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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움의 감정을 일찌기 이렇게 가슴 저리게 묘사한 글이 있었던가.
신윤복은 김정호에게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 그러니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사람을 그리워할 때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사람과 연결되어 그리움이 커진다.
그저 볼에 스치는 바람 만으로도, 높은 산과 멋진 나무를 봐도, 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음식, 시, 노래 만으로도 그리움이 점점 커가지 않던가.
내게는 돌아 가신 아버지, 엄마가 그리웠고 지금도 그립다...
바람의 화원은 ’사람에 대한, 예술에 대한 그리움’에 관한 책이다.
조선 최고의 화원인 김정호가 천재화가인 신윤복의 얼굴과 추억을 잊지 못하는 마음,
옆에 있어도 그리워하는 그 애닯은 그리움,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에 대한, 예술혼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
저자인 이정명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 신윤복과 김홍도, 정조와 두 화원을 이야기의
축으로 잡고 약간은 미스테리하면서도 멋있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뛰어난 그림들과 절묘한 해석, 우리 그림의 멋스러움, 애간장이 타는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잘 버무러져 아름답고 긴 서정시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김홍도와 신윤복이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고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은 역사적인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지만 작가적인 상상력에 의해 적당하게 사실과 섞여 소설적인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녀는 바람의 화원이었다. 바람처럼 소리없고, 바람처럼 서늘하며, 바람처럼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남아 있는 나의 생은 오직 그녀를 그리워하기 위한 시간이었고,
그녀를 생각하기에만도 나의 삶은 모자랐다." ~~ 261-263 쪽 김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