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웅진출판사에서 동화작가인 황선미가 쓴 <The Bad Kid Stickers>를
영문판으로 내놓았다.
아이들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
내용이 알찬 우리의 영어동화책이 외국에서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
새학년이 되어 선생님이 정해지기 이전에 '어떤 담임을 만날까.'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돌아 다녔다.
그 선생님은 엄청나게 독하대... 지독한 선생님이야...
아이들을 엄청나게 팬대... 욕도 잘한대... 50살 넘은 노처녀래...
그 선생님은 빗자루로 때린대... 때리다 몽둥이가 부러졌대...
아닌게 아니라 모질게 때리고 욕도 잘하는 선생님들도 있었으니
새학년이 되어 독한 담임선생님을 만날까봐 전전긍긍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너는 틀림없이 용이 될거야." 라고 하시며 격려를 해주시던 선생님,
선생님 댁에 놀러 갔을 때 마당에 묻어 두었던 생고구마를 깍아서
맛있게 먹은 기억도 나지만...
용(?)이 되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죄송스런 마음이다.
많은 사랑을 주셨던 나의 선생님들보다 두 아이들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더욱 가깝게 여겨진다.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자"며 아이를 끌어 주셨던, 잊을 수 없는 선생님과
아이가 어려운 순간에 위로를 아끼지 않았던, 좋은 선생님들이 계셨다.
저자 황선미의 시골 학교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
어두워서 글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책을 읽었던 아이를 기다려주던 여선생님은
결혼하신 분이었고 자신때문에 늦게까지 집에 갈 수 없었다는 것, 교실과 책장을
자신에게 믿고 맡겼던 일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후일 알게 된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엇이 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주는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이 작가가 되도록 씨앗을 심어준 분이 그 선생님이고
아직도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술회한다.
그녀의 좋은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아름다운 동화책 한 권을 탄생하게 한
근간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알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특히, 주인공 건우가 노란 스티커 뭉치를 화장실에서 찢을 때는 후련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에게 혼날까봐 안타깝고 초조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표정과 내면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은 글과 더불어 감동을 더한다.
근심에 찬 건우의 표정, 슬픈 표정, 쭈그리고 앉아 구두를 닦는 아이의 속내까지
엿볼 수 있는 그림들에서 한참을 머무르게 된다.
스티커 하나로 울고 웃는 아이들의 심리묘사, 결과만을 보는 선생님에 대한 불만,
가난한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에 대하여 저자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아이들이 읽고 자신과 상대의 입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동화이다.

반장선거에서 선생님은 자신에게 표를 찍는 것이 안된다고 하지만... 그것이 왜 나쁠까?
나는 어느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데...
어찌 됬든 나는 나를 찍었고 반장선거에서 떨어졌다.

청소시간에 누군가가 나를 밀었다. 걸레 대자루가 넘어지면서 화분이 깨졌고...
나는 노란 스티커를 받은 최초의 어린이가 되었다. 나는 5시까지 집에 갈 수 없다.
학교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기, 수업시간에 떠들기, 욕하기, 싸움하기, 숙제안하기,
복도에서 떠들기 등은 노란 스티커를 받는 행동들이다.

쉬는 시간에 배드민턴을 치다가 수업시간에 늦었다.
2장의 노란 스티커를 받았고 방과 후에 오후 5시까지 30문제의 수학문제를 풀었다.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선생님은 마음 내키는대로 없는 규칙도 만들어낸다.

착한 아이들이 누구이고 말썽꾸러기들이 누구인지 명백해졌다.
임원들과 발표를 잘하는 아이들은 녹색 스티커를 받는데 녹색 스티커를 받은
아이들끼리 서로 어울린다.
노란 스티커를 받은 아이들은 더 받게 될까봐 서로 어울리는 것이 두렵다.
남자 화장실에서 내가 욕하는 것을 누군가가 고자질했고...
나는 노란 스티커 하나를 더 받았다.
선생님은 불공평하다.
나는 선생님이 잘못할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나쁜 선생님 스티커'를 주고 메모장에
기록하기로 했다.
1. 선생님은 고자질하는 것에 대해 노란 스티커를 주었어야 한다.
2. 지연이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다.
3. 내가 손을 들었을 때 나에게 발표하게 했어야 한다.
4. 창기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수학문제를 물어봤을 뿐이다.
5.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다.
6. 나는 노란색이 싫다.
7. 선생님은 마음대로 규칙을 바꿔서는 안된다.
8. 최소한 창기가 왜 늦었는지 그 이유를 물었어야 한다.

과학 경시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기를 잘할 수 있다.

과학상자는 너무 비싸다.
아빠는 내게 과학상자를 사주는 대신 일주일 정도의 점심식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해서 잠을 잘 수 없었던 나는 아빠의 구두를 닦아 놓았다.
아침에 아빠가 내 뺨에 뽀뽀하러 왔을 때 나는 자는 척했다.
눈 가득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열이 심해 체육시간에 교실에 남아 있었다.
민철이가 공으로 지연이를 때렸다. 선생님은 민철에게 노란 스티커를 줄 것이다.
민철이는 지연이를 좋아하는데 선생님은 그것에 대해 느끼지 못한다.
창기는 가장 많은 노란 스티커를 가지고 있다.
내 마음도 이렇게 심란한데 창기는 어떨까?

선생님의 책상에 있는 노란 스티커 뭉치를 화장실로 가져가서 찢고 버렸다.
온몸이 떨리고 슬프고 공포스러웠다. 나는 계속 울었다.

'나쁜 선생님 스티커'를 적은... 메모장을... 선생님이... 보셨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것을 찢어 자신의 노트안에 넣으셨고
아이들은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노란 스티커는 없어질 것이며
'나쁜 선생님 스티커'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의 비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음학기에 학급 반장이 되어 반을 이끌어가라는 당부와 함께
과학 경시대회에서 만든 작품이 좋았다는 과학 선생님의 말을 전한다.
나는 선생님이 걸어가는 등뒤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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