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클로이>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파격적인 영상미를 표현하는 캐나다의
아톰 에고이안이 연출을 맡았다.
오래 기억될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잊지 못할 명연기를 선보였고
<테이큰>에서 유괴된 딸을 되찾는 아버지 역할을 실감나게 표현한 리암 니슨이
음대 교수역을 맡아 열연한다.
<세비지 그레이스>, <눈먼 자들의 도시>등의 이지적인 줄리앤 무어가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 캐더린 역을 맡아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녀는 창백한 낯빛으로 의심과 죄책감, 질투와 숨겨진 내면의 욕망을 표현한다.
<맘마미아>에서 밝은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팜므파탈의
클로이를 연기, 구불구불하게 풀어헤친 금발머리와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파란 눈동자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산부인과 의사인 캐더린은 명망있는 대학교수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두었다.
영원히 사랑하리라 믿었던 남편과의 사이는 예전같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린다.
언제나 19세일 것 같지만... 거울을 쳐다보는 순간마다 자신이 나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품안으로 조르르 달려들던 자식은 사소한 말에도 핏대를 세우고 자신의 세계에 엄마를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흰 머리카락과 주름마저도 멋있어지는 남편에 비해 자신의 모습은 날로
매력을 잃어간다. 사랑으로 충만했고 젊음 자체로 아름답고 화려하던 시절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다.

캐더린은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클로이에게 휴지를 주고 클로이는 죽은 엄마의
유품인 은색핀을 건넨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많은 남자들에게 치여 지친
클로이는 캐더린의 따뜻함에 마음을 연다.
젊음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클로이...
캐더린은 클로이에게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고 묻는다.
"상대방의 아주 사소한 장점을 보려고 해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누구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둘은 가지고 있죠. 그래선지 별 일이 다 생겨요.
당신같은 사람이 내게 걸어들어와요."

남편은 외도하는 것일까...
의문과 의심에서 시작된 감정들은 차츰 질투로 확산되어 간다.
캐더린은 매력적인 클로이에게 돈을 건네며 남편을 유혹했을 때의 반응에 대해
알려 주라는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클로이는 캐더린의 사랑을 얻기 위해 데이빗과의 일들을 거짓으로 꾸미는데...

남편이 외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캐더린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캐더린과 데이빗은 오랫동안 서로의 벽이 어떻게 서로를 가로막고 멀리 하게 했는지에
대해 털어놓는다.

캐더린의 사랑을 얻을 수 없었던 클로이는 그녀의 모습을 닮은 아들에게 접근하여
아들 마이클의 마음을 빼앗는다.
치명적인 클로이...

아들과 가정을 지키려는 캐더린...

욕망을 부여잡으려 했던 클로이도,
젊음을 잃어가는 자신을 직면하지 못하고 남편을 의심했던 캐더린도 모두 외롭다.
외로움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속을 떠돌아 다니는, 살아있는 한 같이 존재하는 외로움은 인간의
영혼을 깊어지고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나 때때로 괴물이 되어 욕망으로 고여 있다가 치명적인 독소가 되어 그 자신을
해치기도 하고 일탈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캐더린의 지독한 외로움이 클로이에 의해 치유가 되었다면 클로이는
어느날 우연히 만나 한 존재를 구원하고 사라지는 빛이 아니었을까...
감독은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영상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숨김없이 파헤친다.
자신의 경계를 잊고 허물어져 가는 캐더린의 미세한 감정선의 이끌림대로 가다 보면
감독의 의중대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에 감춰진 욕망과 만나게 된다.
지독하게 외로운 영화이다.
캐더린의 눈을 보면서... 창문을 버티던 손을 살며시 놓으며 자조적이고 슬픈 미소를
띠고 사라져가는 그녀 클로이의 쓸쓸함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