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수학... 그 세계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아들은 말한다.
아들은 수학에 인생을 건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자신의 길을 정한 것 같다.
때로는 곁길로 새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결국은 다시 돌아와 수학의 길로 항해를
시작 하는 것 같다. 수학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당연한 정리를 뒤집어 다시 생각하고 반례를
찾고... 아들의 선배가 어느날 수학의 어떤 법칙인가를 알고 난 뒤, 살아 있다는 것이 정말로
아름답고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들이 깊이 공감하는 것을 보고 나도 공감한다.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자'는 지도 교수님의 말씀을 따라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아들이 멋지다.
아들의 멋진 꿈과 나의 꿈이 맞닿아 있다.
그 꿈을 이루는 날, 아들은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갈 것이고 나는 아들의 곁에서 아들이
가는 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저자인 슈피로는 수학, 물리학, 경제학, 재정학 등의 다양한 과목을 공부한 저널리스트이다.
'푸엥카레의 추측'이 대수적 위상수학으로 물리학에 상당 부분을 기대있는 것을 보면 저자의
약력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저자보다도 책을 번역한 전대호의 약력은 더욱 궁금하다. 그는 물리학 전공,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것을 보니 그가 서문에 기록한
글들이 이해가 된다.
"대규모 집단과 거창한 장비와 화려한 조명과 대중의 환호와 정책적인 지원으로 범접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자유, 한 정신의 맑은 흐름을... 생각할수록 페렐만과 푸엥카레를 비롯한
수학자는 시인인 것 같다. 수학은 세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묻고, 대답하고, 따지고,
자기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배우고, 다시 묻는 태도..." ~~ 서문
수학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고 본류와 비본류의 구분은 있나 보다.
수학의 세계 안에서도 이 책에서 잠깐 나오는 것처럼 남의 이론과 증명의 방식을 내것인 양
내세우기도 하고 허명을 위해 모험을 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는 것 같다.
수학계의 해이한 윤리나 명예 탈취 시도, 불가피한 논쟁 등에 회의를 느끼고 은둔을 택한
페렐만의 초연함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가 세상 사람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맑고 고귀한
품성을 가진, 양심과 지성을 지닌 수학자이기 때문이다.
역자인 전대호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번역할 때면 늘 마음이 편치 않다.
현명한 독자들의 아량을 부탁한다."고 서문에 밝힌다.
이해하고 말고가 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번역한 사람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나같은
범부가 어찌 알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수학과 물리학이 합체된 정리와 증명들, 그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자신이
바보스러우면서도 역자의 말에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이 책의 진가는 잊어 버리고 살면 편할 추측과 그 추측을 증명하는데에 목숨을 거는 수학자들의
치열한 삶과 그 삶의 목적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하는데에 있다.
이전 세대, 혹은 동세대의 석학, 주로 수학자들의 그 맹렬한 연구와 삶의 목표에 대한 존경스러움에
새삼 고개를 수그린다.
특히, 페렐만을 통해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 밖의 일과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맑은
정신을 엿볼 수 있으니... 이 한 권의 책이 사람이 얼마나 귀한가를 알게 해 주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이 책은 '푸엥카레 추측'과 이후 푸엥카레병('푸엥카레의 추측'을 풀기 위한 모든 열정과 좌절)에
걸려 있던 수학자들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천재 그리샤 페렐만이 추측을 정리한 순간까지 100년에 걸친 위상수학자들의 삶에 대해
다룬다. '푸앵카레 추측'은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 일곱 개 가운데 하나였다.
"어떤 다양체의 기본군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체가 구면과 위상동형이 아닐 수 있을까?"
~~ 푸엥카레 추측
푸엥카레는 자신의 직감을 정리가 아니고 질문으로 제시하였다.
그 대답 없는 질문은 여러 세대의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20세기 내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학자들이 그 추측에 매달려 학자로서 일생의 상당 부분을 소비했다.
처음에는 추측이 잘못 되었다는 반례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실패로 돌아 갔고
결국 그 추측이 옳다고 확신하고 무려 100년 동안 세계의 수학자들은 증명을 찾아 헤멘다.
나는 때로 수학자들이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 검객과 같고 수학의 세계가 무협의 세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림의 세계에서는 무림고수들이 더 나은 무림고수를 찾아 무술을 겨루고, 비기와
비서를 남기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세력들을 수성하기 위해 피를 흘린다.
수의 세계. 기하의 세계를 찾는 이들의 비장함 또한 이못지 않다. 아니, 더욱 치열하다 하겠다.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수학자들의 앞날에 영광과 번영이 있기를...
여러 해 전에 만난 수학자 한사람은 미제의 가설에 도전하는 중이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아침에 눈을 떠서 그 미제 문제에 매달릴 수가 있고 저녁에 잠이 들 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 문제에 또 다시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푸엥카레의 추측에 도전한 지 8년 만에 페렐만은 문제를 풀었다는 확신에 도달한다.
그가 쓴 세 편의 논문으로 '푸앵카레 추측' 뿐 아니라 기하학화 추측까지 해결하게 된다.
"컴팩트하고 단일하게 연결된 다양체를 리치 흐름을 통해 변형하고 모든 특이성들을 수술로
제거하면 결국 구면들의 집합만 남는다. 시간을 되돌려 구면들을 다시 붙이면 원래의 다양체
자체가 구면이라는 것을 보일 수 있다." ~~ '푸앵카레 추측'에 대한 페렐만의 증명
페렐만이 세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린 후, 3년 동안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8월에 ICM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되었고 그는 그 상을 거절했다.
명예와 대중의 인정에 관심이 없는 그는 '푸앵카레 추측'을 자신이 증명한 그 자체로 이미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지도 모른다.
1998년 클레이 수학 연구소는 일곱 개의 밀레니엄 난제를 풀 경우에 각각의 문제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페렐만은 그의 증명을 유명한 학술지에 출판하기만 하면 100만 달러의 상금을 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수학계와 발을 끊은 그는 수학을 완전히 버렸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소르마니는 말한다. "페렐만이 수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행세하지만 아마도 많이,
일주일에 50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연구하고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혹시 아는가. 몇년 뒤, 새로운 난제를 해결했다는 그의 소논문이 아카이브 학술지에 실리고
세상이 또 한번 왕창 놀랄지...

"페렐만은 푸앵카레의 추측을 정리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많은 위상수학자들은 동경어린
슬픔을, 일종의 산후우울증을 느낀다. 1904년에 시작되어 수많은 부침을 겪으며 수백 명의
수학자들을 1세기 동안 분주하게 만들었고 많은 수학자들의 경력을 이끌고 파멸시킨 위대한
모험은 이제 마침내 끝났다." ~308쪽
"그러나 수학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한 문제에 대한 성공적인 해결은 수많은 새로운 질문들을
향한 문을 열어 놓을 뿐이다. 수학 앞에 서면 쉽게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아직 미해결로 남아 있다. 위대한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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