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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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9명의 자전거 마니아들은 이 책에서 자전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풀어 놓는다.  

그들은 자전거의 속도감 만큼이나 (자동차에 비교해서) 느리고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듣다 보니 어릴 적 타고 놀았던 자전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 속으로 퐁당 빠지게 된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각자의 삶과 철학이 건강하고 아름답다.

 



 

** 달려라 자전거 ~ 윤준호

스트라이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윤준호는 '오메가 쓰리' 밴드를 꾸리고 있으며

자전거 테마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작은 공간 안에서  답답한 자동차를 타지 않고 주위의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달린다.

그는 자전거 콘서트가 힘차게 페달을 밟는 발끝에서, 배기가스 대신 내뱉는 거친 호흡 속에서,

그리고 엔진처럼 뜨겁게 뛰는 가슴 속에서 계속 이어지리라 믿는다.

 



(이탈리아의 영화 <자전거 도둑> ~ 2차 대전 직후 실직 상태이던 주인공은 자전거를 소지하는

조건으로 취업이 된다. 혼수로 장만한 침대보를 팔아 간신히 장만한 자전거는 출근 첫 날

도난 당한다.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결국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대고...

어린 아들은 자전거 주인에게 아버지의 절도를 용서해 달라고 눈물을 흘린다.)

 

** 빈곤한 자전거 도둑들의 도시 ~ 반이정

'오늘 하루 전세계 도처에서 예의 헤아릴 수 없는 자전거들이 그들의 주인을 잃었다." ~ 54쪽

자전거들의 품질과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 여전히 자전거의 보편성은 사회 약자들의

지친 두 발이다.

자전거는 주인의 두 발이 되어 수천 수만 킬로를 뛰지만 신원 미상의 손에서 최후를 맞곤

해서 버림받은 반려동물의 처지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자전거 절도는 도덕 불감증과 안이한 소유 의식이 결합될 때 가시화되는 경범죄이다.

 



 

** 나르는 자전거 ~ 지음

자전거 메신저인 지음은 흔치 않는 직업이지만 퀵 서비스인 오토바이를 타는 대신 자전거를

고집한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자전거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석유와 화폐의 능력과

해악을 증명할 뿐이다." ~ 118쪽

그는 자전거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보려 한다.

자전거로 웨딩 꽃마차 끌기, 2인용 자전거로 택시 영업, 관광객 태우고 여행 가이드하기,

자전거 도로 주행 연수하기, 촬영감독 태우고 영화 찍기, 물건 대신 사다 주기,

심부름하기 등등

 



 

** 소년의 자전거 ~ 차우진

소년은 널따란  운동장에서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브레이크 조절을 하지 못해 아버지가 세워 둔 오토바이와 부딪쳐 넘어졌고 아버지는 소년을

잡으려다 엔진이 식지 않은 구식 오토바이의 뜨거운 머플러에 종아리를 데었다.

해가 지고 집에 돌아오다가 아버지와 나란히 걷던 소년은 아버지의 다리를 훔쳐 보았다.

아버지는 소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소년은 무척 안심했다.

30대 중반이 된 그는 자전거 핸들을 잡을 때 가끔 그때가 생각난다.

그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던 날, 스물 몇 살일 때 지친 중년의 아버지는 소년이 모르는

어디론가 떠났다고 한다.

왜 그의 아버지는 떠났을까...혹시 그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자전거를 탔던 것은 아닐까...

 



 루브르 박물관 옆 리뽈리 길

 

** 빌리는 자전거 ~ 서도은

파리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를 대체하고 있다. 자전거의 역사는 깊고 오래되었고 요즈음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 값싼 이동수단, 친환경성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부여받았다.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영양 과다 섭취의 선진국 인구의 체지방을 연료 삼아

자전거를 타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벨리브는 벨로 (velo , 자전거)와 리브르(libre, 자유로운) 의 합성어로 공용자전거를

저렴하게 대여,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친환경 대중교통이다.

대중교통의 혁신과 환경보호라는 당위성이 만난 벨리브는 파리에서 패션과 트렌드가

되었고 일반 자전거의 판매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파리에서 자동차 타기는 점점 힘든 일이 되어 가고 있다.

벨리브는 파리를 단기간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열려 있다.

파리 중심을 관통하는 코스가 있고 골목 골목길을 찾아 자전거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언젠가 파리를 가면 꼭 해보고 싶다.

 



 

  나의 자전거 이야기 1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는 매립지 위에 세워진 학교이다.

학교가 세워지기 전 매일 새벽 연탄재를 날라다가 운동장에 부수곤 했다.

연소된 연탄 1장마다 도장을 받았는데 상품을 받은 적이 없어 지금 생각해 보면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꽤 많은 학생들이 연탄재를 날랐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세워진 학교 뒤켠에는 넓은 갯벌지가 땅으로 변해 빈 공터로 자리잡았다.

어느날 부터인가. 그 곳에 시간당 얼마를 받고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이 생겼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한동안 지켜만 보다가 남들 다 배우고 난 뒤 배웠는데 아주 쉽게 배웠다.

자전거를 배운 첫 날, 친구가 뒤에서 중심을 잡아 주었고 계속해서 친구가 잡고 있다고

믿었던 나는 어쩐지 뒤가 허전해 돌아보는 순간 그대로 자전거와 고꾸라지고 말았다.

요즈음 아이들처럼 나이와 성장 발육의 단계에 맞춰 세 발 자전거를 타지 않고 바로

두 발 자전거를 탔으니 내 운동신경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나 보다.

 

  자전거 이야기 2

5학년 아이가 타기에는 지금 보기에도 무섭게 크고 버거워 보이는 짐빨 자전거

(짐 싣는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다녔다.

아마 자전거는 반드시 정복해야만 하는 대상 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선구품 (배에서 쓰는 물건, 낚시에서 못, 그물, 와이어 로프 등등)을 팔았다. 

오빠가 물려 받아 지금도 선구업을 하고 있으니 가업인 셈이다.

자전거는 여러 대가 있었는데 모두 무거운 짐을 실어야 했기 때문에 크고 단단했다.

발이 땅에 닿지도 않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시장통과 선창가를 헤매고 다녔다.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어서 겁이 나기도 했지만,

에이 까짓거. 하면서 열심히 끌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봐도 아무 사고 없이 탔던 것은 감사한 일이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어린 여자 아이가 커다란 짐자전거를 싣고 차와 사람으로 뒤엉킨,

선창 부둣가나 시장을 누비는 것을 본다면 틀림없이 말릴 것이다.

 

  자전거 이야기 3

큰 아이가 4살 무렵, 자신보다 꽤 큰, 보조바퀴가 달린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어느 날엔가.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가 집에 들어 오지를 않았다. 

귀티가 나서 누가 데려갈 지도 모르니 옷을 더럽게 입히라는 언니의 말이 떠오르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헤매면서 찾고 다녔는데 아이는 날이 어둑해질 무렵 집으로 들어 왔다.

아이를 다그치니 시장 주변을 샅샅이 돌았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는 나를 닮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자전거 이야기 4

아파트 단지가 커서 아이가 단지 내에서 자전거를 타기가 수월했다.

아이가 커 가는 단계에 따라 여러 개의 자전거를 바꿨고 (세발에서 보조바퀴 달린

두발에서 완전한 두발- 아이들이 두 다리가 길어지고 균형을 취할 수 있게 자라는

과정은 감사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자전거가 바뀔 때마다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신나 했는지 모른다) 그 자전거들은 거의 매번 잃어버려 단지 안을 찾아 다니곤 했다.

아이들을 잊어 버리는 것 만큼은 결코 아니지만 아이가 어느 세월 애정을 가지고

탔던 자전거를 찾아 다니는 일 또한 힘든 일이었다.

자전거의 이름도 없고 부를 수도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전거의 모습을 떠올리며

애타게 두리번거리고 찾아 헤맸다. 

어디선가 자전거도 주인을 애타게 그리워 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자전거와

나와의 영적인 연결, 유대감을 생각하며 자전거야 제발 나타나라 하지만 날이 저물

무렵까지 찾지 못하고 허탈하게 집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앗다.

운이 좋으면 며칠 뒤에라도 단지 으슥한 곳에서 더러워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전거와의 인연을 끝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전거 이야기 5

마라톤을 하는 남편이 어느 날 의기양양하게 새 자전거 1대를 몰고 왔다.

경품으로 탔다는 것이다.

생각하면 자전거를 경품으로 당첨될 확률은 참으로 작기에 엄청나게 땡 잡는 일이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바쁘다 보니 집에 있는 자전거

(큰아이에게 4학년 때 사 준 24단 기어 달린 3000리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24단 3000리 자전거는 몇 번을 버리려고 했지만 버리지 못하고 이사가는 지역마다

우리를 따라 다녔다. 자전거는 2대가 되었다.

 

  자전거 이야기 6

24단 기어 자전거는 안장도 헐었고 구멍까지 나서 3년 전에 경비 아저씨에게 말했더니

안장의 구멍은 그대로지만 꽤 쓸만하게 고쳐 놓으셨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두고 왔는데 큰아이는 살던 아파트로 가서 그 자전거를 다시

끌고 왔고 여전히 아파트 마당 자전거 거치대에 세워져 있다.

그 자전거는 지금은 타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타게 될 것 같다.

아마 다음번에 이사갈 때도 그 자전거는 우리를 따라갈 것이다.

 

  자전거 이야기 7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건강한 나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재작년에 베트남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엄청난 오토바이들이 차와 뒤엉켜 무질서하게 다니고 있었다.

사고율이 낮고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석유 매장량이 상당히 많은 베트남이 수많은 오토바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입한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안타까웠다.

가까운 거리라면 연료가 들지 않는 자전거가 좋을텐데 왜 오토바이일까.

사정이야 있겠지만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면 훨씬 잘 사는 나라가 될텐데...

 

우리나라에서도 도로가 위험하지만 않다면 환경보호에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위험하고 자동차 운전자들의 막말이 무서워서  자전거를 가지고 도로로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같다.

파리처럼 자전거 도로를 많이 만들어 안심하고 탈 수 있다면 좋겠다.

 

시간 나는 아무 때나 자전거를 타고 둑방길을 달리고 싶다.

낯선 장소를 여행하다가 길가 벤치 옆에 앉아도 좋고 들꽃 사이에 누워 있고도 싶다.

한적한 시골길을 가르며 뺨에 스치는 바람 내음새를 맡아도 좋을 듯 싶다.

친구와도 같은, 그동안 못 만난 혈육과도 같은 자전거를 벗삼아 달리고 싶다. 

기억 속에 잠시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모락모락 살아나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자전거...

 



 

"그는 페달을 밟으며 자신의 삶에 맞는 속도로 살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일주일에

며칠은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다. 시속 15 킬로미터 정도다. 그때마다 나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그러니까 적당한 속도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자전거, 내게 페달을 밟는 건 시속 60 혹은 80 킬로미터의 속도에 맞춰진 내 삶을

적당한 빠르기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건 좋은 일이고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탄다. 계속해서 탄다." ~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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