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 한국 불자들의 공부 갈증을 채워주는 새로운 경전 읽기
미산 스님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절을 갈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고 속세의 눅진한 때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편안하게 맞아주는 부처불상들과 스님들의 목탁소리, 불경소리가 가득한 절에서는
발걸음과 숨소리마저 조용해진다.
오래전에 엄마와 할머니가 절에 다녔고 그 치마꼬리를 잡고 따라 다니던 기억때문인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 교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어려운 교리를 쉽게 풀어 해석하는 저자의 능력이 놀랍다.
대화체로 조근조근 설명하는 글을 읽다 보면 불교교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해되고
현대 사람들의 복잡한 내면세계와 그 심리에 대해 다루는 심리학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 미산스님의 사주는 스무 살까지 살기 힘들다는 사주였다고 한다.
단명할 운명을 피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절에 보내졌던 그는 무의식 속에
'죽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죽음을 뛰어넘는 길은 없는 것일까?'
라는 문제로 고민한다.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위암 말기로 입적한 주지스님의 죽음을 처음 목도하고
충격에 사로잡혔던 그는 석가모니가 생로병사의 고민을 안고 가출을 결심했듯이
수행길에 나서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리랑카, 인도, 영국, 미국의 대학 등에서 유학하면서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마음수행을 위한 실질적인 불교 공부를 하게 된다.
이 책은 방대한 불교 경전과 그것을 해석하는 다양한 언어와 표현방법 때문에 생기는
불일치를 극복하고 부처가 불법을 펴신 핵심 가르침을 한 꾸러미로 꿰어 일관성있는
주요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내용은 8장으로 나누어 연기법과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 12연기와 연기법 실천 등
초기불교의 핵심교리를 중심으로 초기경전의 말씀을 발췌하여 실었다.
(초기경전은 부처가 초기에 설법한 말씀을 모아놓은 것이다)
각 장과 관계되는 부처님 말씀을 원문 그대로 싣고 다시 한문으로 옮기고
우리말로 쉽게 주석을 달았다.
책에서 나오는 불교교리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생활과 관련해서 설명하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불교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있거나 교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부처의 깨달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기법이라고 한다.
연기법은 세상의 모든 존재현상들이 원인과 조건에 따라 , 즉 인연 따라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연기법에 의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나와 남은 뗄 수 없는 한 몸으로 연결된다.
지혜와 자비행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도 연기법의 의미는 쉽게 다가왔는데 연기법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마지막 장은 여러번 새겨 읽어도 좋았다.
저자는 연기법을 실천하는 4가지 수행법에 대해 설명한다.
4가지 수행법을 과제삼아 실천한다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롭게 될 것 같다.
첫째, 감사하고 사랑한다. 수행법은 들숨에 '감사합니다.' 날숨에 '사랑합니다.'를 반복한다.
둘째, 공존을 생활화한다.
공간을 모든 존재와 함께 쓰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행복하게 생활한다.
세째, 안으로 늘 깨어 있자.
순간 순간 깨어있는 마음으로 상황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의 말과 뜻을 관조한다.
맑은 물 한 컵과 흙탕물 한 컵을 가만 놔두면 양쪽 다 맑게 보이지만 막대로 휘저어보면
맑은 물은 그대로 맑지만 흙탕물은 엄청나게 탁해진다. 항상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을
해야만 어떤 경계를 맞더라도 맑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잇다.
네째, 좋으면 좋은 대로 있는 그대로 보고 흘려보내고 나쁘면 나쁜 것대로 흘려보낸다.
사바세계는 고통을 참고 살아야 하는 세계이다.
여러 고통 중에 참으로 괴로운 것은 정신적인 압박감과 불안함, 모멸감과 수치감이다.
이런 괴로움을 당할 때에 사람들은 이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스님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고 충고한다.
우리는 가족, 친지, 동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경계에는 외경 (外境)과 내경(內境)이 있다.
예를 들면, 상사가 지시하는 말과 행동은 외경이다.
'기분 나빠. 나 잘하고 있는데 왜 저래?' 하는 생각이 내경이다.
외경은 첫 번째 화살로 상사가 그러는 것을 내가 말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한다.
두 번째 화살은 그 외경을 맞았을 때 거기에 반응하는 내 마음이다.
그런데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백 번째 화살을 계속해서
자기가 스스로에게 쏜다." ~ 197 쪽
인간은 스스로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여서 온갖 종류의
사회에 속해 있다.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행복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도 허무하게 가는 것이 인생인데...
오고 가는 상처 속에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만신창이가 되기도 한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큰 죄이니 항상 삼가하고 조심해야겠다.
다른 이를 받아들임에 있어서도 스스로를 상처내지 않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지려면 저자의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즐거운 느낌을 경험할 때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
괴로운 느낌을 경험할 때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경험할 때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
지혜 있는 이,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 겪지 않나니." ~ 200쪽 <화살경>
"바와뚜 삽바 망갈람 모든 존재들이 다 행복하기를." ~ 3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