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고 작가인 코맥 맥카시가 70살이 넘은 노작가라는

사실에 놀랐고,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에 놀랐다.

[더로드]를 보고 싶었던 이유도 그가 영화 원작의 작가라는 데에 있었다.

또 하나,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의 참담한 모습이 보여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끝없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본 영화 [더 로드]는 역시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맥카시는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 곁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소설의 소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애틋한 아들에 대한 사랑을 안타까운 지구, 지구 종말의 메시지로

연관시킨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영화를 보고

원작 [더 로드]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비고모텐슨은 [반지의 제왕],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이미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이다.

그는 절망 가운데에서 아들을 지키는 부성애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낸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고 나가면서 쉽지 않은 내면연기를 소화해 낸 그의 내공 덕분에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영화 속 상황으로 쉽게 빠져들게 된다.

아들 역을 맡은 코디 스미스 맥피의 연기도 감탄을 자아 내게 한다.

두려움이 가득하면서도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순수함과 천진함을 잃지 않는다.

작년 말에 본 영화 [2012]는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의 모습을 그린 재난영화이다.

영화[더 로드]는 영화 [2012] 이후의 모습이다.

극중에 나오는 노인 로버트 듀발의 말처럼 자연의 경고를 무시했던 인간에게 멸망의 날이

다가오고 모두가 죽은 뒤에 소수의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 먹는 악한 사람들과 사람을 먹지 않는 사람들(자식을 가지고 있고,

가슴 속에 불씨를 간직한 사람, 즉 아이의 아빠와 같은 사람)로 나뉜다.

먹을 것이 없어 곤충들을 구어 먹고 빈 집과 슈퍼 등을 뒤져 운좋게 걸리는 캔이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며칠이고 굶는다. 추위로 죽고, 신발이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고 햇빛을

볼 수 없는 어두운 날씨에 언제 어느 때에 땅이 갈라질지, 나무가 무너질지 모른다.

인간 사냥꾼들은 아무때고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식량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굶주림, 추위,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절망이다.

 



 

남자의 아내가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듯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살을 택한다. (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강한 법인데 절망이 아무리 커도 자식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이 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이해시킬지...)

 



 

영화의 화면은 언제나 회색과 잿빛으로 암울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카트에 실린 물과 약간의 식량, 옷, 신발, 실탄이 두 발 들어있는 총(1발은 인간 사냥꾼을

죽이고 나머지 한 발이 장전) 등을 악인들에게 빼았기지 않기 위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아버지, 비고 모텐슨은 아버지의 연기를 하기 위해 20kg을 감량했다고 하니 대단한

연기 투혼이다.  

절망 속에서 죽음을 택한 아내와 달리 그는 아들을 위해 죽음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한다.

길에서 만난 노인에게 죽음이 두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죽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도

사치라고 하는 노인의 말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존재의 이유이고 아들이 신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아들, 신이 그를 나에게 보내지 않았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내가 세상을 다시 만든다면 지금 이대로 만들겠다. 아들이 있으므로."



 "너는 나의 심장이다. (You are my heart) 영원히..."
 





 

누군가가 파놓은 방공호에서의 즐거운 한때. 묵은 때와 먼지를 씻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아이는 수프와 치토스에 감사기도를 올린다.

 



 

부서진 자판기에서 운좋게 찾아낸 콜라 한 캔, "탁 쏴요." 아빠와 같이 마시는 콜라의 맛...

먼지에 뒤덮힌 콜라를 찾아내고 기뻐하는 아버지와 그것을 마시는 아이의 행복한 표정.

희망처럼 어렵사리 건져낸 콜라 맛의 황홀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가진 것들을 지키려고 할 때 아이는 자신의 먹을 것이 언젠가

바닥 날 것을 알면서도 굶주린 자들에게 음식을 내밀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작가가 보여 주려는 희망의 불씨,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심은 아이에게 드러나 있다.

아이의 얼굴에서 성스러움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해석일지 모르겠다.

 

끝없는 여정...

따뜻한 남쪽을 향해 지도를 찾아가며 끝없이 걸어 간다.  

도중에 악인들을 만나고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못할 것이 없다.

가끔씩 꿈에서 나타나는 아내와의 따뜻했던 추억은 밝은 색으로 묘사되지만 깨고 보면

언제나 차가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을 피우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불씨를 꺼뜨리지 마라."

마음의 불씨, 다름 아닌 희망이다.

영화는 황폐하고 참담한 인류의 미래를 말하고 있지만 어린 천사와도 같은, 사랑이 가득한

아이를 통해 미래가 다시 밝아질 수 있으리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인간은 절망 끝에서 무엇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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