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소녀 안케는 아홉 살 때에 학교에서 풍선을 날린다. 풍선 속의 '유칼립투스 레그난스(마운틴 애시)'씨앗은 학교 운동장을 넘어 구름 속을 가로질러 언덕을 넘어 프레디가 사는 시골 마을에 떨어진다. 151km를 날아온 풍선 안의 씨앗을 보며 프레디는 '씨앗 나부랭이 말고 쓸만한 거나 좀 보내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 씨앗이 자라 농장의 벌거벗은 언덕이 100m가 넘는 나무숲을 이루고 안케와 자신이 평생을 같이 하게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서로 다른 안케와 프레디가 9년간 주고받은 씨앗 편지는 서로의 이야기들이 담긴 성장의 기록이다. 네델란드 이민자 2세로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진 안케는 말을 더듬는 장애가 있고 그로 인해 매사에 소극적이며 친구들에게 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소녀이다. 프레디 역시 부모가 이혼, 아버지와 단둘이 시골 농장에서 양을 키우는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 도시의 삶을 동경하며 말보다 주먹이 먼저 앞서는 폭력적인 소년이다. 두 소년 소녀가 처음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이야기하다가 차츰 마음을 열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아픔과 고통을 감싸안으며 소통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씨앗들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은 안케와 프레디가 사춘기를 거치며 성숙하는 내면의 모습과 비슷하게 여겨진다. 산불로 인해 잿더미가 되지만 씨앗들이 살아남아 뿌리를 세우고 성장하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안케와 프레디가 소통을 통해 성장통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자연과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끔찍한 산불이 나무들에게 오히려 자기 씨앗을 퍼뜨릴 기회가 됬어." ~ 161쪽 저자 에롤 브롬은 글을 쓰지 않을 때면 정원에서 꽃과 채소를 가꾼다고 한다.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그녀는 이 책에서 플랜테이션 개발과 벌목 등으로 파괴되는 지구를 잘 보존하자는 "환경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체국에 가지 않고도, 거리에 나서 이제는 많이 없어진 빨간 우체통을 찾지 않고도 컴퓨터만 열면 바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메일과 간편한 휴대폰의 문자로 인해 편지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기에 그런 간편함을 멀리 하고 지극한 정성을 담아 쓰는 편지는 더욱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