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소설 <서쪽 마녀가 죽었다>로 잘 알려진 나사키 가호는
친환경주의자이면서 느린 삶을 지향하는 작가이다.
2002년 작품인 <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은 주인공 싱야를 통해 삶의 의미와
아름다운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판타지 동화이다.
고운 글과 함께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그림은 따뜻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페인트공 싱야가 페인트공이였던 아버지를 찾고 유품인 붓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오랜 붓질로 한쪽이 다 닳고 낡은 붓 한 자루를 소중히 간직하는 싱야의 마음...
싱야의 따뜻한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감춰진 속내와 아픔, 상처까지 쓰다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싱야의 아들 역시 싱야가 그랬듯이 아버지의 일을 사랑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작고 보잘것 없을지 모르지만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는 것을 작가는 알려준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일, 소중한 일에 대한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다.

페인트 칠은 보기보다 어려워요.
꼼꼼하게 칠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대충대충 칠하면 거칠어서 안되요.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일은 손님이 주문한 색을 만드는 일이랍니다.
'회청색'을 어떻게 칠해야 할까요?
회청색을 칠하기 위해 여덟번이나 다시 칠했지만... 손님들이 계속 불평을 해요.
감독님은 손님이 정말 좋아하는 색을 느낌으로 알아야 한다는데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
펑펑 울고 싶어져요.

싱야는 어릴 때부터 페인트를 아주 좋아했어요.
갓 칠해 촉촉한 페인트에 햇살이 비치는 것도, 놀이터 놀이 기구의 벗겨진 페인트도...
페인트칠은 그야말로 어디에나 할 수가 있어요.
살아가는 공간이나 도구를 생기있게 만들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마을을 다시 살아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싱야의 아버지도 페인트공이었어요. 그러나 싱야는 아버지 얼굴을 몰라요.
싱야가 태어나기 전에 프랑스에서 페인트공 일을 하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나셨어요.
엄마는 아버지의 재능을 알아 보았대요.
그래서 뱃속에 내가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대요. 혹시 아버지가 안간다고 할까봐.
그래서 엄마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싱야는 오히려 엄마를 위로해요.
아버지 무덤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불세출의 페인트공, 이곳에 잠들다.'

싱야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어요.
뱃삯이 모자라 배 안에서 갑판청소를 했어요.
싱야는 갑판을 닦으며 하늘과 바다가 갖가지 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어요.
아침노을, 저녁뜸, 칠흑같은 어둠 속의 밤바다... 모두 여러 빛깔을 품고 있었어요.

아침노을. 새벽에 차오르는 태양과 찬이슬 빛...

화려한 베이지 빛깔 망토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말했어요.
"이 배를 위트릴로의 흰색으로 칠해 주세요. 기쁨과 슬픔, 들뜬 기분과 쓸쓸한 기분,
분노와 포기의 감정이 모두 담긴 위트릴로의 흰색. 세상의 혼탁함도, 아름다움도,
덧없음도 모두 머금은 위트릴로의 흰색말이에요."

배가 항구에 도착했어요. 싱야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고, 또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무덤은 찾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가 있었어요.
"네 아버지가 갓난아기이던 네 사진을 보여 줬어. 너를 보물이라고 말했단다.
아버지가 간판을 칠하면 마을이 몰라보게 달라졌단다. 모두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천만에요' 라고 말하며 웃는 사람이 많아졌어."

돌아오는 배의 갑판에서 신비한 여자는 싱야에게 아버지가 쓰던 붓을 주었어요.
털끝이 다 닳은 낡아빠진 붓인데 아무리 보아도 볼품없었지만 아버지의 붓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싱야는 사람들이 페인트 칠을 부탁할 때마다 아버지의 붓을 머리맡에 두고 잤어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생각했던 색보다 훨씬 좋아요.",
"페인트를 새로 칠하면 낯설고 왠지 정이 안 가더니 이번에는 다르군요.
새롭지만 정감있고, 그리움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들 신이가 생기고... 오랜 세월 동안 슬픈 일, 괴로운 일도 많았고,
즐거운 일, 기쁜 일도 많았어요.
싱야는 손님이 자신의 페인트 칠을 보며 기뻐하거나 스스로 만족스럽게 일했을 때
누구보다도 행복했어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어느 날, 일을 마치고 편히 쉬고 있을 때 신비한 여인이 나타났어요.
"멋지군요.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요." 라는 여인의 말에
싱야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색을 머금은 위트릴로의 흰색으로 변해 있었어요.
싱야는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았어요.
정말로 자신이 이 일을 한 것일까요?

그 날 오후, 싱야는 심장마비로 죽은 채 발견되었어요.
싱야의 얼굴은 흐믓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요.
싱야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불세출의 페인트공, 여기에 잠들다.'

위트릴로- 코댕의 골목
위트릴로가 흰 색을 많이 쓰던 시기의 대표적 작품인 ‘코탱의 골목’은 그의 표현력과
독창적인 기법이 가장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직선으로 그려진 건물과 좁은 길, 하늘까지
오를 수 있을 듯한 계단은 풍경화로서 좋은 구도를 이루고 있네요.
흰 색으로 통일된 건물 벽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창마다 닫혀 있는 덧문은 이 흰 색의
세계를 더욱 적막하게 만듭니다.
마치 화가 자신이 저 건물 어딘가에서 창문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마음을 건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윗부분에 그려진 푸른 나무와 노란 꽃, 계단을 오르는 서너 사람이 그나마
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 네이버에서
위크릴로는 몽마르뜨르의 여류화가인 발라동의 사생아로 불행한 유년기와
알콜중독으로 힘든 생을 살았다. 그는 회색의 불확실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순결을 상징하는 의미로 흰색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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