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꿈꾸는 아이들 - 피겨, 은반 위의 여왕
신혜숙 지음 / 형설라이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는 40년 전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한 '한국의 타라소바' 신혜숙 코치이다.

그녀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25년 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들려 준다.

책 속에는 피겨의 일화, 규칙과 기술, 등급, 초창기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이야기,

그동안 지도했던 정상급 선수들(최지은, 김나영, 이동원 등)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피겨 경기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스포츠 기술은 과학의 발달과 의학의 지원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그 수준이 높아진다.

초 이하의 시간을 다투는 스포츠 경기의 모든 기록은 깨어지게 되어 있고 어느

누구도 영원히 정상에 머무를 수는 없다.

예술과 기술의 미세한 차이로 점수가 결정되는 피겨 종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영 종목은 전신수영복이나 첨단 소재의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달리기 종목 역시 보다 빠르고 가벼운 운동화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모든 분야에서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재능을 필요로 한다.

선수들은 그만큼 연습에 매진해야 하고 성공하기 위한 과정도 훨씬 어려워졌다.

스포츠는 경쟁자가 있고 승리와 패배가 있다.

패배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뼈를 깍는 연습의 과정이 있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챔피언에게 열광하고 환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피나는 노력을 했어도,

1만 시간 이상의 혹독한 훈련을 했음에도 2인자, 3인자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

비정한 승부의 세계이다.

노력한 그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개그콘서트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에서 개그맨 박성광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이라고 부르짖는다.

1등만이 아니라 2등, 3등, 꼴찌도 기억하고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살만한 세상이다.

 

저자는 자신이 피겨를 시작했던, 열악한 시절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야기한다.

60년대 후반 국내에 동대문 스케이트장 하나 밖에 없었던 시절, 그 마저도 사용이

용이치 않으면 산정호수에서 훈련을 했다.

빙질이 나빠지면 부모들은 호수 한쪽 끝의 얼음을 깨서 그 호숫물을 양동이로 퍼 올려서

호수 위에 부어 바닥을 고르게 만들었다.

그 넓은 호수를 고르게 하기 위해 부모들은 얼마나 많은 양동이의 물을 퍼 올렸을까? 

어느 아버지는 호수에 빠져 동네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구조해 주었다고 한다. 

야외의 균일하지 못한 얼음판에서 혹한과 싸우며 미지의 비인기 운동 종목인 피겨에

온 힘을 기울였을 그 당시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김연아라는 선수가 나올 수 있었고 많은 피겨 꿈나무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피겨 선수의 성공 이면에는 엄마들의 희생과 헌신이 뒤따른다.

'피겨맘', '담요맘'은 아이가 연습하는 동안 추운 빙판 옆에 앉아 기다리면서 담요를

덮고 앉아 있어서 생긴 별칭이다.

가정과 사생활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니 대단한 선수 뒤에 숨은 엄마들의 자식을

위한 열정...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같다.

 

1998년, 골프 선수 박세리는 'US 여자 오픈 대회'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일은 당시 IMF 경제 위기로 실의에 잠겨 있는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 후 신지애, 이은정 등의 '박세리 키즈들'이 나왔고 현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요즈음 '김연아 신드롬'을 일으키며 '김연아 키즈'들이 피겨를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그들의 좋은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피겨를 하려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당부한다.

반드시 선수와 코치, 엄마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하고, 재능과 노력 그리고 돈의

삼위일체가 이뤄져야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가지 추가할 것은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이 스포츠에서도 '운'이 따른다고 한다.

그 운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항상 준비하는 것이다.

 

여자 시니어의 경우 쇼트 프로그램은 2분 50초, 프리 프로그램은 4분이다.

7분 이내의 연기를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부상과 좌절을 이겨 내고 연습과 훈련을

거듭하는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가장 떨리는 순간,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울고 웃다." ~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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