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조는 동요, 동시와 함께 동시문학의 한 갈래이다.
동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6구로 이루어진 시조의 가락에
어린이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낸다.
묘사와 비유를 통해 시조 가락으로 동심을 표현해야 하는 창작의 어려움
때문에 전문적인 동시조 시인들이 드물지만 전통적인 문학 양식을 지키려는
시인들이 있어 그 명맥을 이어왔다.
1992년 박경용 시인은 동시조 동인회인 [쪽배]를 결성, 고유의 양식과
가락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시인들과 함께 동시조 창작에 전념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창작되고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저자인 김용희는 두 가지 체험으로 동시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나 ; 조선일보에 짤막한 해설을 붙인 동시를 연재하였는데 그 조건이
9행 미만의 짧은 동시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이때 새롭게 발견한 양식이 동시조이다.
동시조는 짧고 이미지와 비유를 중시한 시적현실을 따르면서 동심의
상상력을 잘 담아낼 수 있었다.
둘 ; 일본 고등학교의 수업 참관 중에 하이쿠(단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전통문학에 대한 자부심과 민족적 자긍심을 자랑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교실 뒤에서 우리의 전통문학인 초라한
정형시를 떠올리면서 수치심을 느낀다.
동시조는 짧은 시형에 재치 넘치는 동심적 상상력을 시적 이미지로 빚어낸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 속에 우리의 가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가치는 실로 크다.
또한, 어린 독자들이 쉽게 외울 수 있는 낭송의 매력까지 지니고 있다.
이 책은 동시조 선집으로 1992년 [쪽배] 동인회 결성을 기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64 편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저자는 이 작은 동시조 선집 하나가 우리 가락으로 노래하는 동심의 세계에
새로운 문학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큰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분이네 살구나무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랗다 ~ 정완영
분이네 집은 동네에서 가장 작고 초라하지만 가장 큰 살구나무가 있다.
오막살이를 자랑스럽게 꾸며 준 봄, 봄이 밤 사이 살구꽃을 활짝 피워서
분이네 집은 대궐보다 더 훌륭한 집이 된다.

정류장에서
어느 더운 나라에서 일하러 온 아저씨일까.
언 손을 호호 불며 정류장에 나와 섰다.
봄으로 가는 버스가 빨리 왓으면 좋겠다. ~ 전병호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추운 겨울날 일터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 옛날, 우리들도 다른 나라에서 봄을 기다렸고 손발이 시린
추운 겨울을 보냈다.
그들의 고단함을 달래 줄 봄이 어서 왔으면... 이국 땅 차가운 겨울,
얼어버린 그들의 손을 녹여 주고 싶은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진다.

몽돌
물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것일까.
손에 쥐니 참 따뜻하다. 어미새가 품던 알처럼
바다가 갈고 다듬어 놓은 작고 까만 돌새알. ~ 전병호
몽돌... 나는 어릴 적 몽돌을 빠돌, 빠독 이라고 했다.
반질반질한 빠돌을 가만히 쥐고 손가락을 오물거리면 기분이 좋았다.
몽돌은 몽돌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까.

징검다리
고 작은 걸음 나비로는 아무래도 부치겠다.
폴짝폴짝 건너뛰다 삐끗하면 어쩐다지?
안스런 짝꿍 생각에 사잇돌 세 개 놓았다. ~ 박경용
어른들이 건너 다니는 개울가에 놓인 돌 사이로 키 작은 짝꿍이
물에 빠질까, 넘어질까 몇 날 며칠을 걱정하다가...
개울가에서 적당한 크기의 사잇돌을 찾노라 구부린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다.

꽃신
꽃놀이 때 한번 신고 곱게 아껴 두었더니
단풍구경 가는 길에 발꿈치를 자꾸 문다.
요담에 세배 가는 날 신고 가나 두고 봐라 ~ 허일
봄에 신은 꽃신...
신지 않고 내내 아껴 두었는데 이제는 작아져 신을 수가 없다.
그렇줄 알았으면 아끼지 말고 신을걸 그랬다.

낙타
울 엄마 울 아빠는 하루해가 사막 같대
올망졸망 매달리는 우리들 짐보따리
좌판대 먼지나 터는 하루해가 너무 길대
그래도 야자나무 넓은 그늘 어디일까
꿈에도 좌판대 벌린대 사막 세상 헤맨데. ~ 서재환
가난한 엄마 아빠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판다.
하루는 무척이나 길지만 물건은 팔리지 않고.
길고 긴 사막같은 세상에서 벗어나고도 싶지만...
먹고 사는 일, 세상사는 쉬운 일이 없어서,
가난한 엄마, 아빠는 낙타처럼, 낙타처럼 끝없이 걸어간다.
꿈에서도 사막같은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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