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인간의 삶이 생로병사의 필연과 길흉화복의 질서 속에서 스러지지만

인간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한다.

재물, 권세, 명예, 사랑, 희노애락은 모두 자연의 표상이며 진리와 정의 ,

양심과 사랑이라는 최고의 가치들 또한 겉옷일 뿐이고 그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장자가 제시한다고 본다.

이 책에서 정의와 명분, 충효를 강조하는 자신의 사상이 비판받고 있으며 

노장사상의 한참 아래에 두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무리 예를 중요시하는

공자라 해도 발끈할 것 같다. 

물론, 결론 부분에서는 공자의 정의나 명분을 지키려는 것이 도로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나는 공자의 사상, 노장 사상을 정확하게 모르지만 장자의 사상이 더 낫다고

주장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 또한 장자의 생각과도 어긋날 것 같고...

아무튼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다양한 예들을 들어서  

읽기가 편했다.

  

장자는 백이와 숙제의 예를 들며 그들을 명분과 신념을 위해 하늘이 준 온전한 삶을 저버린

어리석은 자들로 치부한다. 

과연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장자가 어떤 해석을 내릴지 궁금하다.

뜨거운 감자이지만...

정의와 명분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이들은 때로는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재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충성, 믿음, 청렴, 정의 등의 명분을 남에게 들이댄다. 

그럴 때에 그 폐해가 크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만이 옳고 남이 다르다고 해서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인류문화에서 절대 선으로 인식되는 순수함에 대한 집착은 배타적 종교집단의 광기나

민족 단위의 광적인 추구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것은  편협과 아집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지금까지도 정의와 진리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타 종교를 공격하고 남을 죽이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장자가 유가의 가르침을 부인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인. 의. 지. 예.신이라는 가치기준으로

인간을 규범화 해서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입과 출세라는 하나의 틀에 짜여 있어서 학생들을 획일화시킨다.

사회의 강요된 가치 속에 살면서 학생들은 상처를 입게 된다.

장자는 사람들 내면의 맑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윤리와 도덕적인 가치들을 부정한다. 

백락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올바른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말을 잘 키우려면 말의 본성에 맞춰 잘 보살피는 일이다.

대자연 속에서 뛰노는 말을 잡아서 인위적으로 키우면 말의 본성이 죽고 정기가 사라진다.

이것은 왜곡된 교육으로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부모들에 비유된다.

아이들을 경쟁 사회에서 승자가 되도록  했던 나의 교육방법 역시나 허접 쓰레기 였다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이책을 읽었으면 좀은 달라졌을라나... 그래도 자신이  없다.

 

저자는 요리사 포정의 소 잡기. 꼽추의 매미 잡기. 싸움닭이 목계로 되어 가는 과정을

버리고, 허물고, 비워 가는 과정으로 본다.

즉 쓸모 없음이라는 '무위' 의 경지란 그것에 이르기까지 해야 하는, '비워감' 이라는 적극적인

유위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나 나(我) 를 잊고 내(吾) 가 회복된다고 한다.

장자는고정된 관념에 묶이지 말고 마음 속 본연의 마음으로 판단하라고 이른다.

마음 속 본연의 마음은 불성, 신성,  성령, 참된 본성, 관념을 벗어나 상대적인 관점에

얽매임이 없음을 말한다.

진재, 즉 참된 주재자는 인간 내면의 맑은 영혼이 회복된 모습이다.

 

적어도 나의 삶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맞추어 살았다.

그러나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뜻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 집착을 놓고 나니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도 했으며 기쁨, 슬픔도 겪었고

내 자신의 한계 때문에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통 중에 있을 때면 그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고 골몰하기도 했고 나때문에 벌어지는

일에 대한 자책감으로 자신을 들들 볶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방안도, 원인도 나에게 있을 뿐이다.

나 자신의 정신적인 자유와 무위자연의 도를 깨치기 위해- 물론 장자의 완전한 도를

실천할 수는 없다고 해도 -  본성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명분과 정의를 중요시했던 공자의 생각도 완전하지 않다고 하니 공자에 조금 못 미쳐도

범인으로서는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


"산을 처음 오를 때에는 내 눈과 내 생각으로 산을 본다.

여러번 산을 오르다 보면 아는 것과는 다른 산의 모습을 만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나로써 거기 있는 산과 교감한다.

산을 오르면서 나의 선입관, 편견, 나의 무지가 다 벗겨졌던 것이다.

다시말해 산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바뀌었다.

내 마음이 맑고 고요해져 산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마침내 맑은 영혼의 눈이 뜨인 것이다."  ...  276쪽~2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