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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서 경영의 길을 찾다 - 고전의 숲에서 주워올린 경영의 지혜
김우일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2월
평점 :
"옛말에 사람은 '노사희비공우경' (怒思喜悲恐憂驚) 의 일곱 가지의
정신상태를 경험한다고 했다.
이 칠정 상태에서는 사물에 대한 판단과 지혜를 상실한다.
노할 때의 의사결정은 과격한 방법을, 사색할 때는 우유부단한 방법을,
기쁠 때는 이해를 따지지 못하는 범실을, 슬플 때는 자포자기를, 두려울 때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소심함을, 우울할 때는 비관적인 결정을, 놀랄 때는
정도를 벗어난 방법을 택하게 된다." ~ 16-17쪽
어떤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에 선인들이 가르쳐 준 고사성어들을 떠올린다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것 같다.
고사성어에 담긴 교훈들은 때때로 나를 위로하고 완급을 조절하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게 하면서 다음을 준비하게 한다.
예를 들면,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가르침은 인간 존재의 미약함을 사무치게 알게 한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
현재의 일로 일희일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좋을 때는 앞으로의 과정을 경계해서 자신을 한껏 낮추고 슬프거나 힘든 현실에서는
좋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덜 실망할 수 있게 함은 분명 새옹지마의
교훈이 주는 은혜로움이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욕심을
경계하며 최고의 미덕은 물과 같다는(上善若水)등은 나의 삶에서 보석과도 같은
고사성어들이다.
2000여 년의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고사성어는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도 커다란 가르침을 준다.
그들에게는 무수한 결단의 순간들이 있을 것이며 위기에 처하거나 선택과 집중의
순간들이 주어질 것이다.
저자는 기업 경영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 줄 고사성어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책 속에는 대우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 본부장으로 25년간 회사의 흥망성쇠를 체험하고
경영 컨설턴트와 교수를 거쳐 풍부해진 그의 경험과 연구의 소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CEO 를 비롯한 정치지도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직장인들을 비롯 가정과
자신을 경영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이다.
고사성어와 그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며 기업의 각 상황들에 맞게 해석하는 저자의
시도가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 군맹평상 (群盲評象) ; 맹인 여럿이 코끼리를 만진다.
불교경전인 <열반경>에 나온다. 코끼리는 불교의 진리를 의미한다.
시야가 좁고 다른 이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코 진리를 알 수 없다.
사업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에 의해 평가될 때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평가가 이루어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CEO 의 결정이며 CEO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 구우일모 (九牛一毛) ; 아홉 마리의 소 가운데 박힌 하나의 털
한무제가 흉노에 투항한 이릉 일족을 죽이려 하자 사마천이 그의 무고함을 직언했다.
대노한 한무제는 사마천에게 거세의 형벌을 내렸다. 사마천은
"내가 사형을 당해도 아홉 마리의 소 가운데 털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자신을 비하했지만 후일 사기(史記)를 편찬, 완성하여 그 이름을 떨쳤다.
적을 피해 동굴에 숨은 다윗왕을 살린 것은 때마침 입구에 거미줄을 쳤던 개미였다.
하찮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변형, 큰 수익을 생성할 수 있다.
유튜브의 스티브 챈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UCC를 창안했다.
우연히 파티에 참석, 동영상을 찍었는데 이것을 이메일로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현실로 옮긴 그는 세계 최초로 UCC를 만들어 구글에 13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최근 인터넷의 영향으로 사소한 상품들이 유행하여 시장의 80%에 달하는 소수의
베스트 상품을 밀어 내고 하찮은 상품이 수많은 꼬리로 분화되고 변형, 진화하면서
팔리고 있다.(롱테일법칙)
* 과유불급 (過猶不及) ;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생각하여 중용의 도를 으뜸으로 쳤다.
많은 기업들이 과욕의 투자로 붕괴되었다. 모든 사업에서 실패의 단서는 과욕이다.
대우의 경우 외환위기에 맞서 사업의 축소보다는 확대 쪽으로 전략을 잡았다.
자동차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 현지공장 설립에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무리한 투자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룹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투자는 지나친 것보다 부족한 것이 오히려 낫다.
* 권토중래 (捲土重來) ; 땅을 말아 일으킬 것 같은 기세로 다시 온다.
유방에게 패한 항우는 실패를 씨앗 삼아 천하를 얻을 수도 있었을 새로운
가능성을 포기하고 자결한다.
후세 당나라의 시인 두목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시를 읊었다.
"승패는 병가도 모르는 것. 수치를 참고 견디는 이가 男兒이련만
강동의 사람 중 준재가 많으니 권토중래했을지도..."
처칠은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Never, Never Give Up." 이라는
가장 짧고 감명 깊은 명연설을 남긴다.
알프스산 정상 어귀의 비석에는 "Never, Never Give Up."이라는 글귀가 써 있다.
안개 속에 갇혀 산 정상에 있는 대피소를 향해 헤매던 등산객이 시신으로
발견된 지점에 세워진 비석인데 그 지점은, 대피소 앞에서 고작 10미터 앞이었다.
가도 가도 보이지 않으니 미리 포기하고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기업경영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면 언젠가 다시
일어선다는 절대법칙이 있다.
설령, 실패해도 파산신청을 하고 빚을 탕감한 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 군자불기 (君子不器) ; 성덕 (成德)한 인격의 그릇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기(器)가 아니다. 군자는 스스로 그릇을 설정하지 않아야
하고 두루 살피나 비교치 아니한다. 획일적인 사고와 행동보다는 자유자재로 융통성과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
지혜로운 경영은 물과 같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고방식이다.
일정한 틀을 버리고 유연하게 생각하며 원만하고 융통성있는 선택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
"전투기법은 따로 없다. 모두가 싸움에 임해 상황에 따라 물과 같이 싸울 뿐이다."
~ 징기스칸
* 대의멸친 (大義滅親) ; 큰 도리를 지키기 위해 부모나 형제도 돌아보지 않는다.
위나라의 석적은 모반을 일으킨 주우와 그를 도운 자신의 아들 석후를 진나라에 보낸다.
그는 은밀히 사신을 보내 주우와 아들 석후를 죽이라고 청하고 그 둘은 사형에 처해진다.
이를 두고 <춘추좌씨전>에서는 "대의를 위해 친족을 멸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과거 재계 7위에 속하는 국제그룹은 해외수출과 신발, 부동사, 건설 등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기업이었다. 그러나 곧 사양길에 접어 드는데 그 이유는 족벌경영체제에
따른 불합리한 경영결과였다.
권한과 책임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철저하게 가족을 배제한 경영전문체제가 모범기업으로 살아남게 한다.
* 마이동풍 (馬耳東風) ; 동풍이 말의 귀를 스쳐간다.
이백이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왕십의 시에 회답한 시이다.
"인생은 백년을 가지 않고 허무한 것.
차라리 우리는 햇볕이 들지 않는 북쪽 창가에서 시나 읊으세.
세상 모든 이들이 우리의 이 말을 듣고도 고개를 내저으니
동풍이 말의 귓가를 스치는 것 같네."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서적들이 홍수를 이루고 긍정의 힘과 긍정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기업경영에 있어서 긍정적인 사고의 함정은 부정적인 문제점을 판단하지 못하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자기 최면에 걸리는 것이다.
사업추진 전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중시하고 추진 후에는 긍정적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CEO는 부정적인 참모를 가까이 해서 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패를 막아야 한다.
* 군자삼외 (君子三畏)
군자가 두려워 할 세가지는 <예기> 편에 나와 있다.
첫째, 들은 것이 없을 때는 듣지 못한 것을 두려워하고
둘째, 들었다면 들은 것을 익히지 못함을 두려워하며
세째, 익혔다면 실천하지 못함을 두려워하라.
엄청난 정보와 지식, 아이디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경청의 자세로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재벌총수들의 경영모토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김우중 회장은 '도전', 이건희 회장은 '경청', 고 정주영 회장은 '돌진',
고 최종현 회장은 '신중', 구자경 회장은 '중용'으로 대표된다.
모두 훌륭하지만 '경청'을 모토로 삼는 삼성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음은 주목할만 하다.
"기업인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첫 번째 즐거움은 좋은 제품으로 종업원들과 소비자 모두가 평안하고 쾌락을
즐기는 것이요,
두 번째 즐거움은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경영을 함으로써 법과 도덕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음을 즐기는 것이요,
세 번째 즐거움은 벌어놓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다." ~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