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아들들에게 더욱 많은 칭찬을 할 것이다.
사소한 잘못에 엄격하게 꾸짖기보다 따스하게 감싸안을 것이며
아이들의 입장과 생각을 먼저 배려할 것이다.
<아바타 아이>의 주인공 호두를 보며 어릴적 사랑스럽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들에게 왜 그리 칭찬과 격려에 인색했는지 후회가 된다.
늘 더 잘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엄마였으니 얼마나 아들들의 삶이 피곤했겠는가.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 을 강요했던 훈육방식과 욕심으로 가득차 분주했던
나의 마음들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동화 <아바타 아이>는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면서
부모들에게는 자신의 훈육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고 올바른
교육 방향에 대해 되묻게 하는 책이다.
과연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경쟁 사회의 틀안에서 부모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아이를 키워야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꿈을 키워 나가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답을 알고 있지만...
아는 답을 쓰면 되는 공부처럼 정답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이 땅의 교육현실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방과 후에 영어와 수학, 국사, 과학, 논술, 피아노,
미술, 체육 등의 과목 과외와 학원을 다니고 학습지를 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것 이외에 거의 전부에서 3~4개의 과목들을 따로 배우고 있는 셈이다.
공부를 잘하고 결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교육현실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어떻게,
어디서 무엇부터 변해야 하는가... 막막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나 역시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서 아이들이 힘들도록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다 보면 얼굴만큼 생각과 개성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학습의 양이 다르고 실력의 편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계에 맞는 적절한 칭찬으로 학습동기를 유발시키는 경우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그 의지는 학습능력을 배가시킨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도 같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적절한 칭찬과 격려, 그리고 일관된 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자긍심과 자율성을
자라게 할 것이다.
저자 최형미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을 찾아내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기 위해
늘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산다고 한다.
아마도 동화작가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고운 감성을
가진 이들임에 틀림없다.
명진출판사의 <움직이는 학교> 시리즈인 <아바타 아이>는 상상의 힘이 넘치는
동화와 어린이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신나는 희곡이 함께 한다.
희곡작가인 강석호는 자신이 쓴 희곡으로 아이들이 연극을 한다는 상상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원작동화에 연극적 상상력을 더한 희곡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그림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하게 한다.

요새 호두는 우울합니다.
특기인 외우기도 통하지 않고 선생님은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섯 살때부터 학습지도 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언제나 진도를 빨리 끝내야 했기에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엄마는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해오라는 호두의 숙제를 대신 해주십니다.
그 시간에 호두는 수학공부나 시험공부를 해야 합니다.
엄마가 도와준 숙제는 선생님한테 자꾸 지적을 받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서투르고 부족해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방학숙제로 기행문을 써야 하는데 아빠의 회사 일이 바빠 여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와 호두는 <지구별 여행자>라는 어느 블로그에 올라 있는 설악산 사진과
여행기를 조금씩 수정해 기행문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으아아!!!! 엄마가 절대 아무도 모를 거라고 했던 블로그의 주인은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시험 전에 선생님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음악을 틀어 주셨습니다.
호두는 잠깐동안 꿈을 꾸었습니다.
입만 있고 눈, 코, 귀가 없는 검은 물체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것만
하라고 재촉합니다.
아바타 아이는 호두에게 혼자 힘으로 숙제나 공부를 못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그림자 나라에 오게 된다고 알려 줍니다.
두려움에 떨던 호두는 마침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깨달으면 그림자 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꿈에서
깨게 됩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내 생각이 없이 그림자처럼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호두는 서술형 문제를 두 세 문제 틀렸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앞으로 더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조금 서투르고 부족해도 숙제도, 시험 준비도 스스로 할 것입니다.
나는 그림자 아이, 아바타 아이가 아니라 단단하고 야무진 아이, 김호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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