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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꽃 - 엄마에게 담긴 50가지 꽃말
김정란.도종환.이기호.천운영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스라엘 속담에 ’하느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우리들이 태어난 고향이자 존재의 원천이다.
책 <엄마꽃>에는 고운 꽃그림과 명언들이 가득하다.
엄마라는 의미에 담긴 50가지 꽃말은 아쉽고 애잔한 추억들과 함께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저자 50명의 기억속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자식을 위해 강해지고 희생만 하는
우리들의 엄마, 세상 모든 엄마들이다.
엄마는 엄마... 라고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차오르는 이름이다.

’당신의 사랑이 나의 사랑에 머뭅니다’ ~ 제라늄, 히아신스’
’짝사랑’ ~ ’나팔 수선화
’어머니의 사랑’ ~ 목화, 당아욱
’자애’ ~ 감꽃
’진실한 사랑’ ~ 물망초
’온화함’ ~ 찔레꽃
’사무치는 그리움’ ~ 황새냉이
’인내’ ~ 매화, 선인장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 해오라기 난초
’이별의 슬픔’ ~ 금잔화
’다시 만나길’ ~ 오미자
’회상’ ~ 아도니스
’영원한 사랑’ ~ 스타디스
’감사합니다’ ~ 달리아
’추억’ ~ 과꽃
’강인함’ ~ 캐모마일
’당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 옥살리스
’헌신’ ~ 헬리오트로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수선화, 팔레놉시스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 분홍동백
’당신이 누구보다도 아름답습니다’ ~ 적색 동백
’영원한 행복’ ~ 복수초
꽃말은 엄마를 닮았고 자식들의 마음과 같다.
세상을 빛나고 가치롭게 하는 엄마들의 존재는 단단한 대지를 파고들어 아름다운
존재로 피어나는 꽃들이다.

엄마, 나의 엄마는 어떤 꽃일까.
주저없이 민들레가 떠오른다.
봄 땅에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는 소박하고 강인하다.
겸손하고 수줍게 땅을 향해 피어나는 민들레는 풀과 같아서 밟혀도 다시 피어난다.
언제나 비우고 또 비워 내던 엄마, 어떤 시련이 닥쳐도 이겨냈던 엄마는
민들레와 참 많이도 닮았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3일 전 간병인을 시켜 포도주를 담게 했다.
매년 직접 하시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깔끔했던 엄마로서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통증이 극한에 달했는데도 좋은 포도를 고르는 것에서 깨끗이 씻고 설탕 양을
맞추는 것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유리병들 여러 개에 포도주를 채우고 지쳐 한숨을 내쉬었을 엄마의 모습이 선하다.
삼오제를 지내고 산소에서 돌아오자 간병인 아주머니께서 냉동실 문을 열어 보였다.
냉동실 안을 가득 채운 커다란 비닐봉지에 싸인 것은 참깨였다.
중국깨를 자식들에게 먹이기 싫었던 엄마는 매년 참깨를 사러 산지에 가시곤 했다.
죽음을 예감했던 엄마는 마지막 깨를 평년보다 많이 사신 것이다.
2005년 엄마는 가셨지만 둘째딸 서울 가기 전에 꼭 전해주라고 신신당부했다는
그 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커다란 참깨 봉지와 포도주를 어떻게 옮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냉동실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깨를 볼 때마다 엄마의 끝없는 사랑을 떠올린다.
엄마의 딸이어서 너무나 감사했노라고...
다시 태어나면 꼭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처럼 사랑하고 헌신하겠노라고
말하지 못했다.
시인의 말처럼 5분만이라도 엄마가 세상에 온다면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엄마를 안고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시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온냐, 내새끼" 라고 말씀하신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담아 놓은 엄마의 오이지와 몸소 기른 청양고추를 먹으며
절박한 엄마의 사랑을 느끼는 딸,
아들의 사고에 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엄마의 맨발을 생각하는 아들,
자정이 넘어 텅 빈 거리의 인도 위에 종이상자 한조각을 깔고 앉아 도로의 차들을
보며 자신을 기다리던 작고 가냘픈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는 딸,
50년 전 모자가 헤어지던 그날 아침 엄마가 자신의 손에 쥐어 보내던 밥 보자기를
건네며 "오마니, 이게 바로 그날 아침 저에게 밥을 싸 줬던 그 보자기입네다."
라고 말하는 초로의 신사,
한글을 모르셨던 엄마에게 시간과 마음을 주지 못했던 죄책감을 느끼는 아들,
팥죽 한사발을 시키고 아침 먹은 것 때문에 속이 불편하다며 싱건지국만을 먹고
싱건지국을 한종지 더 시키던 엄마를 떠올리는 아들,
"아침저녁으로 감을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는다. 말갛게 익은 것이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꺼내서 먹는다."는 엄마의 편지를 떠올리며 웃음짓는 아들...
저자들의 엄마에 대한 기억들은 때로 미소를 짓게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회한에 가득차 있다.
지나간 시절에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를 헤아려 알지 못했고 잘하고 싶어도
이미 이세상에 계시지 않거나 병중이기에 그럴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 생전에 잘해도 아쉬움과 회한은 남으리라.
아아. 꽃과 같은 내 엄니, 내 어무이, 내 엄마... 그립고 보고프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신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