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강석진 감수 / 생각의나무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서 등장하는 수학자들과 그 업적은 거의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서 쓴 것이고 
주인공과 삼촌 페트로스는 가공의 인물이다. 그렇지만 분명 페트로스와 같은 천재 
수학가들의 외로운 삶이 소설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번역이 잘되어선지 술술 잘 읽히고 참 재미있으면서도 다 읽고 난 후 마음이 찡해진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을 졸이게 된다.
페트로스는 결국 ’골드바흐의 추측’의 증명에 실패하고 죽었다. 
소설이니 좀 더 그럴듯한 결말을 기대했건만... 
불쌍한 수학자 페트로스. 그가 풀어 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랬는데 결국 
주인공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증명에 성공했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명백하게 답한다. 
수학자들을 보면 그 천재적인 재능이 놀랍기도 하지만 공포와 전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수학자들의 광기(뷰티플 마인드의 존 내시, 칸토르, 곡기를 끊고 자살한 괴델),
단명(라마누잔, 리만39세, 아벨27, 갈루아20 요절), 자살한 튜링 등등

주인공의 아버지는 ’인생의 비결은 항상 이룰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페트로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능을 소진하는 
죄악을 범했기에 인생에 실패한 낙오자로 본다. 
그러나 주인공은 삼촌이 ’프로메테우스’처럼 가장 어려운 학문 분야의 한켠에 빛을 비추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고 본인도 수학자가 되려고 결심한다.
수학자가 될 생각으로 삼촌을 찾아갔던 주인공은 최고의 재능이 아니면 수학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에 좌절하고 만다.  ’진정한 수학자는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

페트로스는 자신이 연구하는 것의 기밀이 새 나갈까 봐 전전긍긍한다.
’분할이론’에 대한 정리를 증명했음에도 누군가가 그 중간정리를 사용하여 ’골드바흐의 추측’을 
먼저 증명할까 봐 발표하지 않는다.
그는 인도출신의 천재 라마누잔의 죽음에도 정수론 분야에서 라이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은근히 
기뻐하고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창조적인 능력의 쇠퇴를 두려워한다. 
수학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20-25세가 절정이다)
결국 나이 먹는 것과 고립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낀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괴델의 ’불완전성의 진리’(모든 수학적 공리 체계에는 증명 불가능한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에 
적용된다고 포기하고 만다.
주인공의 친구인 새미는 페트로스가 증명의 실패를 괴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탐스럽게 생긴 
포도를 먹을 수 없으니 덜 익은 것’이라고 말하는 신포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 전부를 걸었기에 실패를 인정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페트로스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한 것이고 하디와 리틀우드의 공동연구 제의의 거절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수학자들의 공동연구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책이 끝나는 부분을 보며 더욱 긴장했던 것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페트로스가  
증명을 포기한 진짜 이유에 대해 고백할까. 혹은 증명을 완결했을까의 여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페트로스는 증명의 성공을 확신하는 순간 미쳐있는 상태였고 그 발작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 ~~ 페트로스의 비문

주인공은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 수학 천재들의 불행한 삶을 보며 수학을 포기한다. 
그는 말한다. 
"일반 사람들은 수학자들에게만 허락된 그 즐거움을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중대한 이론을 이해함으로써 깨닫게 되는 진리와 아름다움의 조화는 그 어떤 인간 활동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는 거대한 수학의 바닷물에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었지만 더 높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내 인생에 크나 큰 
자취를 남겼다. 그렇다. 그 짧은 경험으로 인해 나는 이상적 세계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믿고,
또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페트로스와 주인공을 보면서 나는 수학을 하는 사람들의 고독과 고통을 읽을 수가 있었다. 
수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행복하기를 간절히,간절히 바란다.

골드바흐의 추측 -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개의 소수(素數)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4=2+2     8=3+5      18=5+13     30=13+17     50=19+31    ...........
이 문제가 제기된지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증명을 발견한 사람이 없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995년 앤드류 와일즈가 증명했고, ’푸앵카레의 추측’은 러시아의 
페렐만에 의해 풀렸다.
’리만가설’과 함께 ’골드바흐의 추측’도 미제(未題)로 남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다." ~~ 15쪽 새미 앱스타인
(Every person has the right to expose himself to whatever disappoin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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