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세계명저 30선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특정 종교를 깊이 믿지 않는 사람도 종교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교적인 것에 막연한 삶의 불안함을 달래 보거나 미래의 희망을 걸기도 하지만...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지의 논쟁은 진화와 창조라는

주제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관점 하에서 종교를 고찰하는 종교학은 학문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앞으로도 한참의 세월이 지나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종교학이 다른 학문의 연구보다 덜 자유스럽다는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연구하는 사람 자신이 경험한 슬픔과 고통, 기쁨 등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에

자신의 종교관이 개입되고 있어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다.

자신과 전혀 관련되지 않은 종교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연구자 스스로의 삶의 태도와 본인의 사유의 흔적들이 담긴 결과물들을 내놓게 마련이다.

인간 각자의 삶에 깊이 뿌리박힌 종교적인 습성들이 종교를 학문으로서 객관화하는

일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종교적인 것에 쉽게 영향을 받는 인간의 마음을 볼 때 종교를 다른 생활영역에서 떼어내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종교학자인 저자 시마노조 스스무는 긴 역사를 가진 철학, 역사학과 함께 방법론적

기초를 확립한 사회학이나 심리학과 비교할 때 종교학의 토대가 견고하지 않고,

기초를 다질만한 연구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류가 아직까지 여러 종교 사이의 두터운 벽을 뛰어넘지 못한 관계로

종교학이 인문학 속에서 새롭고 견고한 학문으로 자리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종교학은 유연하게 여러 영역과 함께, 또는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제언한다.

 

저자는 종교학을 연구하는 갈래들을 몇가지로 추려 언급한다.

첫째 ; 여러 종교를 알고 넓은 시야에서 종교를 묻는 접근 방법을 인정하지 않고

각 종교의 가르침만을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둘째 ; 기독교 신학, 불교학, 이슬람학 등 특정 종교의 전통을 찾는 연구가

종교학의 목표라는 시각이다. 특정 종교만을 연구하고 다른 종교를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것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째 ; 당연히 존재해야 할 종교를 명백하게 하는 것이 종교학이라는 견해도 있다

종교학이 학문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이 많으며 종교학을 인정하는

나라에서도 국민 다수가 믿는 종교의 전통 연구나 교육에만 의미를 부여할 뿐,

종교학은 뒷전일 때가 많다는 저자의 지적은 종교가 다른 학문처럼 학문의 한 분야로

쉬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에서 소개하는 종교학 명저들은 인간과 세계, 사회와 관련해 깊은 통찰을 나타낸

30권의 명저들이다.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과 칸트 그리고 니체, 사회학자인 베버와 뒤르켐,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나 제임스 등이 그들의 저작과 함께 이 책에 소개된 점은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그들의 저술이 인간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방법들에 있어서 종교론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을 접하니 수긍이 간다.

다가올 종교학과 폭 넓은 인문학, 사회학을 조망해서 종교이해와 종교이론의 명저들

즉, 종교학의 미래 모습을 조망해볼 수 있는 책들을 선정해서 실은 셈이다.

종교사의 흐름으로 보거나 미래 종교학의 방법론과 종교론에 기여할 수 있는 점에서

볼 때 대단히 지(知)적인 책들을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기쁜 일이다. 

그러나 각각의 한 권, 한 권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책들이고 시간과 공을 들여

읽어야 할 책들을 짧은 한, 두 장에 담다 보니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기 어렵게

생각되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 하겠다.

 

책의 구성 ~ 각 장은 내용에 따라 4~5권의 책이 소개된다.

 

1장 ; 8세기~18세기까지의 종교론.

      <삼교지귀>, <역사서설>, <늙은이의 글>, <종교의 자연사>

2장 ; 형이상학적 전제가 무너지는 과정과 종교학 성립.

      <존재의 대연쇄>, <이성의 한계안에서의 종교>, <종교론>, <도덕의 계보>

3장 ; '근대 위기'의 시기인 19세기 말~20세기 초, 사회 질서와 종교의 관계.

      <황금가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토템과 거부>,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4장 ; 개인의 의식과 관련한 종교경험,

      '나 자신이 자기의식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불교의 선지자 니치렌>, <나와 너>, <공자의 철학>

5장 ; 종교적 사고와 태도가 놀이, 예술, 이야기, 예능, 의례, 예, 우주론, 자연관

      등에 미치는 영향.

      <모모타로의 탄생>, <호모 루덴스>, <종교사 개론>, <고야히지리>

6장 ; 삶의 형태로서의 종교, 사람들의 종교생활.

      <교파주의의 사회적 기원>, ,진정한 인격>, <유아기와 사회>,

      <유대 신비주의의 주류>, <코란을 읽는다>

7장 ; '신은 죽었다'라는 시대, 허무주의 시대에 종교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믿은 사상가들의 종교이해.

      <철학 입문>, <저주의 몫>, <폭력과 성스러움>, <신체-동양적 심신론의 시도>,

      <도스토옙스키 시학의 제문제>

 

한 사회에 널리 스며든 놀이, 예술, 웃음, 폭력, 언어, 죽음, 사회계층 등의 의미를

고찰하는 것은 종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이 책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도교, 민속종교와 관련한 저술작품들에서 종교와

통하는 각 영역들의 개별적인 사례들을 궤뚫어 보편적인 인간이해를 목표로 한다.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비교하여 인간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해

다시 고찰하는 것이 앞으로 종교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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