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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명법문 - 우리 시대 큰 스승 스무 분의 살아 있는 법문 모음
성수스님 지음, 법보신문.월간 불광 기획 / 불광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09년과 2010년 초반 <법보 신문>에 연재되었던 '名법문 名강의'와
월간<불광>에 연재되었던 '살아있는 명법문' 중에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법문을 가려 엮은 것이다.
스무 분의 법문들을 모은 이 책은 산사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영적인 스승들의
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머리와 가슴에 콕콕 박힐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으며 그
삶의 지혜들은 일반인들도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다만 비신자의 입장이다 보니 윤회사상이나 죽음의 과정을 다룬 예수재,
염불에 담긴 의미 등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양 생소하게 들린다.
작년 휴가에 남해안을 돌았는데 도중에 쌍계사에 들렀다.
마침 템플스테이 중이라 많은 사람들이 법당 안에서 정진하고 있었다.
산사의 고즈넉한 해가 기울 무렵이었는데 경건하고 힘찬 법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님들 세 분이서 법고를 두드리고 그 주위에 모인 어른들 사이에 낀 아이들은
법고 소리의 장단에 맞춰 요즈음 유행하는 아이돌들의 춤을 추고 있었다.
(묘한 장면이었지만... 어울렸다)
땀에 푹 절은 척척한 장삼을 길게 휘날리며 무아의 경지에서 북을 치고, 돌고,
얼굴에 땀이 비오듯 흘리는 스님들을 보며 깊이 모를 감동에 젖었다.
깨달음을 위한 여정, 수행생활, 몰아(沒我)의 느낌 등등...
절에 가면 마음이 푸근하고 평화스럽다.
기억 속에 어슴푸레하지만, 어릴 때에 엄마 손을 잡고 찾던 절에 대한 향수와
고운 한복을 입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원인일 것이다.
* 보광스님 ~ 소욕지족 (少欲之足) 으로 살자
고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있을 당시 검은 바지를 입었는데 바지 위에 하얀 것이
묻어 있었다. 오래 된 낡은 바지에 구멍이 나서 하얀 내의가 보인 것이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도(道)이다.
소욕지족은 '마치 왕에게 신하가 있어 임금의 많은 옷을 장롱 속에 넣어 놓고서
자기는 허름한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이다.
대자연은 내가 잠시 맡고 있는 것인데 내것인양 쓰고 있다.
아끼고 근검 절약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아야 한다.
* 현봉스님 ~ 마음 닦는 길
겨울이 추운 것은 여름이 따뜻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상대적인 관계 때문에
고통이 있는 것이다. 고통의 반대는 즐거움인데 그 고락의 씨앗까지 다 포함하여
고통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참 부처이고 자신의 성품이 참 진리이니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
보아야 한다.
'나나니'라는 곤충은 알을 낳지 않고 풀숲에 가서 남이 낳은 알을 물어다가
기둥이나 밀짚같은 틈새에다 넣고 입구를 막은 다음 날개를 펄럭펄럭 하면서
계속하여 "날 닮아라, 날 닮아라..." 하면서 다라니를 왼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며칠 후에 그 알에서 자신을 닮은 것이 나온다.
절에서의 교육은 나나니 교육법으로 매일 반복의 연속이다.
마음 닦는 일도 이와 같다. 끊임없이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진리를 알게 된다.
* 성일 스님 ~ 복 짓는 법, 복 받는 법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먹을 게 없어 새끼 대여섯 마리도 같이 죽게 생겼다.
전생에 왕자였던 부처는 호랑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호랑이가 잡아먹게 했다. 그렇게 하기를 전생 500생을 살면서 500번을
했다.
또한, 부처는 전생에 설산 동자로 있을 때 진리 한 구절을 듣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보시한 결과 부처는 한량없는 복을 성취했다.
* 정락스님 ~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원래 인간은 행복했다. 인간의 행복을 질투한 악마는 행복을 훔쳐서 감췄다.
아무리 감쪽같이 숨겨도 인간은 잘 찾아 냈는데 악마가 인간을 관찰한 결과,
온 세상을 싹싹 뒤지면서도 한 곳은 그냥 지나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악마는 행복을 그곳에 감춘다. 그것은 각자의 마음속이다.
사람의 마음속은 이 세상보다 더 복잡하다.
받는 이보다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훨씬 복이 많다.
악마가 행복을 감춘 곳은 바로 베풀어주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에 가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며칠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보일때 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계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 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