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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장진 감독은 유쾌한 상업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청와대라는 낯설고도 높다란 공간에서 사는 대통령을 우리네 옆집 사는 사람으로 친숙하게 만들었다.
최소한 우리 집의 주소처럼 청와대도 주소가 있는 삶의 공간이라는 것을 어림짐작하게 만든 것 같다.
일확천금에 눈이 돌기도 하고, 첫사랑에 수줍은 소년처럼 가슴앓이 하기도 하고, 보통 부부처럼
이혼 얘기도 오가고..
장진은 영화라는 가상공간에서 대통령에 대한 그의 바램을 가볍게 표출했고 장난기 많은 그의 끼를
마음껏 발휘한 셈이다.
청렴결백한 김정호(이 순재) 대통령은 퇴임 말기에 244억의 보험금에 당첨된다.
이순재 아저씨는 로또 당첨되서 포기하는 과정을 얼마나 리얼하게 그리는지 모른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 원로배우, 항상 노력하는 연기자 답다.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가기를 반복하고 복권에 당첨되면 국민을 위해 전액 내놓겠다는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끙끙 앓는다.
로또번호가 맞을 때마다 변해가는 그의 표정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순재는 결국 돈벼락을 맞고 죽지 않기 위해 ( 장조리장이 244억을 하늘에서 맞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함 ) 244억을 내놓는다
"나는 로또 당첨금 244억이라는 돈을 장학재단에 내서 가난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좋은 일을 하도록 권고하겠다."



장진 감독은 어디까지나 ‘특정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의 대통령들이 너무 많은 드라마를 찍으셔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느 시기의
누군가’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웃음)"
그러나 차지욱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당당한 대통령의 면모를 자랑한다.
물론, 그의 미모(?)를 따를 수 있는 대통령도 없을 수 밖에 없고...
차지욱 (장동건)은 젊고 참신한 대통령이지만 너무 완벽한 것은 재미가 없어서...
그는 주사맞기, 아이가 질문하기, 촛불시위를 무서워한다. 또한 사별하고 아이를 홀로 키운다.
일본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북한의 대응, 이로 인한 미국의 압박, 군사행동으로 간주하고
대응하자는 미국에 강하고 소신있게 반대한다.
카아~~ 멋있다. 건국 이래 이렇게 당당하게 미국의 제의를 거절해 본 일이 있던가..
청년 (박해일) 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특이체질이라는 것을 알고 대통령에게 신장이식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테러를 당하는 것으로 오인한 대통령은 경호원보다 먼저 피해 야당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국민들에게 망신살이 뻗친다.
참모진에서 액션만 하자고 했지만 차지욱은 진심으로 동의하고 조직이 맞아 수술하게 된다.
부모를 사랑한다면 친구를 사랑하고 옆집에 배고픈 아이를 먼저 생각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면서.
자기 힘으로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하면서 수천 수백만의 국민들을 어찌 살릴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서 그토록 싫어하던 마취주사를 맞는다.
수술하기 전에 신장을 떼어 줄 소년의 아버지에게
"저하고 삶을 나누는 것입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살아 주십시오."
장동건은 움직이는 화보답게 미남스러운(?) 배역으로 익숙하지만 이번에 장진 감독의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졌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참 즐겁고 유쾌하다.
그가 일본 대사에게 날리는 시원한 한마디.
"굴욕적인 과거는 있었지만 굴욕적인 정치는 하지 않는다."



최초의 여성대통령 한경자 ( 고두심 ). 멋있게 잘 어울린다.
행정도시를 발표하는 시기에 남편이 그곳에 땅을 사고 야당과 국민들의 지탄 여론이 들끓는다.
남편은 남편대로 애로가 많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조심스럽고 개인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는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남편이 해야 한다.
주부들의 모임이나 외국 정상의 부인들과의 만남에 임하룡이 손잡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웃지 않을 자 나오라...
그는 부동산 문제로 부인이 곤경을 겪는 것을 보고 이혼을 결심한다.
최초로 임기중 이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장조리장에게 간 한경자는 도움을 얻는다.(장조리장은
남자 대통령들을 모신 경우 고스톱을 치지만 한경자의 경우에는 멸치를 다듬는다.
장조리장의 화투패는 대통령들이 들어와 판을 엎을 때 5광과 쌍피가 들어오거나 흔드는 경우이다.
이 대목도 정말 웃긴다.)
모든 국민은 대통령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장조리장의 말을 듣고 시댁으로 향하는 한경자,
화해의 왈츠를 추고, 데이트하는 차지욱과 첫사랑 이연이는 공원에서의 키스,
김정호는 부인과 함께 열심히 로또 번호 채우기...
"사람들은 대통령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만 잊고 있는 것은 그들도 한 사람의 남편,
부인, 아버지이고 기쁨과 행복, 불행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장조리장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끝난다.
청와대의 참모들, 요리사들,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고 눈물 흘리는 영부인, 대통령앞에서
긴장한 청년 박해일의 지독한 방구 냄새로 문을 여닫아 냄새 빼는 경호원, 간이식을 요구하는
한강변의 남자. 부인에게 244억중 30억 만을 할당하는 이순재, 임하룡의 친구들,
그중 마징가라는 친구를 보고 비서실장이 하는 말 " 마징가에게 청화대가 공격받았다."
유쾌한 영화이다.
개구장이같은 장진 감독의 유머로 132분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뭉글뭉글 솟아난다.
정의롭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소신있는 대통령,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대통령,
국가적인 자존심을 세우면서 유연한 외교정책으로 실리 또한 챙기는 현명한 대통령 어디 없나요??
영화를 보고 을지로입구 지하철 역에 내려선 순간 많은 노숙자들이 슬리핑백, 신문지, 박스 등을 덮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저사람들의 인생이 저렇게 잘못 풀린 것일까? 대통령도 해결해 줄 수 없나?
마음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