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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맨 - A Serious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코엔형제는 <파고>,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바톤 핑크>, <번 애프터 리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영화로 천재성을 입증한 명장콤비이다.
풍자와 역설, 비극과 희극을 오가며 번득이는 기발함을 보여주는 그들이
블랙코미디인<시리어스맨>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지만 여전히 난해한 그들만의
언어로 해석의 어려움을 안겨 준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드웨스트의 펑화로운 마을이다.
영화는 코엔형제의 어린시절에 대한 회고록이다.
그들은 학자였던 부모와 부모 주변의 대학교수인 중년의 아버지들에게서 주인공 래리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릴 적에 보며 자랐던, 마을에 있는 유대인 공동체의 삶 역시 작품의 배경이다.
코엔 형제는 영화 관객들에게 생소한 마이클 스터버그 (연극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 로 주연을 선택했고 조연들 역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았다.
영화는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네 삶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룬다.
일상적인 일이라고는 해도 주인공 래리에게 주어진 시련들은 그 자신으로서는
무척이나 가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성실하게 살고 있는 래리에게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련들, 그것의 의미와 이유,
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받아 들이게 되는지가 궁금하다.
주인공의 가련할 정도로 꼬여버린 인생.
제목인 serious의 뜻을 심각한, 진지한, 진심인...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적당할까.
래리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강의한다.
그는 물리학에 필요한 수학 문제를 칠판 가득히, 그야말로 빽빽하게 풀고 설명한다.
논증 가능하고 해결 방식에 이의를 달 수 없는 수학문제처럼 그의 삶도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인생 어디에서고 답은 커녕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냥 그대로 그의 삶이 어느 순간까지 고요하게 흘러 가기를 바랬고 정직하고
진지하게 살아 왔을 뿐인데...
불행은 우박처럼 머리위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아니, 기실은 붕괴의 조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아내도 참고 살고 아이들도 잘 자라 주고
종신재직 심의도 잘 해결되고 부정을 강요하는 F학점 맞은 학생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결코 삶은 녹록하지가 않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나서이다.
딸은 성형을 한사코 반대하는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
아들은 수업시간에 음악을 듣고 마리화나에 절어 사는 불량학생이다.
하나 있는 동생은 모자란데다 사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은 직장대로 종신재직권 심사에 누군가의 제보가 들어와 있는상태이다.
아무도 그의 고통과 절망을 알아주지 않는다.

어째서 아내는 래리와 이혼하려고 하는가. 항상 분노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
아내는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한다.
딸은 매일 파티에 가고, 동생과 싸우는 것이 하루의 일과이다.
아빠의 불행과 가족의 위기에 대해 무감각하다.

아내와 바람난 친구는 래리를 꼭 안아 주면서 원래 삶이 그런 것이라며 그를 위로한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친구와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래리가 모텔로 나가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TV 안테나 고칠 때만 아빠를 필요로 하는 아들...

희망도, 직업도 없이 형에게 얹혀 사는 동생.
"신은 나에게 아무 것도 안 줬어. 가족도, 직업도 없어"

정직하게 살아 온 래리에게 한국 유학생 (왜? 한국 유학생??) 이 찾아와 F학점의
정정을 부탁한다. 놓고 간 봉투안에 돈이 들어 있고...

매력적인 이웃집 여인 샘스키, 마리화나를 피우며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변호사는 래리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사탕발림하지만 시간당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한다.
도움이 필요한 그는 랍비 세사람을 찾아 간다.
랍비에게서 '이교도의 이빨' 이야기를 듣는다.
치과의사가 이교도 환자의 이빨의 틀을 찍으려다 그 이빨에 히브리어로 도와 달라고
새겨진 것을 보게 된다.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그 의미를 찾던 치과의사는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래리는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절규하지만...
인간의 불행에, 인간의 질문에 신이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말만을 듣는다.
검은 구름을 몰고 다가오는 폭풍우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
더 큰 불행이 올 것 같은 전운이 감도는데.........................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당 제대 벽 위 십자가에 높이 매달린 예수님을 쳐다 보면서
인간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 거기 그렇게 팬티만 입고 고개 숙이고 있지만 말고
내려와서 뭐라고 말 좀 해보라며 삿대질을 했다는 어느 신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천재 코엔형제. 다음번에는 어떤 작품으로 놀라게 할까.
작품마다 기발함과 탁월함이 돋보이는 형제의 놀라운 재능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