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형랑은 1500년 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바쳐 5개의 고 항아리를 봉인하였다. <고슴도치 대작전> 1권에서는 첫번째 고 항아리가 열리고 비형랑의 영혼을 일곱 개로 나눠 각기 다른 능력을 물려 받은 일곱 아이들과 도깨비 길달이 힘을 모아 고(蠱)항아리가 봉인되었다. 세상은 한동안 평화로웠지만 이어진 2권에서 두번째 항아리가 열리고 다른 사람들을 재물삼아 더욱 강력하고 사악해진 고가 나타났다. 요술 고슴도치를 가진 일곱 아이들은 도깨비 길달과 함께 '검은 젤리 괴물 퇴치 대작전'에 나선다. 사건의 발단은 어린 시절 상처를 입고 다중인격자가 됨으로써 상처를 잊으려 했던 유미에게서 비롯된다. 유미는 강한 척 하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속 겹겹이 쌓은 벽 속에 숨은 여린 아이이다. 책속에 잠깐 등장하는 고물 컴퓨터 할아버지는 고철로 분해되려는 순간 잃어버린 그래픽 카드를 찾는다. 평생을 같이 한 그래픽 카드와 함께라면 죽음의 순간에 덜 외로울 것 같다고 토로하는 장면을 보며 마음이 찡하다. 오래 사람의 손을 타 사람의 마음을 닮게 된 기계도 그러할진대 상처를 가진 유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의 처지와 자신이 친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외로운 친구의 마음을 다독여 그 손을 잡아줄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루카의 모험 게시판'의 글을 다른 곳에 100번 옮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단, 재물로 삼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게시판의 앞 머리글자를 따면 '이. 글. 속. 악. 이. 너. 를. 삼. 킨. 다'이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올백 맞기, 스포츠카 타기, 게임 레벨 올리기, 놀이동산 가기 등의 소원을 대며 평소에 싫어했던 다른 사람들을 재물로 삼아 곤경에 빠뜨린다. 오래 전에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는 내가 받은 편지와 똑같은 편지를 써서 일곱 명의 다른 사람에게 보내면 행운이 찾아오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 온다는 장난편지였다. 사람은 미신과 주술, 그리고 저주에 약한 존재이다. 어둠과 천둥, 번개 등의 자연 현상을 보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인간의 유전자는 현대에 이르러 지적인 영역에서 판단 불가의 상황,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형되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행운의 편지는 장난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편지를 받는 이에게 큰 두려움이 된다. 편지의 의미는 내가 처한 곤경을 일곱 명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함으로써 내게 닥칠 불행을 막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악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터넷 게시글의 파장은 편지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아이들의 소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주술성이 크고 저주의 힘도 강하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씩 글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옮길 수 있는 인터넷 게시글의 퍼지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고(蠱)가 악을 먹고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비형으로부터 받은 일곱 아이들의 능력은 이상한 방향으로 변하거나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두려움 속에 갇힌다. 고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커져만 가는데... 다른 사람을 재물로 놓고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다는 이기심이 초래하는 세상의 멸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이다. 그 전에 고를 키우는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수수께끼는 더욱 커져만 가고... 게시판 글을 삭제하려는 아이들의 사투가 3권에 이어진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하물며 만질 수도 없지만 세상을 구할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