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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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살아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예쁜 흑인 소녀가 망고조각을 들고 바라보고 있는 책의 표지와 제목이 독특하다.

 

소녀 마리아투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여자들은 함께 모여 끼니를 장만했고 남자들은 힘을 합쳐 마을 일을 함께 하고

누군가 죽으면 다들 집에 들어앉아 사흘 동안 슬픔을 나눴다.

염소와 닭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사람들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부산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에서 아이들은 서로 숨바꼭질하며 어울려 놀았다.

그러나... 전쟁이 터졌고 반군이 마을에 오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녀는 열네 살에 마을을 습격한 소년병들에 의해 두 손을 잃었다.

대통령에게 투표할 수 없게 손을 자른다는 반군의 말에 그녀가 의식을

잃으며 '대통령이 뭐 하는 사람이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대목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한 생명이 그리 뭉개어져도 되는지,

왜 그렇게 악이 간단하게 행해질 수 있는지 분노가 치민다.

정부군에 투표하지 마라는 이유로 손을 자르는 일이,

생명을 죽이는 일이 일상적인 일처럼, 세 끼 밥먹는 것처럼 쉽게 벌어진다.

손이 잘리고 팔이 잘려 나간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검정 비닐 봉지를 앞에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구걸을 해야 한다.

 

그녀는 손이 잘린 채로 피범벅이 되어 반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길을 가던

남자를 만난다. 절망의 끝에서 남자가 주는 망고 한조각...

그녀는 잘려진 양손 대신 양팔을 천으로 감싼 곳에 남자가 내려 놓은

망고 몇 조각을 어렵사리 삼킨다.

 

"세상의 끝에 서 있다고 느꼈을 때 나에게는 망고 한 조각이 있었습니다."

 

임신이 어떻게 되는지, 자신이 임신을 한 상태인지도 알지 못했던 마리아투는

원하지 않은 채로 아기 엄마가 되었고 굶주린 아이는 생후 1년이 채 안되

영양실조로 숨을 거둔다.

그녀는 혹독한 시련과 슬픔을 겪었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회고록 <망고 한조각>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많은 소녀들의 이야기이자

희망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마리아투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과 굶주림으로 힘겹고 잦은 내전으로 인한 육신과

마음의 상처가 깊으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사랑과 끈끈한 연대감을 가진

아프리카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에라리온의 희망을 본다.

2002년부터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해 대학생이 된 그녀는 현재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녀가 절망 가운데서 망고 한조각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었듯이

지금 그녀는 다른 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마리아투가 고통 중에서 간신히 삼켰던 망고 한조각은

삶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해서는 안되는 경건한 희망과도 같다는 것을,

나 한사람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순간에도 희망은 사람을 지탱해주는 견고한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시에라리온은 서아프리카 남쪽에 있는 나라로 1961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군사 쿠데타와 반군사 쿠데타가 반복,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에라리온은 오늘날 세계 최악의 빈곤 국가이다.

농촌의 평균 임금은 하루 1달러도 미치지 못하며 기대 수명은 고작 40세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아주 드물다.

대규모 실업과 가난으로 인해 여자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끊임없이 학대받고 있다.

마리아투는 운좋게도 캐나다에 건너가 새로운 삶과 교육의 기회를 얻었지만...

수많은 마리아투들의 참담한 삶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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