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탐> 안에는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부분을 망라하는 책들이 실려 있다.
북 멘토인 저자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52권의 책들의 일부, 혹은 정수를
접할 수 있었다.
작가들이 수많은 시간들을 들여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는 지난한 작업으로
탄생한 책들을 나는 눈으로 쉽고 편안하게 읽으면서 그저 감동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인문학자인 작가의 시선은 주류보다 비주류,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 보다는
소외되고 가려진 것들, 소외된 사람들에 머무른다.
그의 눈길은 진열대에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장식된 책들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어쩌면 가난한 출판사에서 힘겹게 냈지만
돈을 벌어 들이지 못한, 책장 한 쪽에 묻혀 사람의 눈길을 애타게 기다리다
지친 책들에 가 있다.
그의 소외된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삶의 철학과 애정, 따뜻한 마음씨 덕에
볼 수 없었던 몇 권의 책을 맛보기라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좋은 책들을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고백한다.
저자가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마음을 기울여서인가.
52권의 책의 소개나 요약, 책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과 해석 모두
커다란 감동을 안겨 준다.
동시에 새로운 숙제를 하나 가득 받은 학생처럼 설레기도 한다.
책을 읽는 자세와 마음가짐, 진실된 삶으로 통하는 독서의 참맛을 알기 위해
더욱 부단히 읽고 새기면서 마음밭을 가꾸어야겠다는 자각이 새록새록 생긴다.
삶이, 여행이 나를 알고 찾아 가는 과정인 것처럼 독서 역시 더 깊은 나와
만나고 나 자신의 속깊은 생각들을 물어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좋은 책들과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운명인지도 모른다.
52권의 책 가운데 몇 권은 읽었고 몇 권은 대략 알고, 모르는 책이 다수 있었다.
유명한 작가들이 사유의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남긴 불세출의 작품들...
그 안에 담긴 머리와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는 언어로 빚어진 책의 성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 같다.
좋은 책을 찾아 읽고 감동을 받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소풍가서 즐거웠던
보물찾기 후에 받는 상품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특징은 두가지이다.
첫째, 이 책은 지식, 정보, 비평적인 접근보다는자기 성찰을 통해 삶을 따뜻하고
넉넉하게 이끌 수 있는 책들을 모아 소개한다.
책꽂이에 꽂힌 보석같은 책들을 소개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둘째, 주제가 비슷한, 소재가 비슷한 두 권의 책을 묶어 독서의 지평을 넓히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대부분 인문학적 관련성이 있는 책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살아 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그것은 지금 나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격려와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거기에 담긴 삶의 진정성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삶의 모습이며 의미이기 때문이다. ~ 12쪽
책은 희망, 정의, 정체성, 창의적 생각 등의 각 4장으로 나뉘어 52권의 책을
2권씩(나무는 3권) 묶어서 소개한다.

** 로베르 뒤마 < 나무의 철학 >
나무는 늘 인간으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
나무의 현존은 수직의 축, 우주적 축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며 세 개의 세상,
즉 보이지 않는 지하 세계와 보이는 지상 세계, 그리고 끝없이 연장된 천상 세계를
받치는 것이다. 평생을 뛰어 다니는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정지된 공간적 삶'을 사는 '나무의 비극'이다.
정지된 공간적 삶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 장 지오노 <나무를 심는 사람>
양치기 부피에는 매일 100 개의 도토리를 챙긴다.
누구의 땅인지도 모르는 들판에 막대기로 땅을 찍어 도토리를 하나씩 심는다.
전쟁 중에도 부피에는 열심히 도토리를 심었고 가꿨다.
마침내 너도밤나무와 떡갈나무가 숲을 이뤘다.
풍요로운 숲과 개울, 어떤 소유도 주장하지 않는 위대한 영혼 부피에는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그가 살려 낸 자연은 아름답고 위대한 그의 삶을 전한다.
** 고규홍 <나무가 말하였네>
절집의 나무, 옛집의 나무, 이 땅의 큰 나무들과 시를 묶은 책이다.
한 그루 나무와 한 편의 시. 거기에 나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의 글은 나무와 삶에 대한 넉넉한 마음이며 시심을 잊은 이들에게 시와 더불어
나무의 이야기를 전한다.
**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가난한 유목민의 딸로 사막을 떠돌다 스스로 관습의 사슬을 끊고 마침내 세계적
모델이 된 와리스는 자신이 겪은 여성 할례를 고백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스티븐 로페즈 <솔로이스트>
칼럼니스트 로페즈는 지하차도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 흑인 노숙자인
나다니엘을 만난다.
줄리어드에서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던 나다니엘은 고달프고 외로웠다.
끝없는 경쟁과 인종문제, 그리고 가족문제는 그의 순수한 열정을 망가뜨렸고
정신병이 그의 영혼을 지배하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과 희망의 이 실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바로 진실이 던지는 힘 때문이다.
** 엘렌 그리모 <엘렌 그리모의 특별한 수업>
길의 여정과 삶의 여정, 그리고 생각의 길이 겹치는 깊은 울림을 담은 이야기이다.
"진정한 행복은 피상적인 행복에 만족하지 않는 데 있다. 행복에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한다. 매순간마다 자신만의 붓질, 자신만의 표현, 자신만의 음을 입혀야
한다. 자신 안으로 침잠해 그 바닥을 파내 그 안을 삶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 팔리 모왓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못생긴 머트(똥강아지)는 고집스럽게 개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려고 한다.
처음 사냥에 데려갈 때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지만 어머니는 뛰어난 잠재력이
있을 거라며 기회를 주고 신뢰한다.(가족이기 때문에)
그 신뢰에 대한 머트의 대답은? 개가 아닌 개처럼, 총에 맞은 새를 물어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오리를 몰아서 물어 오는 것이다.
사냥철이 아닌 때에 뉴욕에서 온 속물스런 사냥꾼이 머트에 대해 빈정대자
아버지가 머트를 증명해 보인다고 총을 꺼내 들자 머트는 철물점에 가서 박제된
새를 물고 온다. 머트는 개가 아닌 개처럼, 사다리를 오르고 담장 위를 걷는다.
** 얼 쇼리스 <희망의 인문학>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을 한 묶음으로 지칭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경험 위주인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는 달리 사변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을 취한다.
얼 쇼리스는 인문학이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인문학을 통해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다 나은 적극적인 삶을 영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다.
"인문학이 과연 만성적 빈곤에 대한 구제책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누가 인간으로 태어나는가','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인간성을
누릴 능력이 있는가'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희망의 인문학 프로젝트인 '클레멘트 코스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열거하는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다.
이 책을 옮긴 이들이 현재 광명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은 삶과 세상을 깊고 넓게 성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자기를 발견하는 길고 긴 여정'이며 조화된 삶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다.

**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닥터 노먼 베쑨>
노먼 베쑨은 캐나다의 유명한 흉부외과 의사이다.
그는 의사로서의 모든 부귀와 명예를 뒤로 하고 스페인 내전과 중국의 항일전투에
참가한다.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 다니는 상황에서 이틀 동안 단 두시간 눈을
붙이고 50여 명을 수술하고 200여 명의 부상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그는 수술하다가 패혈증에 감염, 49세의 나이로 죽었다.
** 장 코르미에 <체 게바라 평전>
치명적인 천식을 앓았던 의학도이자 세상을 사랑하고 혁명과 민중을 위한
그의 삶은 신화이자 전설이다.
그는 고물 오토바이- 비루먹은 당나귀 로시난테- 를 탄 돈키호테였다.
그의 생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넘쳤다.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아야 한다."
"모든 진실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뺨이 자신의 뺨에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조지프 E.스티글리츠, 앤드루 찰턴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세계 무역의 과정과 방법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무역에서 생기는 이득을 전 세계가 골고루 누리게 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활발한 무역이 필수적이되 선진국은 약자들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원활한 무역의 흐름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반드시 인류복지에 쓰여져야 한다.
**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 클라우스 테렌클레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탐욕과 착취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후진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만연한 불의와 비인격성을 고발한다.
코카콜라는 인도의 플라치미다 지방에서 매일 물 35만 리터를 펌프로 끌어
올렸고 결국 주변 지역의 샘물은 모두 말라 버렸다.
카카오를 따는 어린이들은 정작 그것으로 만든 초콜릿은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콩고의 눈물이 서려 있다.
'설마 이럴리가!' 하고 탄식하는 우리는 그 엄연한 사실에 대한 방관자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를 둘러 싼 불편한 진실이다.

** 스콧 니어링 <스콧 니어링 자서전>
그의 경제학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인간과 경제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치고
깨우치는 것이다. '남의 불행'을 담보로 한 행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정한
행복일 수 없다. 그는 되묻는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끝없이 물어야 한다고.
** 엠마뉘엘 수녀 <아듀>
그녀는 예순이 넘을 때까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가난과 무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 갔다. 그녀의 열린 종교적인 태도는 선교를 내세우지 않았고
삶에서 진정한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했다.
그녀는 100년의 삶을 마감하면서 "나의 친구인 독자여, 당신을 위해 나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이렇게 고백하고 싶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금은 가장 위대한 사랑의 계절이라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그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작은 통나무 오두막집을 짓고 자연 속에서 가장
소박하게 자연과 동화되어 살았다.
무엇보다 앎과 삶이 일치할 수 있다는 도덕적 성취감이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했다.
"보슬비 때문에 콩밭을 매지 못하지만 비는 밭 매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비가 계속 와서 땅 속의 종자들이 썩고, 낮은 지대에서 감자 농사를 망치더라도
높은 지대의 풀에게는 좋을 것이며 풀에게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
"나는 오늘 밤에도 내가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이 호수를 보아 오지
않은 것처럼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아, 여기 월든 호수가 있구나!
내가 그 옛날 발견했던 것과 똑같은 숲 속의 호수가."

** 정기용 <감응의 건축>
이 책은 무주에서 10여 년 동안 다양한 방식과 일관된 철학으로 건축을 함으로써
진정한 집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무주 군수는 유명한 건축가인 저자에게 무주의 혁명적인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붕괴되고 있는 농촌사회를 지키며 살아 가는 그들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을
이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람들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때
농촌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사람들을 세상과 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건축가의 몫임을 나는 무주에서 배웠다."
주민들의 퉁 (퉁명스러운 핀잔) "면사무소는 뭐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 주지."
우리나라 최초로 목욕탕이 딸린 면사무소가 지어졌다. 2층에 통유리를 달아
전망대의 기능을 하게 했다. 새로운 프레임을 통한 새로운 조망이다.
면사무소와 복지회관 사이에 천문대를 짓고 연결하는 회랑을 붙였다.
별을 볼 수 있는 마을이라는 정체성이 한 건축가에 의해 부여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감응이다. 고랑마다 처마를 머리에 인 인삼밭에서 영감을 얻은
납골당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교류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군내행사가 있을 때마다 초대한 주민들이 오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노인의 퉁 " 군수만 본부석에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앉아 있으라고? 우린 안 가네."
그래서 탄생한 등나무집은 240여 그루의 등나무들과 닮게 하기 위해 원형 파이프를
반복시키고 등나무가 스탠드 방향으로 자랄 수 있도록 그 성장 방향을 원호로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자연과의 합일, 자연에의 동화로 행복한 삶을 살았던 소로우, 스콧 니어링을 보면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감동을 주는 윤선도의 만흥(慢興)이 떠올랐다.
만흥 ~~ 윤선도
자연 속에서 바위 아래 초가집을 짓고자 하니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비웃기도 한다마는
어리석고 시골뜨기인 내 생각으로는 그것이 바로 나의 분수인가 생각하노라.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의 물가에 앉아 실컷 노닐고 있노라.
그 밖의 자잘한 일이야 부러워 할 리가 있으랴.
술잔을 채워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랴.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지만, 산을 즐기는 것을 마냥 좋아하노라.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
속도와 풍경을 함께 누리는 그런 삶을 가져다 주는 책탐은 그래서 행복하다." ~ 1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