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전쟁 -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뤄위밍 지음, 김영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멀리 중국의 역사를 들추지 않고 우리나라의 왕조 시대의 역사를 보더라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벌어졌는지 잘 알 수 있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절대 권력을 얻으려는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과 정치적

명분을 위해 수많은 목숨들이 사라지고 그들 승리자의 이름으로 남은 역사의

진실은 얼마나 왜곡되어 역사속으로 파묻히고 말았을까.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들이 독식한 사실들의 전유물이자 반증일 뿐, 진실과

정의의 이름으로 파고 든다면 단죄받아야 할 사실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대학 1학년 때에 수강생들의 수가 500명 정도를 넘는 정치학 강좌를 들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살아가는데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으로 

4개의 조항을 두고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라고 했다.

1.권력  2.돈  3.명예  4.사랑

그 당시 나는 명예에 손을 들었다. 

한동안 명예는 내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나이가 들고 사랑 하나면 모든 것이 커버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철이 좀 든 것일까. 아직도 뭘 모르는 것일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권력과 돈에 손을 들었고 시골에서 올라왔던 나는

내가 촌스러워서 권력과 돈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나 라는 생각을

했고 과연 삶에서 최고의 가치가 될 정도로 돈과 권력이 좋은 것일까 두고두고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암튼, 권력의 단맛을 맛보지 않을 때와 맛보았을 때의 차이는 범인인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훨씬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주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륜과 지혜가 남다른 그들의 재능을 풀어 써야 하지만 가끔은 권력에 대한 갈망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에 그런 동인이 없다면 그토록 힘든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중국의 고대문학을 연구하고 논문을 다수 발표해온 뤄위밍은 책 <권력전쟁>을

1989년 출간했는데 이 책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중국 역사에서 절대 권력을 누린 11명의 권력자들의 같은 듯

다른 권력의 속성을 잘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오랜 기간 고도의 중앙 집권 전제 제도를 채택하면서 최고 권력을 둘러싼

매우 격렬한 투쟁이 빚어졌다.

전제 정치는 일종의 밀실 정치로 이러한 정치 구조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음모가

늘 끊이지 않는다. 보다 높은 권력을 바라는 자는 매사 신중을 기하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가면서 야망을 달성하고자 한다. 반면, 권력을 움켜쥔 자는

늘 절치부심하면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자 한다.

권력 분배를 둘러싼 투쟁은 통치 집단의 상층에서 더 많이 일어났으며 군신,

부자, 형제, 부부 간에 서로 죽이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요컨대 권력전쟁에서 음모는 뿌리 깊은 현상이다.

도의와는 별개의 문제로 담력과 지식, 정보력, 결단, 그리고 고도의 지략은 권력을

쟁취하는 데에 있어 그 자체로 놀라운 힘을 지닌다.

이 책에 등장하는, 11명의 인물은 모두 지략을 갖춘 모사꾼이자 막강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이다.

욕심이 과해 권력에 치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국가마저도 위기에 빠뜨리는

환관 조고와 서진의 왕후 가남풍, 권력을 지키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어려운 시절 충성했던 신하를 죽이는 한 고조 유방, 자신의 공정함을 드러내기 위해 

아들마저 자살하게 만드는 도덕적 위선자 왕망,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식과 손자를

죽였던 무서운 여인 측전무후, 중요한 순간에 자신감을 잃고 움츠러들어 공든 탑을

무너뜨린 진시황의 아버지 여불위, 장기간 치밀하게 실력을 닦고 인재를 포섭하며

준비해오다 열세를 딛고 과감하게 정변을 일으켜 대권을 쥔 이세민, 중풍을 가장해

자신을 숨기고 있다가 기회를 노려 단숨에 최고 권력자로 떠오른 사마의 등등.

그들 대부분은 때를 기다려 인내하고 필요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전부를

걸 수 있는 두둑한 배짱과 용기,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의 한계를 딛고 재기를 발휘해

한 나라의 대권을 쥐었다.  

권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독특하다. 그는 권력을 서로 다른 성질의 인물로

구성된 집단에서 폭력적 정복을 통해 얻어진 결과로 본다.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11명의 모델 중에서도 권력전쟁의 의미와 가장 부합하는 이는

당태종 이세민의 경우로 보인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권력은 사악한 힘으로 간주했으나 '죄악'으로 규정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당 태종 이세민이 쿠데타를 일으켜 형제인 태자를 제거하고

부황을 핍박해 황위를 이은 것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역사는 이익을 둘러싼 처절한 투쟁의 결과물이며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에 도덕성과 명분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뛰어난 정책을 가진 리더가 쿠데타에 성공하는 것이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했으니 꽤나 혁명적인 이론이 아닐 수 없다.

이세민은 패륜적이고 부도덕한 자신의 행위를 감추기 위해 수많은 변명거리를 만들었다.

이건성과 원길 형제, 그리고 부친 이연을 필사적으로 추악하게 그려내고 이씨 집안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총명하고 도덕군자인 것처럼 묘사했다.

과연 이런 과정을 통해 쓰인 역사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역사 해석학자들이 사료에 적힌 역사 이면의 것을 들여다봐야 하고 그 진실을 캐서

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을 가지는 것은 애초에 정의에 기반해 있지 않은 힘의 논리이다.

쿠데타는 전제 정치제도 하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다 뛰어나고 우수한

정치가가 쿠데타에 성공한다면 결과적으로 역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범상치 않은 이세민은 대권을 잡은 후 권력적인 이익을 고려해 반대쪽의 인재를 등용,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치적에 의한 공과는 잠깐 뒤로 하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암투와 음모는 그 형태나 양상은 달라졌지만 오늘날의 정치 상황과

비교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 환경이 달라져도 인간의 본성이 변화하지 않는 한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과연 권력이 주는 그 마약과도 같은 속성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일찌기 플라톤은 이상국가, 유토피아로 철인정치를 설파했다.

철인과 같은 정치인은 과연 없는 것일까...

과거와 달리 역사와 사람들의 의식이 현저하게 진화한 현대에 철인과 같은 정치인을 

희망하는 것은 권력의 속성을 고려할 때 진정 무리일까...  

권력을 가지되 정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취한 이후에는 사리사욕을 떠나 사람들의

복리증진을 꾀하고 정의, 도덕, 올바른 명분에 의거 정치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까.

 

목차

권력1장 ; 기회가 포착되면 모든 것을 걸어라 ~ 여불위, 여인으로 나라를 사다

권력2장 ; 사람을 꿰뚫고 시대를 걸머쥐어라 ~ 조고, 피바람을 몰고 온 환관

권력3장 ; 쓸모없다면 과감히 내쳐라 ~ 한고조 유방의 용인술(用人術)

권력4장 ; 자신을 성인군자로 포장하라 ~ 왕망, 도덕적인 위선자

권력5장 ; 야망의 발톱은 내면 깊숙이 숨겨라 ~ 사마의, 깊이 숨긴 발톱

권력6장 ; 수단과 발톱은 담대하고 냉혹하게 써라 ~ 가남풍, 방탕한 황후의 살인게임

권력7장 ; 권력에는 금기가 없다 ~ 당 태종 이세민, 영웅의 과감한 결단

권력8장 ; 권력자를 미색으로 다스려라 ~ 측천무후, 능수능란한 베갯머리 송사

권력9장 ; 권력자는 하루 만에도 뒤바뀐다 ~ 송 태조 조광윤, 하루 만에 역사를 바꾸다

권력10장 ; 경쟁자를 결코 허용하지 마라 ~ 옹정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권력11장 ;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현답이다 ~ 홍수전, 태평천국 운동의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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