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꽃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매일 아침마다 배달되는 수많은 메일 중에 한 사이트에서 보내는 '웃긴 글'과 '좋은 글' 이 있다.

웃긴 글은 가장 먼저 읽고(신나게 웃는다. 특히 재미있는 글일수록 더 좋다.)

좋은 글은 읽지도 않고 삭제한다.

좋은 글은 사랑과 그리움, 이별에 관한 남녀간의 이야기이다.

아마 20대, 30대에는 자세히 읽으며 글이 주는 감성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지금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에 별 느낌이 없다. 

좋게 말하면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에 흠뻑 빠져 사니까.

(그렇다고 아들들에 대한 사랑도 고상한 아가페적인 사랑은 아닌것 같아 반성도 해본다. 왜냐하면

아들들에게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성공에의 욕구가 가장 강하게 투사되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벌써 늙었구나 생각하며 약간...서글퍼진다.

여튼 남녀간의 사랑 타령이 유치하고 시들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배우 이미숙은 나이 80살이 되어도 60살 먹은 남자의 손을 잡을 것이라고 했던가.

나는 배우가 아니니까. 그저 한 남자와 살고 그 손이나 잡고 살아야겠다.

그래도 사랑하고 사는 것이 사랑하지 않고 사는 것보다 좋으니까 남편이라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해 말한다.

뇌의 구조에 따라, 뇌에 꽃이 피는 자리에 따라 다른 성향의 사랑을 한다는 다소 색다른 이야기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관한 뇌의 영역은 욕망을 관장하는 원시적인 뇌(파충류적인 뇌)~~뇌간과 소뇌,

기억과 정서, 감성을 담당하는 포유동물의 뇌~~변연계, 지성을 창조하는 대뇌~~신피질의 3부분이다.

작가의 생각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명언들과 예술가, 철학자들의 격정적이면서도 무모하리만큼 어리석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롭다.

지역과 문화, 관습에 따른 사랑의 개념 정의나 담배 말보로에 얽힌 이야기 등도 참 재미있다.

저자의 카피라이터라는 약력에 걸맞게 언어 선택은... 다소 자극적이다.

 

*사랑에 관하여 - "요구하지 않는 사랑, 이것이 영혼의 가장 고귀하고 바람직스러운 경지이다."~헤세

                 "사랑하지 말아야겠다고 하지만 뜻대로 안된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사랑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J.라브뤼이엘

                 "나는 평생 화려한 보석들에 둘러싸여 살아 왔다. 하지만 내게 진정 필요했던 건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그것 뿐이었다." ~ 리즈 테일러

                 



 

*파충류적 욕망 - 니체 ; 라이프치히 대학 시절 매독에 감염된다. 니체의 첫번째 연인은 친누이이다.

                 괴테 ; 74살의 괴테는 19살의 울리케를 사랑한다.

                 소설 속의 '롤리타' ; 47살의 험버트는 양딸 12살 소녀 롤리타를 사랑(?)한다.

사랑은 어쩌면 극도의 자제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광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욕망 역시 사랑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욕망이 지나치면 상대는 물론 자신까지 파멸하게 된다.

욕망 자체가 잘못 된 것은 아니지만 포유류적 감성과 인간적 지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포유류적 감성 - 영화<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마틸드와 앙트완 ; 마틸드는 사랑을 잃을까봐 떠난다.

                 생떽쥐베리와 콘수엘로 ;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사랑이다. 바람기 많은 감성주의자인

                      생떽쥐베리의 실종 이후 그를 잊지 못했던 콘수엘로 역시 감성주의자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로테를 향한 열정적인 사랑을 멈출 길이 없던 베르테르는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의 권총으로 자살한다.

감성의 뇌꽃이 피면 모든 감각 본능이 상대를 향해 있다. 감성이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기억과 연관되어

분노, 복수심, 폭력, 집착, 고통, 슬픔, 번민의 감정에 빠진다.

포유류적 감성은 달콤함과 폭력성이라는 양면의 얼굴을 가진다. 포유류적 감성이 지배할 때에 지성은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집착 대신 한 발 물러서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준다.

 

*인간의 지성 - 21살에 절필한 유럽의 지성 발레리 ;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과 감성으로 휘둘리는

                   자신에게 절망을 느끼고 감성을 털어낸다.(여자에 대한 사랑을 모두 씻어낸다)

                   욕망과 감성을 모두 버린 발레리. 꼭 그래야만 했을까...

                헤르만 헤세 ; 세번째 결혼 이후 평안한 삶을 누렸다. 저자는 적당한 욕망과 감성,

                    너그러움과 배려, 참음을 깨달은 헤세가 사랑의 황금비를 누린 사람으로 본다.

저자는 사랑을 완성하는 지성의 힘이 각자의 삶에 행복과 자유, 평화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영원까지 갈 수 있는 사랑은 욕망과 감성과 지성이 잘 어우러진 완벽한 화음의 삼중주이다.

사랑의 황금비는 욕망보다는 감성이, 감성보다는 지성이 우위에 있을 때 이루어진다.

 



 

"길들이려고 하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고집과 욕심과 주장을 버리고, 너그러움, 배려, 용서, 인내, 아낌,

섬김으로 서로 마주 보며 조금씩 닮기를 즐거워하라.

인생에 있어서 사랑보다 더 가치있고 믿을 만한 것은 없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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