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뒷표지에 '교양인의 나침반, 지성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우리 시대 대표 지성들이 꼭 집어낸 지식. 정보. 논리. 사유의 끝말잇기!'
라고 소개되어 있다.
과연, 책 안에는 <지식 프라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신문과 방송 어디에 눈을
돌려도 한번쯤은 등장하는 용어들, 시사 정보와 상식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경제, 인류학, 통계, 법률, 심리,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1명이 정보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들을 전해준다.
과거 한 시대에 유행했던 것들이 다시 유행하고 복고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패션이나
삶살이에서도 보여지지만 대부분의 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것, 변화되고 발전된 것만을
수용하고자 한다.
200년 전에 비행기, 컴퓨터, 핸드폰, 전자메일, 오늘의 마천루들을 상상할 수
없었듯이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까운 미래에 창조해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갈수록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현대사회, 문명의 발전은 앞으로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무척 부럽다. 100년 전 쯤에 조상들은 비록 주린 배를 참고
살았겠지만... 세상사가 복잡하지 않았을 것이고 단순한 삶, 자족하는 삶을
즐겼을 것 같아서이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도시를 떠나 나홀로 섬에 살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무엇이 쟁점화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읽는 뉴 마케팅, 행동경제학, 일상심리, 사회문제, 판례와 법리,
비동시성의 동시성-식민지 역사 등의 6장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소주제들을
실어 52개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나비이론, 도박사의 오류, 네트워크의 외부성, 무기 집중 효과,
싸이코 패스, 집단사고와 집단이성, 마녀재판, 베블런 효과, LA폭동 등등.
이 책은 사건과 배경, 지식과 이론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짚어 준다.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올바른 삶에 대한 여러 각도의 생각들을 하게 한다.

혜성같이 나타나 드라마틱한 승리를 쟁취한 오바마 ~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사건을
만든 블랙스완
* 블랙 스완 Black Swan
'백조는 하얗다'는 굳은 믿음은 1770년 신대륙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넓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과거의 경험만을 믿고 일반화해서는 안된다.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뜻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부실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빠뜨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서브프라임이라는
블랙스완 한 마리가 전세계를 뒤흔든 셈이다.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한때의 상식은 거짓으로 밝혀 지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알고 있는 상식들이 과연 100년 후에도 여전히 상식일까?
"극히 예외적이며 알려지지도 않았고 또 가장 가능성 없어 보였던 블랙 스완에
의해 세상은 지배된다." ~ 19쪽 <블랙 스완>의 저자 니콜라스 탈렙
* 도박사의 오류 Gambler's Fallacy
룰렛게임에서 연달아 다섯 번 짝수가 나올 경우 도박사는 홀수에 베팅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룰렛테이블은 앞에서 짝수가 나왔는지,
홀수가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확률은 여전히 1/2 이다.
'꾸준히 사다 보면 한 번은 걸리겠지'하는 심정으로 매주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오늘 운이 나빠서 내일 운이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방법을 바꾸지 않고 운만을 바란다면 인생게임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통계학의 가르침이다.

* 꿈의 해석
1964년, 폴 메카트니는 잠을 자다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들은 현악 앙상블이
너무나 생생해서 피아노로 연주하였다. 그는 틀림없이 어디선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만들어진 곡치고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Yesterday는 이렇게 탄생했다.
"나도 이 곡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떨떨할 따름이다." ~ 폴 메카트니
프로이드에 의하면 꿈은 신탁이 아니고 무의식의 발로이다. 폴 메카트니의
경우도 자신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명곡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 반대되는 제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사람들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을 비교분석한
결과, 은메달 선수들의 표정에는 고통과 회한이 서려 있고 동메달 선수들의
표정은 행복하게 보였다. '아, 내가 1등할 수도 있었는데!'하는 은메달 선수에
비해 동메달 선수들은 '하마터면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할 뻔했군!' 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대치에 따라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을 심리학에서 '반대되는 제안'이라고 한다.
2등이 3등보다 더 괴로워 할 이유도, 뛸 듯이 기뻐하면 안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정한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했느냐'의 문제다.
정말로 냉정한 잣대는 타인의 평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집단 사고 Groupthink 와 집단 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은 실패로 돌아간다.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계획은 애초부터
문제점과 허점 투성이였다. 집단 사고는 소수의 우월한 엘리트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류다.
당시의 케네디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두뇌집단이었다.
토론의 부재, 반대 시각의 부재에서 생기는 집단 사고 현상의 사례는 우리나라
역대정책에서도 흔히 보여진다.
이에 반해, 집단 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협력 혹은 경쟁함으로써 얻어지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다. 집단 지성의 대표 사례인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참여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정, 소비하며 개별 지식과 개념의 빈 자리를 메워 간다.
집단 사고와 집단 지성의 가장 큰 차이는 참여와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이다.

* 마녀재판의 악몽 ; 희생양 이론
중세의 마녀사냥은 흑사병과 계속되는 전쟁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히틀러는 유태인을 학살했고 냉전 체제 아래서 미국은 공산주의자를 몰아내는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켰다. 9.11이후 미국에서는 이슬람 교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역사를 관통하며 끝없이 반복하는 마녀재판...
법은 그때마다 희생양을 탄압하는 공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우리의 역사 속에도 위기가 닥치거나 사회적 갈등이 커질 때 사회적 약자들을
공격했던 사례들이 적지 않다.
과거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지금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지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명품 고무신, 짝퉁 고무신 ; 베블런 효과
베블런 효과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상류 계층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심각한 불경기에도 수입가구나 수입자동차 등 명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려는 부유층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근대 조선에도 명품이 있었다. 이하영은 조선식 고무신을 최초로 개발,
대륙고무주식회사를 창립하였다.
"본인이 경영한 대륙고무가 제조한 고무화를 출시하니 순종께서 어용하심을 얻어
황감함을 금치 못하며 왕자 공주님들께서도 널리 애용하시고 또 나인들 일반
고객들이 각별히 애용하셔서 날로 달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회사가
조악한 제품을 본사의 제품이라고 사칭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사오니 본사의
상표 '대륙'에 주의하시옵소서." ~ 동아일보에 실린 대륙고무신의 광고문구
대륙고무신은 한국식 귀족 마케팅의 원조인 셈이다.
당시 만월표 고무신, 별표 고무신(할머니가 신었던 고무신이라 무지 반갑다),
거북표 고무신 등의 짝퉁이 유통되고 있었다.
대륙 고무신은 광복 이후에도 한국인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의 일이다. 수많은 짝퉁의 파상공세를 이겨낸
그 어떠한 명품도 문명의 속도에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고무신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 갔으니 말이다.
* 왜 무하마드 알리에게 박수를 보내는가
인종차별에 울분을 느껴 올림픽 금메달을 미시시피 강에 던져 버린 알리,
노예의 이름인 캐시어스 클레이 대신 흑인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무하마드 알리'를
선택한 흑인의 영웅, 그는 클레이라고 부르는 상대 선수를 넉다운시킨 후
"내 이름을 다시 말해 봐!"라고 외쳤다.
그는 징병거부가 죄악시되던 당시의 미국사회에서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다.
그의 징병거부는 반전운동의 불씨가 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 않고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총을 들이댈 이유가 없다." ~ 313쪽 무하마드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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