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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 - Memoirs of a Geish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게이샤의 추억>은 1997년 출판된 아서골든의 원작을 영화 <시카고>의 롭마샬이
연출하였다.
화면 가득히 퍼지는, 화려한 색채의 영상에 존 윌리엄스의 신비로운 음악이 흐른다.
250벌의 화려한 기모노와 사실감을 살리는 세트의 재현, 많은 제작비 등으로 화제를
몰고 왔던 이 영화는 일본이 아닌,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영어로 말한다)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게이샤...
펼치면 8미터에 달하는 화려한 기모노와 목덜미까지 새하얀 화장, 새빨간 입술...
'아름답지 않으면 게이샤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춤, 음악, 미술, 화법 등 다방면에 걸쳐 험난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 정식 게이샤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돈과 권력이 없었던 계층에서는 쳐다볼 수 조차 없었던 게이샤의 세계를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게이샤가 단순히 몸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예와 음악, 마음가짐까지 철저하게
예술가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이유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기생 황진이가 예술가인가. 아닌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어찌됬건, 남자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게이샤의 삶이라면 예술가라는 표현은
어딘지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예술인이라면 일방적인 순종, 복종의 의미보다는 자유와 자율적인 삶이 먼저
떠오르는데...
내가 게이샤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게이샤의 문화가 당연시되는 사회 안에서 예술가연하면서 돈이 많은 남자를
후견자로 두려 하고 남자들 앞에서 술을 따르고 춤을 추며 자신의 몸을 경매에
내거는 것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게이샤와 남자들 뒤에 가려진 다수 여자들, 즉 본처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영화가 전부를 다룰 수는 없겠지만...
우리네 옛날 양반들과 기생, 일본 남성들과 게이샤의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일본 게이샤의 이야기에 왜 중국의 여배우들이 등장하는지...
(일본 게이샤 영화에 미국감독, 영어로 대사처리한 것도 생소하다)
그들이 권력과 돈을 가진 남자들로 분한 일본 남자 배우들의 시중을 드는 게이사
역할을 하는 설정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중국에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이 분명하다.
중국에서도 이런 이유로 상영금지가 되었다고 한다.
여러 불만들에도 불구하고... 재미만을 따진다면...
<게이샤의 추억>은 분명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는 영화이다.
꽃잎 날리는 장면, 춤추는 장면, 게이샤의 화장법과 머리, 아름다운 영상, 화려한
기모노의 아름다움, 게이샤의 문화에 대한 살짝 엿보기,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 무엇보다 신비롭고 은근한 음악 등등.

청회색 신비한 눈동자, 눈에 가득 물기를 담고 있는 치요.
물의 운명을 타고난 치요...
(물은 바위도 뚫을 수 있고 흐름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찾는다. 어느 곳에나 스며드는
물처럼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나간다)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살던 치요는 가난 때문에 교토의 게이샤 하우스로 팔려 간다.
치요를 처음 본 순간 하츠모모(공리)는 그녀의 비범함을 한눈에 알아본다.
어린 치요를 질투하면서 그녀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고 경멸한다.

슬픔과 분노에 젖은 눈동자, 냉소적인 입매, 풀어 헤친 듯한 긴 머리와 여미지 않은
앞섭, 어딘지 흐트러진 기모노 자락...
공리는 질투로 몸부림치고 사랑에 우는 여인 역을 실감나게 한다.
그녀는 '중국이 세계에 선사한 공리'라는 말을 이 영화에서도 증명한다.
광기와 허무, 비애에 빠진 악인을 연기하지만 절실함과 절절함에 대한 그의 연기는
그 악마저도 공감하게 한다.

도망가다 지붕에서 떨어져 빚이 늘어난 치요는 게이샤에서 하녀의 신분으로 떨어지고.
삶의 목표가 없이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다가온 작은 친절...
치요는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한다.
빙수를 사 주고 손수건에 돈을 싸서 건네는 체어맨 역은 <라스트 사무라이>의
와타나베 켄이 맡아 열연한다.

치요 역을 맡은 일본의 CF스타 오고 스즈카. 참 예쁘다. 연기도 잘한다

치요는 마메하(양자경)의 덕분으로 하녀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고 혹독한
게이샤 수업을 받게 된다.
이후 치요는 사유리라는 이름을 받고 최고의 게이샤가 된다.


30cm 이상의 나막신을 신고 등장, 게이샤의 마지막 관문인 춤을 추고
몸의 대가로 15000엔의 최고 경매가를 받는다.
신비로운 춤과 동양의 정서를 표현하는 음악, 화려한 춤사위, 몰입하는 장쯔이...
오래도록 사모해 왔고 그의 옆에 머무르기를 소망하던 사유리는 마침내 그의
사랑을 확인하는데...

"태양에게 더 비추라거나 비에게 덜 내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남자에게 게이샤는 절반의 부인일 수밖에 없다.
작은 여자애가 자신이 알던 것 이상의 용기를 냈던 것은 기도의 응답을
받았던 것이다.
그걸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국 이 모든 추억은 여제의 것도 여왕의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다른 종류의 추억인 것이다."
"게이샤는 모든 것을 다 얻어도 사랑만은 얻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