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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정호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을 때 노트에 정리를 하는 습관이 있다.
좋은 구절을 묵상하고 저자의 생각들을 나의 것과 비교하면서 받아 들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할 내용이 너무 많아 쓰는 것을 포기했다.
모든 내용이 공감이 가고 묵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라리 한번을 더 읽기로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정호 스님 앞에서 그분의 잔잔한 법어와 목탁 소리를 들었다.
작년 8월, 휴가에 경상도 쌍계사를 간 적이 있다.
오후 6시 무렵에, 스님들이 긴 장삼을 입고 엄청나게 큰 북을 거의 1시간 가까이 두드리는 것을 보았다.
침묵 속에 경건한 표정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불교 신자가 아니면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분들에게서 불제자로 수행하는 과정 중의 법어, 즉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깨끗이 하라는 침묵 중의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고요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스님에게 문제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나의 모습도,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스님이 주는 답을 가지고 묵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님은 수행자로서 중생을 이끄는데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정성을 다한다.
사람들의 삶속에서 마주하는 고통, 번뇌, 슬픔 등을 보며 조근 조근,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를 주고
때로는 서슬 퍼런 호통으로 깨우침을 준다.
세상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온갖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라고 간절히 이야기하는
스님은 자신이 청소부라고 말한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처리하는 청소부입니다.
절이라는 쓰레기장에 자주 찾아와서 마음의 쓰레기들을 버려놓고
돌아갈 때는 가볍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번뇌를 버리러 왔다가 그냥 짊어지고 갈 필요 없습니다.
청소부를 불러 세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십시오.
그것이 저의 책임이며 의무입니다. ~~ 45쪽
아는 수녀님이 몇년 전에, 자신은 사람들이 토하고 뱉어낸 오물을 모조리 받아주는
화장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호스님의 '수행자가 청소부' 라는 것은 희생, 정결, 순명을 평생의 가치로 알고 살아가는
카톨릭의 사제나 수녀, 혹은 모든 종교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인 것 같다.
존경하는 어떤 신부님 역시 세상의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하여 시간, 마음 그리고 가진
모든 것을 나눈다.
스님은 인간 삶의 모든 문제가 탐욕과 이기심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상대의 허물을 볼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 안에 있는 이기심을 보고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삶이 얼마나 유한한가. 짧고 또 짧은 것이 인간 삶이다.
기껏해야 백년도 살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 나의 가족을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겠다.
늦지 않았으니...
타인에게도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대하면 내가 먼저 행복하고 평화롭다.
알면서도 실천이 안되는 것에 대해 나는 수행자가 아니라고 핑계를 대지 말자.
종교인들 만큼은 아니지만...열심히 잘 살아야겠다.
"자기 자신의 행위가 자신을 고통스럽게도, 행복하게도 만든다.
바른 견해를 갖고 바른 행동을 하라.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라." ~~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