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의정서 1
앨런 폴섬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앨런 폴섬은 뛰어난 스토리텔러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마키아벨리 의정서 1,2' 는 책을 손에 잡으면 뒷 이야기의 전개가 궁금해서

한달음에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인 미국의 수뇌 핵심부서, 그 안에서 더욱 많은 부와 절대권력을

추구하려는 악의 세력들과 이들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소수의 정의로운 사람들과의 대결을 그린다.

소설 속에서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취약하기 짝이 없는 선의 세력이 막강한 힘과 정보력을 보유한 

악의 세력을 물리친다.

3명의 아이들과 통신 및 현대적인 정보 장치 등이 두절된 고립 무원의 전직형사, 대통령, 경호실장

등이 악의 세력에 대항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두뇌싸움을 벌인다. 

각종 무기, 헬기, 현대적인 장비를 동원한 권력자들에 맞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점에서 다분히 소설적이다.

그러나 읽고 난 후의 생각일 뿐, 읽는 내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흡인력으로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게 하면서 멋진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대통령 해리스는 현명하며 결단력이 넘친다.

또한,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인간을 배려하는 멋진 대통령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본다.

의리남 마틴은 헤어진 연인, 캐럴라인의 구조요청에 자신이 곤란을 당할 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달려 온다.

다른 남자와 결혼했음에도 평생을 사랑해 온 여인의 석연찮은 죽음과 그 배후를 밝혀 내려는

사랑에 순수한 남자, 마틴은  영국에서 조경사로 살았지만 전직 강력계 형사이다.

대통령과 마틴은 2인 1조의 멋진 콤비를 이루며 각종 난관들을 헤쳐 나간다. 

렌트카의 운전수로 직분에 충실하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대통령과

마틴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친절하고 정직한 발리우스와 아이들은 그 단순함과 순수함이

단연 돋보인다.

아이들과 발리우스는 대통령에게 탈출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스페인 경찰과 미 대통령

경호실 요원들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위험과 의혹을 무릅쓰고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책임감 강한 해프 대니얼스 경호실장,

이들이 펼치는 활약을 보면 때로는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통쾌하며 때로는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람의 심리와 상황들을 리얼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글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리차드로부터 살인지령을 받으며 끊임없이 안절부절하는 잔혹하지만 예민한 빅터, 얼굴에 묻은

나방 한마리가 다칠까봐 섬세하게 떼어내는 심약한 빅터...

늘 비천한 삶을 살았던 빅터는 소외와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강하다. 

빅터의 마음을 세뇌시키고 합리화시키는  핸드폰 속의 리처드...

빅터와 같은 처지에서는 악에 쉽게 물들고 악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빅터지만 그에 대한 연민이 강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사건들을 이야기 얼개로 삼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막강한 권력으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통령 이하 대통령의 측근들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마셜과 로, 긴 손가락에 흰 백발의 악독한 과학자 폭스(이름에 주목하라.

간사하고 사악한 여우) 백반증을 앓는 벡목사, 각각의 인물들에서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분명하며 전형적인 인간상을 드러낸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트릭에 말리지않기 위해 나름 긴장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들에 생각을 열어 두고 읽는 편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읽으면서 그 얼개가 잡히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은 이야기가 방대하여 인물 개개인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소설이 끝나가는 부분까지도

헷갈려서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페이지 한 줄, 한 글자도 놓치면 안된다. 마치 저자와 줄다리기 하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저자의 함정과 복선, 속임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가능성들을 두드려 보았다.

타고난 이야기꾼에 분명한 엘런 폴섬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아는 사람이다.

4월 2일 일요일에서 4월 10일 월요일 까지 촘촘한 시간들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따른 긴박감

등을 잘 표현한다.

마치 그 일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겪고 있는 듯하다.

동시에 심장이 옥죄이는 긴장감과 스릴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에서의 탈출, 마틴과 조우 후에 데미, 마틴, 해리스의 탈출 장면,

몬세라트를 찾아가는 여정, 폭스가 죽는 장면과 그가 남긴 참혹한 시체들의 모습,

폭발 이후 터널에서의 탈출 장면과 터널 밖에서 아라곤 요새까지의 극적인 탈출과정의 묘사,

깊은 협곡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비탈진 곳을 미끄럼으로 내려오는 과정,  

암살 상황, 터널 속에서의 대화 장면등은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다.

틀림없이 머지않아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헐리우드에서 나올 것 같다.

 



 

마지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열린 결말, 아니면 3편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왠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역시나 작가는 그 부분의 이야기를 언급함이 없이 열어두고

결말을 맺는다.

인간의 역사가 있어 왔던 이래로 끊임없이 벌어졌던 악의 역사, 잠재적인 악의 씨앗들은

세계 이곳 저곳 어디에서고 진행중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의정서의 대두가 아닐까...
 





 

아우슈비츠 의 비참한 역사에서 보듯이 집단과 그 이름으로 행해지는 광기는 항상 있어 왔다.

나치즘, 파시즘과 더불어 일본의 군국주의, 멀리 갈 것 없이 미국의 중동에 대한 정책, 기독교의

보급을 위해 선교지에서의 학살과 만행, 토착민인 인디오들을 야만적으로 끌어내고 땅을 차지한

미국의 역사, 아시아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의 침탈, 아프리카에 대한 노예사냥, 중남미에 대한

유럽의 침략, 중세의 마녀사냥, 십자군 전쟁 등등... 

 



 

폭스의 자살 이후, 억울하게 죽은 시신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얼마전에 본 영화

'마터스'가 생각났다.

영화 '마터스'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고통과 사후체험을 하게 하여 천국이  

있느냐 여부를 실험하는 내용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인간의 육체 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도 한 점 남김없이 갈갈이 찢어 버린다. 

인간의 잔혹함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끝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표본을 뽑아 몰모트로 연구한 폭스와 집단의 잔혹함도 이와 유사하다.

 

중세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부록으로 붙어 있다는 의정서를 부활시켜 사건의 모티브로 삼은

작가의 천재적인 기발함은 정말 대단하다. 

거기에 순수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감동을 받는다.

권력의 실세에 맞붙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절망하지 않고 자기 확신과 주문을 걸며

위기를 극복하는 터널에서의 대통령과 마틴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해서는 안되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 거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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