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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름 그륀 신부는 베네딕트 수도사이며 전세계적인 영성작가이다.
그는 수도원에서 영적인 체험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의
사랑을 표현해 왔다.
그가 저술한 300여 권의 책은 그의 세상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알 수 있고 1400 만 부가
넘는 판매부수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그의 영적인 조언을 얼마나 갈망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오래전에 성당 주보에 실린 그의 글을 보면서 보석같은 그의 조언들을 묵상하고 뜨끈미지근한
나의 신앙을 돌아본 적이 많았다.
이 책은 여러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받은 편지들의 답장이다.
어찌하면 좋은가? 그것은 고대부터 제기된 인간의 문제이며 그리스 철학자들이 품었던
의문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와 더불어 어찌하면 좋을까요?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질문들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원화한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 또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진 만큼 올바른
삶의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신부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성령의 암시와 직관~~ 자신의 조언이
무언가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하면서 몇가지 생각을 내놓는다.
질문자들은 다른 관점에서 나오는 그의 대답으로 한층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게
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가족, 직업과 일상생활, 자기발견, 부부문제와 인간 상호관계, 나와 타인,
영성과 신앙의 문제, 건강과 질병, 좌절과 죄, 죽음과 종말 그리고 비탄 등의 9개 주제들은
인간의 삶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의문들을 망라한다.
안젤름 신부의 대답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오랜 묵상, 영적인 체험을 통한 지혜가 들어 있다.
자녀를 키워보지 않고 결혼하지 않았고, 수도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생활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이다.
영적 체험과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이 많은 이들은 모든 상황들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자녀교육에 관한 신부님의 조언은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자녀를 위해 하는 일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린 것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호 의식과 애정으로 자녀를 키우며 자신만의 느낌을 믿는 것이다.
자녀에게 뿌린 싹이 언젠가는 돋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가 의도와는 다르게 자라날 때, 길을 잃고 방황할 때, 자녀들과 함께 하며 적합한 인생의
길을 찾는 천사가 늘 곁에 있다는 것을 믿어도 된다." ~~ 16쪽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입니다. 또한 아이가 넘어설 수 없는 한계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도전과 한계가 없다면 아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부모는 언제나 외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대를 아이의 마음 속에 심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의 잠재된 재능이 자라나도록 아이를 자극하고 아이를 믿으십시오.
믿음이 아이를 자라게 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희망이란 아이를 위한 것이며 아이의 내면에 잠재한 재능이 피어나리라는 희망입니다.
당신의 희망은 언젠가 아이에게서 꽃피게 될 싹을 위한 최선의 거름이 될 것입니다." ~~18~ 19쪽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가장 옳은 것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아이들의 성장이 나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최근이다.
아무튼 그때에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일들이라고 믿었던 것을 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훌쩍 큰 다음에 생각이 더 많아졌다.
특히 아이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두려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나의 조언이, 나의 말과 생각이 과연 아이들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몰라 망설여졌다.
이럴 때에 신부님의 말은 내게 많은 도움과 위안을 주었다.
아이의 잠재된 재능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것이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다.
언제라도 슬픔과 고통에 빠졌을 때 곁에 두고 읽는다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본질적인 것은 우리가 상호교류하면서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는 자연히 우리 마음속에 떠오른다.
그때 비교는 자신을 긍정하는 기회를 가져다 준다. 내가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고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내가 남들보다 더 강하고 잘나고 똑똑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화합하는 것이다.
나 자신과 화합한다면 나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타인과 마주치게 된다.
내가 어떤 특별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면 상호관계는 언제나 긴장 속에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면 내면에 깃든 완전한 자유가 힘을 발휘해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연결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은 상대의 가치도 인정하기 때문에 즐거운 관계를
맺게 된다." ~~ 167쪽
167쪽의 글은 여러번 읽으며 묵상한 부분이다. 나와 타인간의 관계는 모든 관계의 기본이다.
나 자신과의 화합, 나 자신을 아는 것,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 등은 이 나이 먹어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주제별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의 문제와 영적인 답을 얻을 수 있는 이 책은 개인의
체험에 따라 묵상을 더해 읽는다면 정말 보석과도 같은 책이다.
언제고 들여다 봐도 광채로 빛나는 책이다.
슬픔과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질병과 죽음이 두려워질 때, 가정에 위기가 닥칠 때,
타인과의 관계가 힘겨워질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읽는다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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