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풍과 비슷한 그의 제자인
'에곤 쉴레'의 작품들이다. 그림들은 어둡고 고독하다.
사랑은 세상에 사는 사람의 얼굴 수만큼 다양하게 존재하는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가슴 속 한켠에는 사랑에 관한 한두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슴 시린 첫사랑과 부끄러운 짝사랑, 사랑의 추억과 그리움, 이룰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간다.
대부분의 감정은 잊어 버리지만 사랑의 기억은 때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주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풍부한 감성을 선사하고 때로는 상처와 아픔으로 인한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랑... 그 자체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되고
그로 인해 세상과 삶을 보는 눈이 확장되고 인격의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테라피스트인 저자는 아픔과 상처를 가진 클라이언트와 환자들과의 상담사례를 통해
심리학 분야에서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인간의 연애 감정과 상처에 대한 상담 과정이
무척 어려웠노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더 이상 사랑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그리고 상처 받기 싫어 사랑에 무관심한 자기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사람의 얼굴이 다른 만큼 사랑의 종류와 개개인의 상처는 모두 다르지만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다시 사랑을 꿈꾸는데 동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 무감각 ~ 심리적 방어기제 ; 사랑에 무감각을 처방한 사람들
그녀는 유일한 혈육이었던 어머니가 죽은 후 3개월 동안 의식불명인 코마 상태에 빠진다.
의식이 깨어난 그녀는 무감각증에 빠져 진실로 사랑했던 그를 떠나 보낸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견디기에 너무 지나친 고통이라면 무의식 속에 모든 감정들을 밀어 넣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무감각)를 작동시킬 것 같다.
아마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고통에 짓눌려 죽었을 지도 모른다.
힘든 과정을 거치고 정신과의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회복하기 시작하는데...
무감각증에서의 회복은 그 이전의 고통스러웠던 모든 상처들을 다시 껴안아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감각을 되찾고 모든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면 저는 행복할까요?
만약 무감각증에서 회복된다면 저는 살아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살고 싶습니다."
사실, 사랑의 상처는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잊어 버리거나 무감각해 지는 것이다.
그녀에게 치료는 무감각이 아니라 사랑의 상처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 일, 사랑을 잊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그를 잃은 상처를 되찾는 일이다.
** 상실 ~ 과거 속에 사는 남자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와 이혼을 보고 자란 그는 심한 조울증이 있었다.
그가 만난 6살 연상의 그녀는 그에게 삶의 이유였지만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다.
"매일 눈을 뜨면 심장부터 아픕니다. 그 심장에 마음이 있더군요. 할 수만 있다면 제 심장을
빼내고 싶습니다. 그녀가 살아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유일한 사랑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타인의 상처를 보는 눈을
갖게 됐다. 누군가의 상처를 돌봐 주는 봉사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저자는 조언한다. "오랜 시간 너무 고독하고 힘든데 주변에 함께 할 친구가 없다면 죽을 힘을
다해 봉사를 하라. 내 상처를 달래 줄 사람이 없다면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라."

** 불안 ~ 다시 사랑이 올까
여러 남자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결혼을 결심했던 그와 헤어졌을 때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녀는 죽음을 결심한다.
심적인 동행이 필요했던 그녀는 친구와의 여행이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상처가 치유되어 간다.
대부분 사랑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치유된다.
상처가 추억이 되고 무뎌지는 날은 반드시 온다.
이 시간 여행에 함께 하는 이는 부모형제, 친구, 테라피스트일 수가 있고 취미활동이나
봉사를 통해 마음의 병이 치유될 수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내 인생과 남자, 둘 다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도, 앞으로도..."

** 편력 ~ 바람둥이 남자의 조언
부유하고 잘 생긴 그는 심각한 우울증과 여러 가지의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있었다.
모든 여자들이 '가볍고 쉽다'고 하면서 자신의 바람기를 정당화시키고 쾌락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생긴 정신적 빈곤은 많은 경우에 우울증을 야기시킨다.
석가모니 역시 성 안에서 부족한 것이 없이 살다가 우울증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밖으로
나갔다. 근원적인 질문과 목표의식을 찾는 그의 갈망이 우울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불자들이 이 부분의 글을 보면 화를 내지 않을까 싶다. 석가모니의 우울증이라...
약간은 이상하다. 저자의 생각이 넘친 것은 아닐까.)
바람둥이인 그는 실연으로 가슴 아파하는 여자들에게 조언한다.
"당신들의 문제로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문제가 아니었어도 그 남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할
다른 문제를 찾아냈을 겁니다. 당신들은 속은 것이지만 오히려 잘됐습니다. 그런 남자는 피해
주시면 됩니다. 더 중요한 건 당신의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 중독 ~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
사랑의 상처로 마음의 병을 갖게 된 사람들 중엔 이른바 '나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들이 많다.
알콜 중독이나 약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디톡스detox 과정 - 술 없이 느껴지는 고통에
대한 관찰 - 을 거친다.
사랑으로 상처 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술과 약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놀랍게도
비슷한 점이 많다.
사랑의 치료도 디톡스 과정이 도움을 준다.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 역시 그 상처를 준
상대를 잊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상처받아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그들에게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만큼 스스로를 사랑할 에너지가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조언한다.
"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당신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금기 ~ 상처 투성이 사랑
유부남과 미혼녀의 사랑, 자신들의 사랑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상처이다.
사랑에 빠지게 된 원인을 하나 하나 보자면 사람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참으로 다양하다.
절제되고 섬세한 조언이 아니라면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
어느 테라피스트는 조언한다.
첫째 ; 그와의 관계가 사랑인지, 아니면 내가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인지에 대해 구분하라.
둘째 ; 가정을 파탄 낸 비도덕적인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평생 사랑을 이어 나갈 자신이
있는가 생각하라.
세째 ;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당신의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명심하세요. 당신은 힘이 있는 여자입니다. 당신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을 힘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를 만나지 않을 힘이 있습니다. 당신은 잘못된 사랑을 끊을 힘이 있습니다.
사실, 당신은 당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트라우마 ~ 서른 일곱 그녀에게 처음으로 찾아 온 사랑들
그녀는 심각한 불안증을 동반한 우울증과 공항장애를 앓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가 차에 치여 죽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 운전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녀를 협박했다.
그때 겪은 일은 평생을 따라 다녔고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그녀는 악전고투 해야 했다.
다행히 늦은 나이에 두 사람과 사랑했고 그녀는 안정적인 변호사 대신 전국 각지로
혼자 연주하러 다니는 재즈 뮤지션을 선택한다.
심리적인 장애로 모든 것이 남들보다 오래 걸렸고 사랑도 남들보다 늦었지만 막상 사랑이
왔을 때 신중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에 충실한 것이다.
짧은 시간에 그녀를 변화시킨 사랑의 힘은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그녀의 병을 고쳤다.
** 오해 ~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이별보다 어려운 연애
사랑을 하는 두 남녀가 사랑을 바라 보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여자는 말로 표현하기를
바라고 남자는 쑥스러워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서로의 소통 방식이 다른 것이다.
화성인 남자는 말한다. "그냥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오해하지 않고 등 돌리지 않고,
좀 더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 전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성숙한 사랑 말입니다."

** 극복 ~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그녀에 대한 그의 집착은 병적이었고 결국 그녀는 떠났다.
패닉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는 우연히 서점에서 '큰 사랑'과 '작은 사랑' 에 대한
차이를 말하는 숭산스님의 책을 보았다. 자신의 사랑이 한낱 작은 사랑으로 그려진다는
사실에 분노한 그는 스님을 찾아 간다. 만나지도 못하고 절에서 나오는 순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찌개에 밥 몇 그릇을 먹고 포만감을 느낀...그는 불가에 출가했다.
"이런 저런 인연들이 얽히고 설켜서 지금의 내 모습으로 이끌었다. 탐욕을 뺀 순수한
마음의 끌림을 보면 좀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좌충우돌하다
실패했다면 그저 거기까지만 인연이 있는거야.
비록 내가 의도한 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도 그 인연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결혼은 사랑의 종착역이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사랑이 펼쳐지는 출발역과 같은 것이다.
한 쌍의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더 성숙한 단계의 사랑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평생 화두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사랑, 정말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에필로그 ; 사랑은 평생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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