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섬에서 축구를 했던 수감자들의 존재를 알리는 단 한 장의 사진.

수감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선전의 일환으로 국제 언론사에 건네짐



 아름다운 경관의 로벤섬. 교도소는 섬의 왼편에 위치한다.

 

로벤섬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에 있는 섬으로, 인간 정신의

불굴의 의지와 승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소이다.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 격리 정책)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린 이들은 주로 흑인과 유색인들로 로벤섬에 격리, 인간 이하의 대접과 수모를 겪는다. 

이중에는 넬슨 만델라와 현재의 대통령 제이컵 주마를 비롯,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로벤섬에 수용된 재소자들과 그들이 설립한

마카나(Makana Football Association ; 정치범 수용소 내에 만들어진 축구협회), 그리고

축구를 통한 단결과 정치적인 학습 등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카메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사무엘 에투와 피파 부회장 잭 워너가 89개의 공 중 제일 처음으로

2개의 공을 차고 있다.

 

2007.7.18 로벤섬에서 펠레, 사무엘 에투, 루드 굴리트, 조지 웨아 등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한 줄로 녹슨 골대를 향해 89개의 축구공을 차례대로 차고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회 직원들과 남아공의 저명한 정치인들이 넬슨 만델라의

89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로벤섬에 모인 것이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예전에 로벤섬에 수감됐던 다섯 명의 위대한 축구인들이었다.

안토니 수즈, 세딕 아이잭스, 리조 시토토, 마크 시너스와 시포 츠하발랄라 등이

골대 안으로 골을 차 넣었다.

오랜 수감 생활 동안 그들이 지킨 자존감과 희생은 자유로운 남아공의 오늘이 있게 한

근본적인 힘이었다.

 



 리그 최고의 공격수 토니 수즈가 교도소를 둘러싼 가시철조망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다.



마카나축구협회는 수감자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리그 경기 이외에

토너먼트 경기를 주최하기도 했다. 

 

수감자들이 교도소 당국으로부터 체계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허가 받는 데에 꼬박

4년이 걸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카나를 만들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리그를 운영했고 FIFA 규정을

준수하며 종이가 부족한 감옥 안에서 모든 상황들을 자세하게 기록, 문서로 남긴 일이다.

(문서로 작성된 정관, 각종 위원회, 규정과 부칙을 제대로 갖춘 조직을 만들었던 것은

스스로에게나 교도관들에게 자신들이 일반 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축구연맹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나 개인이 아닌 단체인 마카나축구협회에

회원 자격을 주었다.

 

축구는 수감자들이 고통과 좌절, 불안을 이겨 내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였다.

리그는 그들이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고 질서있게 행동하고 조화를 이루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과 당국에 증명할 수 있었고 자존감과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심리적인 측면도 고려되었는데 그들은 장기간의 수감 생활로 인한 정신적 무기력과

공허함을 없애고 살아 남기 위해, 감정적으로 안정을 얻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활동해야 했다. 축구는 그들에게 목표와 열정을 주었다.

물자가 없었던 그들은 나무 널빤지와 섬의 해안을 떠밀려온 그물로 골대를 만들고

스파이크는 타이어 샌들 밑바닥을 자르고 못질하여 만들었다.

채석장에서 수행해야 했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했으며

감방 안에서는 비밀 교습 시간이 마련되었다.

 

애틀랜틱 레이더스 사건은 로벤섬 축구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일화이다.

섬 내에서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애틀렌틱 레이더스 팀은 약체 팀인 블루 록스 팀을 맞아

어이없게도 1 : 0 으로 지고 만다.

명백한 오프사이드인데다 핸드볼 파울이 있었다고 항의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레이더스 팀은 결과에 불복, 보름 후에 다른 팀의 시합이 있기 바로 직전 팀원 8명이 전원

경기장 위로 올라 와 센터서클 주변에 엎드리는 도발 행위를 벌인다.

레이더스의 행위는 분명 유죄였고 수감자들이 피땀 흘려 이룬 것들을 위협하는 행위였다.

마카나와 수감자 공동체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의해 안정과 분쟁 해결이라는 조작된 명목으로 로벤섬에 보내진 수감자들은

정당한 절차, 공정한 재판, 위법 행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사람들이다. 긴 시간이 걸려도 레이더스는 스스로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고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정의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그 당시 로벤섬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이 오늘날 남아공의 정치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더스 사건을 풀어 나간 그들의 방식에서 자유 남아공의 밝고 희망찬 미래가 보인다.

 



 하계대회(로벤섬 올림픽)는 섬의 행사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경기의 계획과 진행 상황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의 탄압과 정치범들의 수감생활, 학생 시위와 흑인 민중들이 봉기한

소웨토 항쟁으로 대표되는 남아공의 해방운동의 역사는 공작정치, 수많은 정치범들과

고문, 시위, 민주항쟁,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 등 우리의 역사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인지 모른다.

 

압제를 견디는 인간 정신의 강인함은 자존감이며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유의 정신이다.

 

"자기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든간에, 노래는

묻혀 버리고 역사는 사라질 것이다." ~ 336쪽 안토니 수즈, 수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