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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 30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무대, 환기가 안되는 지하공간, 지저분한 화장실,
지하실의 좁은 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기 혼을 불태우는
무명연극인들의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연기를 보았다.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거스를 수 없는 슬픈 인간의 절망적인 모습을
극대화시킨 것이 오이디푸스이다.
남편을 죽인 아들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야 하는 엄마,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신탁을 듣고 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죽이고 엄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
운명의 씨줄과 날줄은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 그 시간대로 차질없이 움직이고
무기력한 인간은 그 각본대로 거센 물살을 탈 수 밖에 없는 슬픔이여...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치도 벗어날 수 있는 오이디푸스의 결말은 알면서도 슬프다.
실험극단이어선지 모든 조건이 열악하고 연기도 어색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소극장인 관계로 젊은이들이 많은 것은 좋은데 우리 부부의 뻘쭘함이라니.
그래도 좋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연극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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