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 After L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고레에타 히로카즈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주로 만들다가  <환상의 빛>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아무도 모른다>,<하루> 등을 연출했으며 2009년에는 그의 작품 <공기인형>으로

배두나가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우수 여우상'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이승과 저승에 위치한 중간 정거장인 림보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일주일을 다큐멘터리 방식(인터뷰)을 빌어 묘사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후(After Life)'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일주일동안 머물게 됩니다. 수요일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만을 선택해주십시오. 저희가 그 순간을 그대로 재현해 영상에 담아드립니다.

마지막 토요일, 여러분 모두는 각자 선택하신 순간을 영화로 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가장 행복했던 그 하나의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날 것입니다. "

 

매주 월요일이면 죽은 사람들이 림보역을 찾아온다.

폐교를 연상시키는 낡은 건물에서 안내를 맡은 사람들은 죽은 이들이 행복한 한가지

일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 온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지만 떠나는 것은 순서가 없다.

어린 소녀에서 21살 청년, 71살 할아버지에 47살 부인,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의 기억 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물음에 생각에 잠기는 사람들...

대지진 때 대나무 숲에서 그네를 타며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주먹밥을 먹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할머니, 중학교 통학길 버스 차창 밖으로 불어오던 바람을 맞는 순간의 즐거움을 회상하는 아저씨,

몸체 위에 날개가 달린 시에나 비행기를 탈 때 눈속에 들어와 박히던 빛나던 구름을

황홀한 눈빛과 표정으로 말하는 아저씨,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베고 귀를 파던 어머니

손길의 부드러움을 잊지 못하는 소녀, 빨간 옷을 입고 춤을 추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할머니,

도토리와 은행잎을 주우며, 창 밖의 봄을 기다리는 할머니.

저마다의 가슴 속에는 잊을 수 없는, 마음 속 깊이 간직된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 조각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은 우리네 삶의 일상 속에 담긴 극히 사소한 일들이다. 

감독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사람들은 영화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마음 속으로는 각자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삶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행복한 순간 순간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인색하다.

사람의 삶이 지치고 고달픈 순간이 많다고 해도 행복한 일을 한가지만 고르라니,

이보다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일까 계속 물어 봐도 선뜻 이것이다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는 순간 순간들, 미소와 재롱을 보는 나날들,

아버지와 함께 고향바다를 여행하던 학생 시절의 기억, 포칼지게(아주 흥겹게) 웃는 엄마와

같이 웃던 순간, 가족과의 여행, 형제들과의 모임 등등. 

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 가운데 어느 순간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일행 중 선택의 마지막 날까지도 행복한 순간을 선택하지 못한 와타나베에게 안내자

모치즈키는 그의 일생이 담긴 비디오 테입 71개를 보여 준다.

다른 안내자들과 같이 행복한 순간을 선택하지 못해 림보역에 남아있던 그는 와타나베의

아내가 자신의 약혼자였음을 알게 된다.

와타나베 역시 모치즈키가 아내의 기억에 평생을 같이 했던 사람임을 알게 되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있고 기억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들의 삶을 외롭지 않게 한다. 
가슴이 뛰게 하는 그 무엇, 기억, 추억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살아있는 바로 지금의 순간 순간들...더욱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