀들을,

소나기와 파도의 입을 통해 아득한 속삭임으로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아직 웃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그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먼저 웃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직 젖지 않은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먼저 눈물을 흘립니다.

주님이시여, 우리 외로운 날에도 끝없이 자비로우신 이여.

당신은 오늘도 이 땅 이곳저곳을 걷고 계시며 당신을 열망하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심을 압니다.

사람의 아들 예수의 이름으로 구하오니,

부디 우리가 지은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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