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 - 21세기적 감성으로 접근한 셰익스피어 전문가의 재해석 메시지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7
안병대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나약하기 그지 없고 유한해서 허무하며 먼지처럼 살다 없어지는 인간 존재의

슬픔을 궤뚫는 그의 통찰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세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언어로 시대와 세상, 인간과 그들의 삶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기록했으며 무대에 올렸다. 

그는 샘솟듯 끊임없이 작품을 썼고 사극 10편, 희극 13편, 비극 10편,

로맨스극 4편, 총 37편의 극작품과 장시 4편, 소네트 154편을 내놓았다.

모든 작품 가운데에서도 그의 비극들은 심장을 뒤흔들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비극은 선과 악, 사랑과 질투, 허영과 의심, 분노와 죽음에 이르는

주제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 든다.

그리스 작가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 인간의 행.불행을

결정한다고 생각했고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운명의 거센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스러져 갔다. 반면에 셰익스피어는 인간을 파국으로 이끄는 원인이 인간

자신에게 있다고 보았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 정열, 탐욕,

선과 악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인생의 어느 한 고비에 처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후회하고 가슴을 치다가 죽음을 선택하고야 만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에게 선과 악이 강하게 발화된 강렬한 성격을

부여한다. 주인공들의 뜨거운 욕망이 타올라 스스로 산화되고 장렬하게

스러지는 순간, 관객들은 몸서리치게 두려운 가운데에도 그 슬픔에 깊이

동화하게 된다.

주인공들의 고통으로 처절한, 지친 자기 영혼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보며 느끼며 그들에 비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거듭 창조된 비극 속의 인물들 모두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다.

 

"햄릿은 복수라는 수행과제를 부여잡고 번민하고 맥베스는 악랄한 자신의

과오를 상기하고 양심의 송곳에 찔려 내적 고통에 빠진다.

오셀로는 의심과 질투의 화염 속에서 몸부림치고 오만한 리어왕은 잘못된

판단으로 배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 15쪽

 

"삶, 죽음, 인간, 인생, 우주에 대한 명상록, 그것이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다.

강렬하다. 무엇이 이만큼 강렬하게 삶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슬픔이 있으되 우울하지는 않다.

그 자체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 18쪽

 

저자는 희망을 보여주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자신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 비극의

현장을 떠날 수가 없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저자가 30년 이상 긴 세월 동안

세익스피어를 보듬고 살았던 이유일 것이다.

한사람이 평생의 시간을 들여 알고자 했던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에 대해

별다른 수고 없이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4대 비극을 통째로 맛보았다.

네 편의 비극을 보며 작가와 함께 셰익스피어와 긴 대화들을 나눈 듯 하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 참으로 컸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에 숨어있는 악을 보고자 할 때 언제나 두렵고도 설렌다.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어찌할 수 없는 악, 그 존재들을 맞닥뜨리는 순간,

나는 내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이들을 알고 이해하게 될 것 같다.

비극에 마음이 빼앗기는 이유이다.

 

평이한 해설 속에 저자와 작품 속의 주인공들, 혹은 저자와 셰익스피어와의 가상대화를

실었다. 곳곳에 작품의 이해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 불후의 명화들이 소개되어 눈이 즐겁다. 

원문과 더불어 대화체로 소개하는 무대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생생했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제 연극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생각하며 꽃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상상한다고 한다.

꽃이 다시 피지 않는다면... 따지고 보면 인간도 그와 같은 슬픔을 가진 존재이다.

우리 모두는 한정된 시간 동안 분수 없이 찧고 까불다 무대를 내려오는 배우와 닮았다.

불멸하는 인간이란 없으니까...

인간은 완벽하지도 않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도 없다.

우리의 운명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운명의 실타래가 엉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삶을 셰익스피어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의 심연을 바닥 끝까지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탐색한 것을 기록했다. 그는 10편의 비극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코리오레이너스>,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자신의 비극을 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버나도 ; "거 누구냐?"

프란시스코 ; "넌 누구냐?" (<햄릿>, 1막 1장 1-2행)


 



 셰익스피어 초상화

 

목차

1장 ; 400년 동안 살아 있는 사람

1.한가한 땅에서 태어난 대담한 사람

2.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연극에 미치게 만든 사람

 

2장 ; 햄릿의 마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1.햄릿이 아닌 사람은 없다

2.빛은 감춰진 것을 드러나게 하고

 

3장 ;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사랑, 오셀로의 "죽이고 사랑하리라"

1.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사랑을 알까

2.슬픔과 두려움이 요동치는

 

4장 ; 리어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1.모든 고통은 내 안의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2.참을 수 없는 세상이 있어

 

5장 ; 멕베스는 우리 가까운 곳에 있다

1.불안이 지배하는 세계

2.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

 




오셀로 ~ "죽이고 사랑하리라"    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사랑을 알까...

 

"누가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젠 다 틀렸습니다.

제 손에 칼이 쥐어 있다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제 제 인생 여정은 끝났습니다. 

 여기가 저의 목적지, 제 인생 항로의 마지막 종착지입니다." ~ (<오셀로> 5막 2장)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에 맞서 싸워 물리치는 것이

장한 일인가? 죽는 건 잠드는 것, 그뿐 아닌가. 잠들면 우리 마음의 고통과 육체에

끊임없이 따라붙는 온갖 고통이 모두 끝난다.

이건 열렬히 바라는 삶의 결말이 아닌가." ~ (<햄릿>3막 1장)

 

리어 왕이 코딜리아의 주검을 안고 비틀거리며 들어선다.

"울어라, 울어라, 울부짖어라! 아, 너희는 돌같은 인간들이냐!

이 아이는 영원히 갔어. 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아. 얘는 죽어 흙이 되었어.

아니다. 거울을 가져 오너라. 살아 있다면 거울에 입김이 서리겠지.

깃털을 가져와라. 깃털이 움직인다. 얘가 살아 있어! 아니다. 이제는 영원히 갔어!

코딜리아야! 조금만 기다려라, 하!아, 불쌍한 내새끼, 넌 이제 영영 돌아오지 않겠지,

영영, 영영, 영영, 영영, 영영!" ~ (<리어 왕> 5막 3장)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 하루하루는 역사의 최후의 순간까지 시시한

걸음으로 기어가고 있고, 우리의 모든 어제는 바보들에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어 주었지. 꺼져라 꺼져, 얼마 남지 않은 촛불아! 인생이란 단지 걸어가는

그림자, 무대 위에 있는 동안은 뽐내며 떠들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가련한

배우에 불과한 것, 인생은 바보가 해주는 이야기, 소리 높여 흥분해서 지껄여대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 (< 맥베스 5막 5장)

 

"셰익스피어는 불완전한 인간의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어했다.

그는 욕망이 불타고 있는 마음의 늪 속으로 주저 없이 깊이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위대한 비극이 탄생했다. 그 기록은 '인간은 무엇인가'. 이다."

  ~ 23쪽   400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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