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두 집 - <시앗(남편의 첩)> 저자의 가슴 아린 이야기
정희경 지음 / 지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2006년 저자는 에세이집 <시앗>을 출판하였다.

결혼생활의 지속은 자신에 대한 기만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녀는

<시앗>의 에필로그에서 "이 글은 가까운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작업은 아닙니다.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일 뿐입니다." 라고 고백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한 남자 두 집>을 2010년

세상에 내놓았다.

그녀는 이제 고통과 상처 투성이였던 마음이 치유되었을까? 

세상을 다시 살아나갈 용기를 얻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는 시앗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남편과 시앗의 관계를 인정했다.

장성한 자식들이 그 상황을 지켜보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수십 년을 함께 한 세월, 그 시간들을 끊을 수 없어서였을까?

아마도 드러내지 않은 더 많은 가슴속 이야기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을지 모른다.

쉽게 넘어가는 책인데도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끝까지 읽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은 올바른 결혼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돌아보게 한다. 

남녀의 만남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도 한 몫을 차지하지만 그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운명이라고 여겨진다. 

막연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운명이 아니고서야 수십 년의 세월을 같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믿음과 사랑을 근간으로 자녀를 낳아 키우고 따뜻한 가정 공동체를 가꾸는 것은 부부가

함께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이자 목표이다.

그러나 서로간의 믿음이 깨진다면 결혼생활의 영위는 불가능하다. 
 





 

두 부인의 시중을 받는 아버지를 능력있는 남자로 생각했던 어린 인수는 같은 모습의

남자로 성장했다.

그릇된 삶을 사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수의 장래 이상형이었다고 하니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수는 이십오 년 동안 서영을 속이고 이중생활을 지속했다. 

'너희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여 세상에 알리리라. 이대로 백기를 들지는 않으리라'고

결심한 서영은 지연의 존재를 알고 난 후 삼 년 만에 그들을 인정하기로 한다.

서영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한 남자의 두집 이야기'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인수는 두 여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날로 뻔뻔스러워졌다.

서영은 결혼생활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었고 인간답게 숨쉬며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혼을 결심한다. 

남편과 남편의 여자, 그리고 서영의 처신을 보며 이중생활과 배신 등의 일그러진 관계들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족문제이며 혼인의 한 양태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더우기 삼십삼 년 만에 알게 된 남편의 이십오 년 된 여자의 존재라니 도무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허무감과 상실감, 그리고 좋았던 날들에 대한 기억들은 서영에게 피할 수 없는

복병같은 것이었지만 그녀는 삼십팔 년의 치욕스러운 결혼생활을 끝낸다.

육십삼 세에 결심한 이혼은 그녀의 지난 세월을 형체도 없이 한꺼번에 날려 버린 것이다. 
 





 

"이 막막한 현실을 이겨 내어야만 한다. 이제 이 빈터에 무엇이라도 세워야 한다." ~ 342쪽

 

다행히도... 이야기의 끝은 희망찬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녀의 홀로서기가 기대된다.

저자의 나이 64세, 앞으로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한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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